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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라마단 기간 중 해 진 후 수프 끓여먹는 알제리

중앙일보 2021.05.08 12:00

[더,오래] 전지영의 세계의 특별한 식탁(46)

우리나라는 국물이나 찌개를 즐겨 먹는 식문화를 가지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국물이 있는 따뜻한 수프는 소화도 잘되고 입맛을 돋우는 음식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수프 한 그릇은 몸과 마음의 피로를 눈 녹듯이 녹이는 마법의 힘이 있는 것 같다. 피곤하고 입맛 없을 때 몸의 구석구석 퍼져가는 수프의 온기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세계의 여러 나라 사람들이 즐기는 수프는 재료와 맛은 다양하지만 오랜 시간 재료를 손질하고 끓이면서 많은 정성이 들어가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페루의 크림새우 수프

매콤한 고추의 향과 부드러운 크림이 어우러진 크림새우 수프. [사진 Bex Walton on flickr]

 
우뚝 솟은 화산으로 둘러싸인 역사적인 도시 페루의 아레키파에서 즐겨 먹는 새우크림새우 수프인 추페데카마론은 부드러운 크림과 매콤한 향이 어우러진 수프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추운 밤에 따뜻한 스프로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부드러운 새우와 안데스 지역에서 재배한 감자와 옥수수를 덩어리째 넣어 양도 푸짐해 보인다. 릴팅과 과일향이 어우러진 고추인 아자마릴로(ají amarillo)가 더해져 매콤하면서도 향긋한 과일 향이 새우의 비린내를 없애주고 부드러운 크림이 입안 가득 풍미를 더해준다.

 

나이지리아의 뱅가 수프

고소한 야자나무 열매의 식품성 기름과 신선한 메기, 쇠고기, 그리고 말린 해산물을 넣어 끓인 나이지리아의 뱅가 수프는 일반 시장에서 뱅가 수프의 향신료 묶음이 판매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뱅가 수프의 향신료로는 아프리카 육두구, 캐스터씨, 오리마, 얀자, 베레테 잎 등을 사용한다. 소고기와 메기, 말린 해산물이 풍부한 단백질을 공급해 주고 다양한 향신료와 고소한 야자나무의 기름과 향신료 등이 그 풍미를 더해주어 더운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 보양식으로 즐겨 먹는 수프다.

 

동유럽의 보르슈트 수프

붉은 비트로 만든 보르슈트 수프. [사진 Alpha on flickr]

붉은 비트로 만든 보르슈트 수프. [사진 Alpha on flickr]

 
보르쉬는 비트(beet, 두껍고 둥근 뿌리에 붉은색이 도는 채소) 뿌리로 만든 붉은색이 나는 수프로 러시아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폴란드 등 동유럽 여러 국가에서 즐겨 먹는 수프다. 중세 동유럽 사람들의 주식은 대체로 밋밋한 맛의 흑빵이나 죽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입맛을 돋우기 위해서 신맛으로 상큼한 자극을 주곤 했다. 보르슈트 수프에도 신맛을 내기 위해 식초는 물론, 스메타나(Smetana, 동유럽식 사워크림), 사우어크라우트 등의 채소 절임, 수영(sorrel, 시금치 잎과 비슷하게 생긴 잎에서 신맛이 나는 식물), 루바브(rhubarb, 붉은 잎자루에서 신맛이 나는 식물), 발효시킨 비트즙을 넣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프랑스의 콩소메 수프 

담백하고 맑은 해산물 콩소메 스프. [사진 NwongPR on flickr]

담백하고 맑은 해산물 콩소메 스프. [사진 NwongPR on flickr]

 
프랑스 남쪽 지방에서부터 시작된 담백하고 맑은 해산물 콩소메 수프인 부일라비스는 흰살생선과 조개류 등을 사용해서 만든다. 깨끗하게 손질한 해산물에 토마토, 아스라거스, 백포도주, 올리브기름 등을 한데 넣고 끓이면서 소금·후춧가루로 간을 한다. 샤프란, 올리브유, 펜넬, 마늘, 토마토를 곁들어 더욱 깊은 맛을 낸다. 프랑스의 마르세유에서는 부일라비스 스프를 먹는 방법이 좀 특이한데 먼저 고깃국물에 빵을 담아 제공하고 다른 그릇에 양념한 해산물과 채소를 담아 따로 제공해서 먹는다.
 

