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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 지원 감언이설에 속았다"···성주는 4년째 '사드' 속앓이

중앙일보 2021.05.09 14:00
지난달 28일 오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경찰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기지 장비 반입을 위해 육로를 막고 있는 집회 참가자들을 강제 해산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지난달 28일 오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경찰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기지 장비 반입을 위해 육로를 막고 있는 집회 참가자들을 강제 해산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기지를 배치하는 대신 정부로부터 2조2000억원 규모의 지원 사업을 받기로 한 경북 성주군이 4년째 속앓이 중이다. 사드의 정식 배치가 임박한 분위기 속에서 ‘보상책’ 차원의 사업 추진은 지지부진해서다.
 

"200억만 완료…정부 감언이설에 속았다"

9일 성주군에 따르면 사드 배치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성주군이 정부에 건의한 사업은 총 17건이다. 대구~성주 고속도로 건설(8606억원), 대구~성주 광역철도 건설(7000억원), 대구~성주 국도 6차로 확장(1915억원), 제3하나원 유치(1000억원) 등 2조2489억원 규모다. 하지만 지금까지 완료된 사업은 권역별 농산물선별센터 건설과 초전대장길 경관 개선, 소규모 지방도 확장 공사 등 3건(200억원 규모) 수준이다.
 
이에 성주군민들은 “성주군에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정부가 처음에는 무엇이든 해줄 것처럼 설득하더니 결국 감언이설에 지역민들이 속아 넘어간 꼴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육로를 이용해 사드 기지 내로 물자를 반입할 때마다 인근 주민·단체 회원들과의 충돌이 반복되는 것도 군민들의 불만이 높다. 올해 들어서만 1월 22일, 2월 25일, 4월 28일 등 세 차례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주민과 경찰 사이에 충돌이 일어났다.
 
주민과의 충돌은 현재 사드 기지가 ‘임시 배치’ 형태로 운용되고 있어서다. 당초 문재인 정부는 사드의 정식 배치는 일반환경영향평가 후에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7년 4월 사드 기지에 대해 6개월 내 끝나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2017년 7월엔 이를 ‘일반환경영향평가’로 방침을 선회했다. 일반환경영향평가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 비해 기간이 2배 이상 길어진다. 
 
2017년 11월 12일 경북 성주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에서 발사대가 하늘을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11월 12일 경북 성주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에서 발사대가 하늘을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국방부 측은 “기지 내 열악한 생활환경 개선이나 미군이 요구하는 사드 추가 배치와 성능 개량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혀왔다. 주민들과의 충돌로 물자 반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드 기지에서 근무하는 한·미 장병들이 4년째 컨테이너로 지은 임시 건물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앞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지난 3월 방한 당시 사드 기지 내 장병의 열악한 생활 여건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박재민 국방부 차관은 지난 4일 성주군을 방문해 ‘민·관·군 상생협의회’ 발족을 제안하고 나섰다. 박 차관은 이날 유동준 군사시설기획관 등 국방부 핵심 관계자들과 함께 이병환 성주군수 등과 만나 “이른 시일 내 상생협의회를 출범해 지원사업 추진동력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지지부진한 지원 사업에 대해서도 “여기서 자세하게 말씀드리지는 못하지만 (건의사업 지원이)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전과는 다른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상생협의회는 성주군민과 성주군, 국방부가 협력체계를 이뤄 지역발전을 위해 협의하고 정부에 건의하는 소통창구 역할을 하게 된다.
 
4일 성주군청을 방문한 박재민 국방부 차관(오른쪽)이 이병환 성주군수를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박 차관은 이날 국방부와 성주지역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민관군 상생협의회를 조속히 출범하기로 논의했다. 뉴스1

4일 성주군청을 방문한 박재민 국방부 차관(오른쪽)이 이병환 성주군수를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박 차관은 이날 국방부와 성주지역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민관군 상생협의회를 조속히 출범하기로 논의했다. 뉴스1

앞서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 “장병들의 기본적인 시설 공사에 대해서는 주민들이 양해해야 한다”면서 “성주에 약속한 지원 사업은 절차를 밟아 꼭 챙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병환 군수는 “지난 5년간 갑작스런 사드 배치로 피로감이 깊은 군민들이 하루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고 분열된 민심이 통합되도록 범정부 차원에서 배려하고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성주=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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