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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 철회에 발끈한 중국, 호주와 경협·대화 중단

중앙선데이 2021.05.08 00:20 735호 10면 지면보기
중국이 호주와의 관계를 사실상 중단하는 ‘초강수’를 뒀다. 지난 6일 호주와의 경제 협력과 전략 대화를 무기한 중단한다고 전격 발표하면서다. 중국 정부는 “호주가 중국과 체결한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데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7일 “양국 외교 채널이 공식 중단된 건 처음”이라며 “중국의 국익을 위한 단호한 조치”라고 전했다. 중국이 호주를 ‘본보기’로 삼아 서방 국가들을 향해 경고장을 보낸 것이란 분석이다.
 

협정 파기에 관계 끊는 초강수
본보기 삼아 서방 향해 경고장

파국의 발단은 마리즈 페인 호주 외무장관이 지난달 19일 발표한 성명이었다. 호주는 2018년 10월 오세아니아에서는 유일하게 중국과 일대일로 양해각서를 체결한 국가였다. 하지만 페인 장관은 이날 “호주의 외교 정책과 맞지 않다”며 일대일로 협정 철회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호주 주재 중국대사관도 즉각 “호주가 취한 또 하나의 불합리하고 도발적인 조치”라며“이번 결정은 양국 관계를 크게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두 나라 관계는 호주가 화웨이의 5G 장비 사용을 공개적으로 금지한 첫 번째 국가가 된 2019년 이후 악화되기 시작했다. 호주 정부는 보안 유출 우려가 있다며 화웨이의 정부 기관 입찰과 장비 사용을 금지했다. 지난해 4월엔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원을 밝히기 위한 국제사회의 독립적인 조사를 요구하며 한 걸음 더 나갔다. 홍콩과 신장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 궤를 같이하며 중국 정부와 각을 세웠다.
 
중국의 반격도 만만찮았다. 호주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호주가 대립각을 세울 때마다 무역 제재 수위를 높였다. 와인·목재·석탄·쇠고기 등 호주산 주요 수입품에 대한 관세도 10% 이상 올렸다. 반면 지난해 호주에 대한 중국의 투자는 전년 대비 62%나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호주가 중국의 핵심 정책인 일대일로와의 관계를 끊자 중국도 ‘전략경제대화 무기한 중단’이란 강수로 맞대응했다. 2014년 시작된 양국 간 전략경제대화는 경제·투자 분야를 논의해온 핵심 협의체이자 최고위급 대화 채널이었다. 저우팡인 광둥대 교수는 “중국이 이렇게 주요 국가와의 외교 관계를 단절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호주에 분명한 경고를 보냄과 동시에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서방 국가 중에서도 유독 호주에 대해 강경 대응하는 것은 미국 행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쿼드(Quad)’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호주는 미국·인도·일본과 함께 쿼드의 정식 회원국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호주에 대한 전례 없는 공세에는 중국을 압박하는 서방 국가들에게 결코 밀리지 않겠다는 베이징 강경파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진단했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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