스페인의 차가운 가자파초 수프

스페인의 안달루시아의 더운 여름에 더위를 식히며 입맛을 돋우는 차가운 수프인 가즈파초는 새콤달콤 토마토의 싱싱한 맛이 일품인 수프이다. 야채수프 한 그릇으로 더위를 식히기에 이상적이고 토마토, 오이, 마늘, 올리브 오일을 포함하며, 몸에 오래된 빵가루를 약간 첨가하여 만든다. 토마토가 유래되기 전에 아랍인들은 토마토를 넣지 않고 빵, 마늘, 올리브유를 섞은 것으로 절구에 찧고 식초로 간을 해서 먹었다고 한다.
 

포르투갈의 칼두베르데 수프

짭조름한 소세지를 넣어 먹는 칼두베르데 수프. [사진 Mateus Hidalgo on Wikimedia Commons]

짭조름한 소세지를 넣어 먹는 칼두베르데 수프. [사진 Mateus Hidalgo on Wikimedia Commons]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전통 수프인 칼두베르데는 올리브오일, 감자, 양배추를 넣어 끓인 수프로 마늘과 소시지를 넣어 옥수수빵과 레드와인을 곁들여 먹는다. 특히 이 수프에 이용되는 양배추는 향이 아주 좋은 진한 녹색의 포르투갈 양배추로 가늘게 썰어 듬뿍 넣어 끓인다. 부드러운 포르투갈산 츄리뇨 소시지는 스모키하고 짠맛이 특징인데 수프에 넣어 와인과 함께 즐기면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다.
 

알제리의 초르바 프릭 수프

라마단 금식기간 해 진 후 먹는 초르바 프릭 수프. [사진 IssamBarhoumi on Wikimedia Commons]

라마단 금식기간 해 진 후 먹는 초르바 프릭 수프. [사진 IssamBarhoumi on Wikimedia Commons]

 
이슬람교도들은 한 달 동안 진행되는 라마단 금식기도 기간에는 해가 떠 있을 때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 해가 진 후 굶주리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안성맞춤인 음식이 바로 이 초르바 프릭 수프다. 프리케라고 불리는 녹색을 띤 밀, 병아리콩과 함께 닭고기, 쇠고기, 양고기 등을 넣고 푹 끓여낸 수프는 토마토와 향기로운 향신료, 레몬 등으로 고기 누린내를 없앤다. 담백한 빵 한 덩어리와 함께 빈 속을 든든히 채우면서 힘겨운 라마단 금식 기간을 버틸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서아프리카의 고소한 땅콩수프 

고구마와 오크라(Okra)는 서아프리카 전역에서 많이 재배되고 인기 있는 식재료다. 고기와 생선, 닭고기에 고소한 땅콩과 함께 고구마와 오크라를 넣어 푹 끓여내면 고소한 풍미가 일품인 서아프리카의 전통 수프 그라운드넛 수프가 완성된다. 서아프리카 전역에서 즐겨 먹는 음식으로 수프의 재료는 다양하게 응용하여 사용하고 있다. 종종 스카치 보닛 고추를 첨가함으로써 불꽃 같은 매운맛으로 충격을 주기도 한다.

 

멕시코의 곱창 수프

숙취 해소에 좋은 곱창과 호미로 만든 메누도 수프. [사진 Ron habla hispana on Wikimedia Commons]

숙취 해소에 좋은 곱창과 호미로 만든 메누도 수프. [사진 Ron habla hispana on Wikimedia Commons]

 
메누도는 곱창과 호미로 만든 멕시코의 전통 수프로 숙취 해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메누도는 주로 아침 식사로 숙취 해소용으로 많이 만들어 먹지만 결혼식이나 큰 행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수프로 거대한 냄비에 하나 가득 끓여서 수십 명의 손님에게 나누어 주는 잔치 음식으로도 만들어 먹는다. 생양파, 칠리, 고수잎으로 만든 고명을 얹어 향긋함을 더한다. 껍질을 벗겨 거칠게 분쇄한 옥수수 알갱이인 호미니 알갱이가 들어가서 곱창과 함께 씹히는 맛이 특별한 수프다.

