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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개인형 이동장치, 안전 없인 혁신도 없다

중앙일보 2021.05.10 00:03 경제 4면 지면보기
권용복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

권용복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

지난해 10월 인천에서 안전모를 쓰지 않은 채 전동 킥보드를 타던 고교생이 택시에 치여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만약 원동기 면허가 없는 고교생은 전동 킥보드를 빌릴 수도, 탈 수도 없다는 인식이 자리 잡혀 있었더라면 이러한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제 와서 후회한들 꽃 같은 청년을 다시 우리 곁에 데려올 수는 없다.
 
몇 년 전만 해도 그저 신기했던 개인형 이동장치는 현재 약 20만대가 도심 곳곳을 누빈다. 그러나 이로 인한 교통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형 이동장치로 인한 교통사고는 897건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증가했다. 다행히 지난 1월 도로교통법이 개정됐고, 이달 13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을 위해서는 면허가 필요하며, 무면허 운전, 안전모 미착용, 승차 정원 위반, 등화 장치 미사용 시 20만원 이하의 범칙금을 부과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안전을 위한 결정이라는 찬성의 목소리가 높지만, ‘제도의 일관성이 없다’ ‘범칙금 부과는 과한 것 아닌가’ ‘실효성이 있겠는가’ 등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그러나 프랑스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러한 규정이 한국만의 흐름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서 개인형 이동장치가 활성화된 프랑스는 비슷한 시행착오를 거쳐 2019년 ‘교통개혁법’을 공포했다. 2019년부터 전동 킥보드의 보도 통행이 금지됐으며, 이를 어기면 135유로(약 18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시속 25㎞를 초과하면 1500유로(약 2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개인형 이동장치의 활용과 형태가 어떻게 변화해 갈지는 알 수 없다. 개인형 이동장치는 전에 없던 새로운 생명체와 같다. 도로를 함께 쓰는 자동차 운전자, 보행자, 자전거 운전자는 아직도 낯설다. 자동차가 처음 나왔을 때도 다르지 않았다. 사고로 인해 사람들은 목숨을 잃었고 겁을 먹었다. 자동차가 등장한 지 10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우리는 자동차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끊임없이 교육하고, 제도를 바꾸려 노력한다. 자동차가 그랬듯, 개인형 이동장치도 규정에 따라 운행하고 예측 가능한 수단이 될 때 도로 위 이동수단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렇기에 이용자의 참여와 관계기관의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 안전모 착용과 속도 준수 등 아주 기본적인 규정이 얼마나 잘 지켜지느냐에 이 교통수단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기능 면에서 아무리 혁신적이고 뛰어난 장치라도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교통수단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권용복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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