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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에서 '성장'으로 화두 옮기는 이재명…"공정성 높여 성장"

중앙일보 2021.05.09 05:00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6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이 지사 뒷쪽은 노 전 대통령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6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이 지사 뒷쪽은 노 전 대통령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 연합뉴스

“반칙과 특권 없는 사람 사는 세상, 공정한 세상으로 만들어 가겠습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6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방명록에 남긴 글귀다. 이 지사는 지난달엔 경제력에 비례해 벌금을 차등 부과하자는 아이디어를 ‘공정 벌금’이란 단어로 제안했다. 군가산점제 부활 등 정치권의 청년 정책 논란엔 “청년세대는 공정을 원하지 특혜를 원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내년 3월 9일 열리는 대통령 선거를 10개월 앞두고 ‘공정’이란 화두에 부쩍 집중하는 모양새다.

[시동 걸린 대선, 與 빅3의 키워드 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6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 후 남긴 방명록. 뉴스1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6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 후 남긴 방명록. 뉴스1

공정 화두는 성장 담론과 직결된다. 이 지사는 지난 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흔히 사과를 어떻게 나눌 거냐는 이야기만 주고받지만, 실은 공정이란 나무를 키우고 근본적으로는 경제 성장을 통해 토양까지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원 편중에 따른 비효율이 (저성장) 원인이므로, (성장 전략은)양극화 완화와 구조적인 공정성에 천착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선 10개월 앞두고 꺼낸 ‘성장’ 화두

 
이 지사는 최근 자신을 친(親)기업 정치인이라 소개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경제지 인터뷰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는 결국 기업이 만든다”“정부는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고 불필요한 규제는 화끈하게 풀어야 한다”고 잇따라 발언했다. 경기도청 역시 지난 4일 ‘민선 7기 경기도 131조 2000억원 규모 투자유치’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이 지사의 국내외 기업 투자 유치 실적을 홍보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13일 오후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진행된 화상 투자회의에서 카이 베크만 머크 일렉트로닉스 대표(영상)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13일 오후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진행된 화상 투자회의에서 카이 베크만 머크 일렉트로닉스 대표(영상)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그간 이 지사의 핵심 정책 브랜드는 모든 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보편적으로 나눠주는 ‘기본소득’이었다. 이 지사는 그간 “기본소득은 복지가 아닌 경제 정책”이라고 항변했지만, 국가 재정을 모두에게 나눠주는 정책 특성상 “선심성 퍼주기 공약”이란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 이 지사가 ‘성장’을 전면에 내건 건 중도층을 겨냥한 ‘전략 수정’이란 해석도 있다. 이 지사와 가까운 한 민주당 의원은 “이 지사야말로 누구보다 확실하게 관료 저항을 뚫고 규제 완화를 결단할 수 있는 정치인인데, 외부에선 이를 잘 모르고 있다는 고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가 성장 전략과 관련한 산업 구조 재편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 지사의 한 측근은 “미국 바이든 대통령 체제에서 기후위기와 탈(脫)탄소 문제가 전 세계 정책 화두로 떠오르면서, 국내 산업 구조도 신속히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며 “이 지사는 이를 또 다른 성장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탄소세(稅)를 걷어 기업의 석탄 절감 노력을 촉진하면서, 이를 기본소득 재원으로 보태는 기본소득탄소세 도입도 이 지사 측이 고민 중인 정책이다.
 

20일 ‘성장 공정 포럼’ 출범…이 지사 직접 참석

 
당장 이달 중 출범하는 이 지사 지지 의원모임의 이름 역시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 포럼’(성공포럼)이다. 정성호·김병욱·김영진 의원 등 기존 이재명계 의원 외에도 이해찬 전 대표 시절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정책통 조정식 의원이 합류한다. 중진 안민석·노웅래 의원과 초선 이수진(서울 동작을)·최혜영·황운하 의원 등 참석 의원만 30여 명에 달할 거란 전망이다. 20일 열리는 첫 성공포럼엔 이 지사도 직접 참석한다.
 
노무현 정부 첫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사진 왼쪽)과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멘토로 분류된다. 연합뉴스·뉴스1

노무현 정부 첫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사진 왼쪽)과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멘토로 분류된다. 연합뉴스·뉴스1

이한주 경기연구원장을 중심으로 구축 중인 대학교수·연구진의 정책 네트워크도 이르면 다음 달 중 캠프 출범에 맞춰 공개할 예정이다. 노무현 정부 첫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경북대 명예교수)과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도 이 지사의 정책 멘토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 멘토인 문정인 전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는 지난 3일 출범한 경기도 국제평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합류한 상태다.
 
‘공정성’은 이 지사가 2014년 성남시장 재선 뒤 오랫동안 천착해온 주제다. 경기지사 당선 뒤엔 “새로운 경기, 공정한 세상”을 도정 모토로 정했고, 도청에 공정국(局)을 신설해 도내 가맹·대리점과 대규모유통·하도급 기업의 불공정 거래를 근절하는 데 주력해 왔다. 
 
하지만 이 지사의 성장 정책이 여전히 모호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당내에서조차 “이 지사가 성장을 제대로 얘기한 적은 없지 않냐. ‘성장과 공정’이란 화두를 던졌지만, 아직까진 무슨 의미인지 모호하다”(민주당 의원)는 말이 나온다. 이와 관련 성태윤(경제학) 연세대 교수는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고 규제를 혁파한다면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고소득층까지 전 국민에게 재원을 나눠주는 기본소득은 경제 성장 효과가 크지 않고, 재정 부담만 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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