 

브라질의 코코넛 수프 

모케카 데 까마루앙은 고소한 코코넛 밀크에 새우를 넣고 끓인 브라질의 대표 수프다. 모케카 수프는 멕시코에서 나는 검은 점토와 맹그로브 나무의 수액으로 만든 수제 항아리에 요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새우나 기타 해산물을 넣어 요리하는데 고수를 가니쉬로 얹어서 먹기도 한다.
 

인도네시아의 닭고기 수프 

소토아얌은 인도네시아 전통 닭고기 수프로 신선한 강황, 스타라니즈, 계피, 레몽그래스, 라임잎 등의 향신료가 깊은 층의 향과 풍미를 더해주고 반숙 달걀을 올려 먹는다. 먹기 직전 레몬즙을 뿌려 고기의 누린내를 없애주기도 한다. 소토아얌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수리남에서 인기가 많다. 황색 닭 육수를 만들기 위해 강황을 첨가하기도 한다. 감자튀김과 셀러리 잎과 함께 먹기도 하며 튀긴 샬롯은 보통 고명으로 추가된다.
 

터키의 요구르트 수프 

감기 예방에 좋은 요구르트 수프. [사진 E4024 on Wikimedia Commons]

감기 예방에 좋은 요구르트 수프. [사진 E4024 on Wikimedia Commons]

 
터키에서는 요구르트를 즐겨 먹는데 쌀이나 보리와 함께 끓여 크림같이 달콤한 야일라 오르바시 수프를 만들어 먹는다. 새콤한 요구르트에 곡류 알갱이가 들어가면 단맛을 더해준다. 이 수프는 겨울 동안 감기를 막아주고, 회복 중인 환자들에게 회복식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마른 민트 조각으로 향긋한 풍미를 더해주고 신선한 피타빵을 곁들여 먹는다. 
 

헝가리의 굴라쉬 수프

헝가리의 대표적 고기 수프인 굴라쉬 수프는 추운 지방에서 먹기에 알맞게 만들진 감자, 소고기, 양파, 샐러리 등을 이용한 진한 소고기 수프다. 주로 중앙 유럽에서 먹지만 유럽의 다른 지역에서도 먹는 일반적인 식사이며 헝가리의 대표적인 전통 수프다. 굴라쉬 수프는 9세기경 헝가리 목동들이 육류를 오래 보관하기 위해 태양에 말린 후 필요할 때 물을 넣어 찌개로 끓여 먹은 것에서 유래된 것으로 본다.

 

이탈리아의 지중해식 건강수프 

지중해식 미네스트로네 수프. [사진 pixabay]

지중해식 미네스트로네 수프. [사진 pixabay]

 
이탈리아의 대표적 야채수프로, 속을 잘 달래 주어 이탈리아인들이 즐기는 수프다. 베이컨, 양파, 셀러리, 당근, 감자, 토마토를 를 볶아 향료를 첨가해 끓인 수프로 파세리를 곁들인다. 미네스트로네는 딱히 정해진 재료 없이 계절마다 혹은 지역마다 구하기 쉬운 채소와 그 밖의 가용 식재료들을 넣어 만들었기 때문에 가난한 농부의 소박한 요리라는 인식이 강했으나, 최근 미네스트로네의 건강상 이점이 부각되면서 지중해식 식사로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입맛이 없을 때 부드럽게 입안에서 퍼지는 세계의 수프들로 아침상을 차려보는 것은 어떨까? 냉장고의 자투리 야채를 넣어 우아한 이탈리아의 지중해식 미네스트로네 수프를, 더운 날에는 토마토를 넣은 스페인의 새콤달콤 가스파초수프를, 색다른 것을 즐기고 싶은 날엔 매콤한 고추의 향과 부드러운 크림이 어우러진 페루의 추페 데 카마론 크림수프를 만들어 보면 좋을 것 같다.
 
세종대 관광대학원 겸임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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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영 전지영 세종대 관광대학원 겸임교수 필진

[전지영의 세계의 특별한 식탁] 모두 꿈꾸는 세계여행. 여행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음식이다. 전 세계의 음식을 통해 지구촌 생활상을 엿보고자 한다. 우리 생활 전반에 찾아온 수입식품과 세계음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더해 맛으로 풍요로워지는 경험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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