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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말이 안 통해”“답답해” 소통 포기한 적 있나요

중앙일보 2021.05.10 08:40

내겐 너무 소중한 너

감독 이창원‧권성모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00분 개봉 5월 12일
 
우리는 평소 말과 글 등으로 소통하며 때로는 몸짓이나 눈빛만으로도 제 뜻을 전하곤 합니다. 친구와 마주 보고, 가족과 밥을 먹으며 잘 대화해 나가지만 때로는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것 같아 속상하기도 했을 텐데요. 만약 말도 잃고, 글도 잃는다면 어떨까요. 우리는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요.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는 이런 시청각장애를 겪는 7세 아이 ‘은혜’와 얼떨결에 보호자가 된 ‘재식’을 주인공으로 소통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시청각장애는 시각장애와 청각장애를 동시에 앓는 거예요. 여러분이 잘 아는 헬렌 켈러가 바로 시청각장애인입니다. 헬렌 켈러는 설리반 선생님을 만나 그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교육을 받고, 작가이자 사회복지사업가, 여성인권운동가로 우뚝 섰는데요. 은혜에게는 엄마밖에 없었고, 그나마도 생계를 위해 일하러 가야 했죠. 집에 혼자 남은 은혜는 손으로 더듬어 탁자에 놓인 빵을 찾아 먹고, 구석진 곳에 들어가 시간을 보내기 일쑤죠.
내겐 너무 소중한 너

내겐 너무 소중한 너

그런 은혜의 엄마 ‘지영’이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하며 영화는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돈만 빼고 세상 무서울 것 없다고 큰소리치던 재식은 부하직원 지영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그가 남긴 재산을 노리고 집에 찾아갑니다. 거기서 만난 건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아이 은혜. 누가 온 것도 알아채지 못하는 은혜를 두고 재식은 집을 뒤지는데요. 마침 집주인이 찾아오자 재식은 아빠 행세를 하죠. 이후 재식은 한몫을 챙기려 남들이 보기 그럴듯한 가족을 만들고자 합니다.  

성격 급하고 영리하지도 못하고 때론 이기적인 재식은 주위 사람들에게 아이와 친해지는 방법을 묻고, 맛있는 음식을 사주고, 밤엔 곁에 누워 잠을 청하죠. 처음에 경계하던 은혜도 그의 노력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며 먼저 손끝을 내밀어 마음을 전합니다. 장애아동으로서 소통도 되지 않고, 한없이 성가시고, 희망을 가질 근거도 없어 보이는 은혜를 애써 외면하는 이 사회에서 보통 사람들보다 결함 많은 재식은 포기하지 않고 은혜의 손을 마주 잡죠.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지만 둘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진정한 가족애를 보여줍니다. 
내겐 너무 소중한 너

내겐 너무 소중한 너

국내 최초로 시청각장애를 다룬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는 2008년 이창원 감독이 본 한 신문기사에서 출발했어요. 복지 사각지대에서 소통장애에 놓인 이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된 이 감독은 국립도서관에서 시청각장애를 언급한 모든 자료를 탐색하며 6개월여 독학해 영화를 기획했죠. 2011년 영화진흥위원회 기획개발 최종 지원작으로 선정되며 시나리오 초고를 완성했어요. 제작진은 자문을 구하는 과정에서 국내에는 시청각장애의 법적 정의조차 내려지지 않은 상태며, 그렇기 때문에 독립된 장애유형으로 규정되지 못해 지원도 없고, 시청각장애를 가진 국민이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을 곳도 없다는 점 등을 확실히 깨달았죠.

이런 어려움 속에서 제작진은 시청각장애인들이 겪는 고통을 알리는 것에 사명감을 갖게 됐고 “드라마틱한 잔재미에 현혹되지 않고 재식과 은혜를 통해 소통을 위한 노력이 낳는 인간관계의 기적을 보여주자”는 연출 의도를 더욱 명확히 했습니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헬렌켈러센터를 설립하고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헬렌켈러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온 밀알복지재단과 사회공헌 제휴 협약을 맺었고요. 이 감독은 “이 작품을 계기로 국내 1만 명가량으로 추산되는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기대한다”며 관련 서명운동에 동참해 이들이 사회로 나와 소통하는 장치가 마련되는 등 영화처럼 작은 기적이 일어날 것을 기대했습니다.  
내겐 너무 소중한 너

내겐 너무 소중한 너

모두의 공감을 끌어낼 이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기기 위해 2017년 영화 ‘원라인’ 이후 4년 만에 주연으로 돌아온 배우 진구가 첫 힐링물에 도전했어요. 진구는 “한심하기도 하고 일도 잘 안 풀리는 재식을 통해 웃을 수 있는 포인트를 드리고 착한 천사 서연양과 함께 관객 여러분이 잘 모르시는 천진난만한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따뜻하고 힐링이 되는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죠.  
말 한마디 없이 재식과 함께 이전에 몰랐던 세상으로 나아가는 은혜를 연기한 어린이 배우 정서연은 보이지 않으니 눈에 초점이 없고, 손이 먼저 나가야 하는 것을 연기할 때 어려움으로 꼽았는데요. 그의 뛰어난 연기와 촬영장에서 열심인 모습에 제작진 모두 감탄했다고 해요. 영화에 대해선 “슬프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라며 “따뜻해진 마음을 함께 나누길 바라요”라고 전했죠. 그 말대로 영화를 보는 동안 결함이 있는 두 사람이 상호보완적 소통에 성공해 나가는 모습이 뭉클하게 다가올 거예요.
글=김현정 기자 hyeon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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