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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계 거센 항의, 경선연기론 일단 진화…"재점화 시간문제"

중앙일보 2021.05.09 16:52
친문재인계 핵심인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일 쏘아 올린 당내 경선연기론 논쟁이 임시 휴전으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 의원은 9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더는 공개적으로 경선연기론을 꺼내지 않겠다”며 “조만간 꾸려질 민주당 대선기획단에서 지도부와 후보들이 논의할 과제를 먼저 꺼낸 건데 너무 커져 버렸다”고 말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7일 “지금은 그게(경선연기론) 주제가 아니다”며 “지도부 인선도 덜 끝났는데 정비가 된 다음에 차분히 해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씨가 완전히 꺼진 건 아니다. 이낙연·이광재 의원, 정세균 전 총리 등 이재명 경기지사를 추격해야 하는 입장에선 언제든 경선연기론을 재점화할 수 있단 입장이다.
 
호남권의 한 친문 의원은 “특정 후보의 유불리를 떠나서 경선 흥행을 위해선 집단 면역이 어느 정도 형성됐을 때 경선을 벌일 수 있도록 미루는 게 맞다”며 “합동연설회에 100명만 들어갈 수 있는데 그중 70명이 당 관계자, 촬영 스태프이면 분위기가 어떻게 살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친이재명계 의원들은 “당헌·당규를 함부로 고쳐선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9일 방송 인터뷰에서 “당헌·당규에 따르면 9월에 대선 후보를 선출하게 돼 있다”며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민생을 잘 챙기는 것”이라며 “경선룰로 서로 싸우고 얼굴 붉히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절대 보여줘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한 중진 의원은 “규정이란 건 지키라고 있는 거지 고치라고 있는 게 아니다”며 “그동안 경선 룰 가지고 분열, 갈등이 있어서 시스템 정당을 하자고 만든 룰을 바꿔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굳이 경선연기론을 말하고 싶으면 후보자들과 지도부가 머리를 맞대고 조용히 고민하면 되는 것”이라며 “이렇게 공개적으로 터뜨리면 싸우자는 것밖에 더 되냐”고 말했다.
 
당헌·당규를 고쳐서 4·7 재·보선에 후보를 냈다가 참패를 한 상황이기 때문에 친이재명계의 원칙론이 명분은 있지만, 친문 진영도 반박 논리가 있다. 전재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대선 후보 경선 연기는 당헌 개정사항이 아니다”라며 “경선 연기가 원칙을 훼손한다는 주장은 틀렸다”고 말했다. 민주당 당헌에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달리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당헌을 고치지 않고도 당무위 의결만으로 경선일 연기가 가능하단 지적이다.
 
또 다른 친문계의 한 재선 의원은 “18대 대선 경선 때도 2012년 런던올림픽과 경선 기간이 겹치면서 흥행을 위해 경선을 연기한 전례가 있다”며 “본선 승리를 위해서 당연히 일정을 연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2년 6월 당시 민주통합당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선 후보 선출 기간을 대선일 180일 전에서 80일 전으로 고치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일부 이재명 지사 지지자들은 “경선을 늦추는 게 반드시 본선 승리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라며 “역대 대선에서 먼저 선출된 후보가 당선됐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보궐선거가 치러진 19대 대선(문재인)을 제외하고, 14~18대 대선(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은 모두 먼저 선출된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했다.
역대 대선 후보 선출 일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역대 대선 후보 선출 일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에 대해 친문 진영에선 “17대 대선 이후로는 선거일 3~4개월 전에 후보를 선출해왔다”며 “180일 전에 후보 선출을 하는 건 너무 빠르다”고 말한다.
 
9일 민주당에서 가장 먼저 대선 출마 선언을 한 박용진 의원은 “경기 규칙은 당 지도부가 현명하게 결정할 것”이라며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는 민주당의 대선 승리라는 목표에만 집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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