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내의 캐디백 내조, 우승 입맞춤 한 허인회

중앙일보 2021.05.10 00:03 경제 7면 지면보기
허인회와 캐디를 맡은 아내 육은채씨가 우승 트로피에 키스하고 있다. [사진 매경오픈 조직위]

허인회와 캐디를 맡은 아내 육은채씨가 우승 트로피에 키스하고 있다. [사진 매경오픈 조직위]

9일 경기 성남 남서울 골프장. 한국 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메이저급 대회 GS칼텍스 매경오픈 최종 라운드 18번 홀에서 우승 퍼트를 넣은 허인회(34)가 캐디인 부인 육은채(33)씨를 꼭 껴안았다. 오래 기다린 우승이기에 두 사람에게는 뜻깊었다. 허인회는 “은채야! 우리 우승했어. 사랑해”라며 마스크를 쓴 채 아내와 키스했다.
 

KPGA GS칼텍스 매경오픈 정상
결혼 5년만에 첫 우승트로피 안겨
“힘들어 미안 연말에 캐디 은퇴식”

허인회는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2개, 보기 2개, 더블 보기 2개로 4타를 잃었다. 그래도 합계 5언더파로 김주형(19·3언더파)을 2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3라운드에서 경쟁자와 벌려놓은 차이가 워낙 컸다. 2015년 4월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 이후 6년 1개월 만의 코리안투어 우승으로 통산 4승을 달성했다. 우승 상금은 3억원.
 
개성이 강한 허인회는 골프계 ‘괴짜’, ‘이슈메이커’로 통했다. 튀는 언행 때문이다. ‘게으른 천재’로도 불렸지만, 2014년 한국과 일본 투어에서 동시에 장타왕에 오르기도 했다. 그런 허인회 마음속에 응어리 하나가 있다. 아내에 대한 미안함이다. 허인회는 2014년 만난 아내와 2016년 5월 혼인 신고를 했다. 정식 결혼식은 2019년 8월에야 올렸다. 식이 늦어진 건 혼인신고 당시 “우승 바로 다음 날 정식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부인 육씨는 2년 전부터는 남편 캐디백을 멨다. 허인회는 “골프를 몰랐던 아내가 대회마다 함께 다니면서 골프 박사가 됐다. 아내 조언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허인회는 또 “(아내가) 체격이 왜소해 캐디를 하기 힘들어 보여 안쓰러운 마음이 많이 든다. ‘우승하고 결혼식 하겠다’고 했는데, 그 말을 한 뒤로 우승하지 못했다. 경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후회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허인회는 아내의 든든한 응원 속에 안정적으로 경기했다. 대회 첫날 초반 부진했던 그는 아내와 재미 삼아 ‘용돈 내기’를 했는데, 동기 부여가 됐기 때문인지 타수를 확 줄였다. 난코스에 바람까지 부는 악조건 속 3라운드에서 허인회는 4타를 줄여 2위 그룹과 6타 차로 격차를 벌렸다.
 
최종라운드에서 허인회는 리드를 지켜야 하는 압박감 속에서도 웃으며 경기했다. 2번 홀(파4) 더블 보기, 3번 홀(파3) 보기로 어렵게 출발했지만, 5번 홀(파4) 버디로 안정을 찾았다. 13번 홀(파4)에서 2m 버디 퍼트를 넣고는 우승을 확신한 듯 두 팔을 번쩍 들며 기뻐했다. 마지막 홀에서 두 번째 샷과 퍼트에서 실수했지만, 우승에 차질은 없었다. 허인회는 “마지막에 스코어가 나빠 아쉽지만 모처럼 우승해 기분 좋다. 특히 아내와 함께 만든 우승이라 남달랐다. 아내가 많이 고생했다. 올해가 지나면 (캐디) 은퇴식을 해줘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에서는 곽보미(30)가 데뷔 11년 만에 처음 정상에 올랐다. 곽보미는 최종 라운드에서 3타를 줄여 합계 9언더파를 기록해, 지한솔(8언더파)을 1타 차로 제쳤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