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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만나는 文 "대북전단 엄정처리"…3시간 뒤 박상환 소환

중앙일보 2021.05.10 16:48
10일 오전 서울시내 한 백신접종센터에서 시민이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전 서울시내 한 백신접종센터에서 시민이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대북 전단 금지법(개정 남북관계발전법)과 관련해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했다. 직후 경찰은 최근 대북 전단을 살포한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를 소환조사했다.

文, 모두발언서 전단법 작심발언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연설에서 “남북 합의와 현행법을 위반하면서 남북 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로서는 엄정한 법 집행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평화의 시계를 다시 돌릴 기회가 온다면 온 힘을 다하겠다”며 외교를 통한 북한 문제 해결 의지를 강조하며 나온 발언이었다.

취임 4주년 특별연설
"남북합의, 현행법 위반 행위" 직접 언급
전단 살포 사법처리, 일사천리 분위기

 
문 대통령은 엄정한 법 집행의 대상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남북 합의와 현행법 위반을 언급한 것으로 미뤄 전단 금지법을 위반한 전단 살포 행위를 염두에 둔 언급으로 보기에 충분했다.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비무장지대(DMZ) 인근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밝힌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10일 오후 종로구 서울경찰청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비무장지대(DMZ) 인근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밝힌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10일 오후 종로구 서울경찰청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연설은 오전 11시부터 진행됐는데, 공교롭게도 약 3시간 뒤 경찰은 박상학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그는 지난달 25∼29일 비무장지대(DMZ)와 인접한 경기도와 강원도 일대에서 대북 전단 50만장을 살포, 전단 금지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소환조사 일정 등은 통상 며칠 전부터 조율되지만, 문 대통령 발언 직후 사법처리 절차가 착착 진행되는 듯한 모양새가 연출된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는 형식이 아니라 모두발언에서 작심한 듯 대북 전단법 문제를 먼저 꺼냈다. 국내외적 논란에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단법≠인권 문제’ 인식 드러내 

특히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남북 합의와 현행법 위반’, ‘남북 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일’ 등으로 정의한 것은 문 대통령이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비판 진영에선 대북 전단법이 한국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저해하고, 북한에서는 주민에 대한 정보 유입을 차단하는 보편적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발언은 이를 판문점 선언상 자신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약속, 또 남북 관계에 미치는 영향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논리처럼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열흘 앞두고 이런 발언을 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미 의회에서 대북 전단법에 대한 우려를 표출하는 청문회를 열었고, 국무부는 이례적으로 “법 재검토”까지 공식 언급했기 때문이다.  

바이든 만나기 열흘 전 강경발언, 왜? 

그런데도 문 대통령이 사법처리 강행 방침을 확인한 데는 결국 해당 사안이 한ㆍ미 동맹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이 미 국무부 인권 보고서에 한국 내 표현의 자유와 관련, 대북 전단법 관련 내용이 포함된 데 대해 우려를 표하자 “남북관계발전법(대북전단법) 때문에 대한민국의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믿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 일부에서의 지적이지, 저는 그게 국제적 평가라고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에 북한 인권은 기본적 가치에 대한 문제다. 대북 전단법 문제가 한ㆍ미 간 갈등 이슈로 계속 잠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이 어떤 의미 있는 변화의 조짐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가치외교를 표방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서 먼저 양보하는 듯한 입장을 보일 이유는 없다. 이 문제가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직접 의제화하진 않더라도 고위 당국자의 발언 등 다른 방식으로 불거지거나, 한ㆍ미 간 이견을 드러내는 소재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조선중앙TV 아나운서가 지난 2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대북전단 살포 관련 담화를 보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선중앙TV 아나운서가 지난 2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대북전단 살포 관련 담화를 보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2일 전단 살포와 관련 “우리가 어떤 결심과 행동을 하든 책임은 쓰레기들에 대한 통제를 바로 하지 않은 남조선 당국이 지게 될 것”이라며 반발한 직후 문 대통령의 강경발언이 나온 게 불필요한 '대북 저자세' 논란 재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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