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강한 가족] “젊은 층 노리는 염증성 장 질환, 일찍 대처해 합병증 위험 낮춰야”

중앙일보 2021.05.10 00:01 건강한 당신 7면 지면보기
명승재 대한장연구학회장은 “염증성 장 질환의 인식 개선을 위해 온라인 소통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명승재 대한장연구학회장은 “염증성 장 질환의 인식 개선을 위해 온라인 소통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큰 병은 방심에서 온다. 장(腸)에 만성 염증이 발생하는 ‘염증성 장 질환’이 대표적이다. 복통·설사 같은 증상을 간과하다 자칫 암·패혈증으로 악화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과거에는 희소병이었지만 최근 10~30대를 중심으로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약물 오·남용 등 환경 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20년간 염증성 장 질환의 치료·연구를 주도한 대한장연구학회 명승재(55·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회장에게 현대인의 ‘속병’을 다스릴 방법을 물었다. 
 

인터뷰 명승재 대한장연구학회장
급증하는 환자의 절반이 2030
복통·설사 2주 넘으면 발병 의심
초기부터 음식·약물 치료 필요

 -현대인의 장 건강이 악화하고 있다.
 “과거 한국인의 소화기 질환은 위·간에 집중돼 있었다. 장 건강은 음식·약물·생활습관 등 환경적인 영향을 크게 받는데, 라이프스타일이 서구화되면서 ‘소화기 질환의 지도’가 바뀌는 상황이다. 특히 염증성 장 질환은 최근 10년간 환자가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사회·경제적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20~30대가 전체 환자의 절반에 달한다. 개인은 물론 사회적 손실이 막대한 질환이다.”
 
-주요 증상은.
“설사·복통·혈변, 체중 감소 등이다. 급성 장염이나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헷갈리기 쉬운데, 이런 증상이 2주 이상 지속하거나 피부병·관절염 등 장외 증상이 동반될 경우에는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원인이 무엇인가.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으로 궤양성 대장염이나 크론병에 잘 걸리는 사람이 있는데, 이들이 음식·약물 등 위험 요인에 반복 노출되면서 발병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의해야 할 음식은.
“일반적으로 기름지고, 맛이 강하며 자극적인 음식은 장 건강에 좋지 않다. 반면에 등푸른 생선·들기름에 풍부한 오메가3, 채소·과일의 항산화 성분은 장의 염증 반응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단, 장에 좋다는 음식을 먹고 증상이 심해지는 환자도 있다. 의료진과 소통해 음식의 종류·양을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복용하는 약물도 영향을 미치나.
“장내 미생물이 장을 보호하는 막을 뚫고 들어가 만성 염증을 유발하는 것은 염증성 장 질환의 기본적인 병태 생리다. 장내 미생물의 종류·분포(마이크로바이옴)가 염증성 장 질환의 발생·악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항생제는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파괴하는 ‘폭탄’과 같다. 실제로 2014년 영국에서 100만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를 보면 어릴 때 항생제에 노출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염증성 장 질환 발병률이 유의하게 높았다. 소염진통제도 장 점막을 보호하는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을 분해해 염증성 장 질환 위험을 높인다. 평소 장 건강이 나쁘거나 염증성 장 질환의 가족력이 있다면 어릴 때부터 약물 사용 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생활 환경도 중요할 것 같다.
“깨끗한 환경이 역설적으로 병의 원인이 된다는 ‘위생 가설’이 있다. 어릴 때 다양한 미생물에 노출되면 마이크로바이옴의 다양성이 확보돼 면역체계의 균형이 잡히고, 염증성 장 질환이나 알레르기 같은 자가면역 질환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의학적으로도 설득력 있는 가설이다. 위생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보다 흙·나무 등 자연에서 아이들을 뛰놀게 하는 것이 건강에 이로울 것이라 생각한다.”
 
-다른 질환처럼 조기 치료가 중요한가.
“염증성 장 질환은 ‘완치’가 어렵다. 현재로서는 염증을 억제하고 혈변·복통 등 증상을 개선해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치료의 목표다. 일찍 치료할수록 환자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합병증 위험도 낮출 수 있다. 특히 항TNF(종양괴사인자) 제제 등 생물학적 제제는 손상된 장 점막을 치유하는 효과가 있어 장기적인 예후나 합병증 예방 모두에서 드라마틱한 효과를 낸다. 일찍 사용할수록 장이 막히는 협착이나 대장암, 패혈증 등 합병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이 다양한 연구로 증명됐다. 지난해 학회 조사에서도 생물학적 제제가 도입된 후 입원율과 응급실 방문율 등 중증도를 나타내는 지표가 모두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염증성 장 질환의 치료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라던데.
“이르면 올 상반기 염증성 장 질환의 위험 요인과 생물학적 제제의 치료 순서 등 최신 연구 성과를 담은 치료 가이드라인을 공개할 예정이다. 의료진·환자는 물론 건강보험 적용 확대 등 보건의료 정책 수립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해외에서도 관심이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지역의 염증성 장 질환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대한장연구학회의 학회지(Intestinal Research)는 일본·중국·인도 등 아시아 주요국이 소속된 아시아 염증성 장 질환 학회(AOCC)의 공식 학술지다. 각 나라에서 자체 학술지가 아닌 우리나라 학술지에 연구를 발표한다는 건 그만큼 연구 역량이 우수하다는 방증이다. 국내 행사였던 대한장연구학회의 학술대회 역시 2016년부터 국제 학술대회로 격상됐다. 내년 5월에도 학회 20주년을 기념해 부산 벡스코에서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하이브리드 국제 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향후 계획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맞춰 ‘언택트 학회’의 기반을 구축하려고 한다. 온라인을 통해 기초·임상 연구 분야의 국제 교류를 활성화하고, 의료진과 국민을 대상으로 유튜브 채널(장 건강 톡톡)과 앱(IBD Friends) 등을 통해 교육 자료를 제공하는 등 소통을 강화할 것이다. 염증성 장 질환에 대한 인식 개선과 올바른 정보 전달을 위해 검증된 진료 지침을 제시하고 의료 질 향상을 주도하는 학회를 만들어가겠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