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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록산수화 대작 ‘무릉도원도’ 100년 만에 선보인다

중앙선데이 2021.05.08 00:20 735호 12면 지면보기
청전 이상범이 스물 다섯에 후원자의 요청을 받아 그린 청록산수 ‘무릉도원도’(1922). 그동안 있다는 사실만 알려져 있다가 이번 ‘이건희컬렉션’을 통해 존재를 드러냈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청전 이상범이 스물 다섯에 후원자의 요청을 받아 그린 청록산수 ‘무릉도원도’(1922). 그동안 있다는 사실만 알려져 있다가 이번 ‘이건희컬렉션’을 통해 존재를 드러냈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청전 이상범이 약관 25세에 후원자의 의뢰를 받고 그린 ‘무릉도원도’(1922). 스승 심전 안중식이 그린 ‘도원문진도’(1913)의 맥을 잇는 아름다운 청록산수화로 세로 158.6cm, 가로 390cm에 이르는 대작이다.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다고만 알려진 이 작품이 100년 만에 대중 앞에 나선다. 국립현대미술관(MMCA)의 ‘이건희컬렉션’을 통해서다.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공개
김기창 ‘군마도’ 나혜석 ‘화녕전작약’
모네·르누아르·달리 등 세계적 명작
8월부터 서울관서 3부로 나눠 전시

MMCA는 7일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소장 기증 미술품 가운데 MMCA에 기증된 1488점(1226건) 중 주요 작품 내역을 공개했다. 한국화로는 ‘무릉도원도’에 이어 운보 김기창의 역동적인 필력이 최고조에 달한 ‘군마도’(1955)와 일제 강점기 금강산에 숨어 살며 스케치 작업에 몰두하던 소정 변관식이 금강산의 비경을 농익은 솜씨로 그린 ‘금강산 구룡폭’(1960년대)이 눈에 띈다.
 
근현대 그림 중 ‘화녕전작약’(1930년대)은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문인이었던 나혜석이 수원 고향집 화녕전 앞에 핀 작약을 그린 작품이다. 많은 그림을 남겼지만 대부분 소실된 상황에서, 진위를 따질 때 기준으로 삼는 귀한 자료다. 나혜석처럼 도쿄여자미술학교를 나와 파리 유학까지 다녀온 백남순은 평안북도 정주의 오산고보에서 미술 교사로 있으면서 이중섭 등에게 그림을 가르쳤다. 그가 한국의 무릉도원과 서양의 아르카디아 전통을 접목해 그린 ‘낙원’(1937)은 30년대 백남순의 유일한 작품이다.
 
최초로 조선미술전람회 서양화부 추천작가가 됐지만 29세에 요절한 김종태의 현존 작품은 총 4점인데, 이번에 ‘사내아이’(1929)를 기증받음으로써 MMCA는 모두 3점을 확보하게 됐다.
 
나혜석의 ‘화녕전작약’(1930년대).

나혜석의 ‘화녕전작약’(1930년대).

한국인의 은근과 끈기를 소에 빗대 그려온 화가 이중섭에게 특히 흰 소는 백의민족을 상징한다. 현존하는 약 5점의 ‘흰 소’ 중 72년 개인전과 75년 출판물에 등장했다가 행방이 묘연했던 ‘흰 소’(1953~54)도 모습을 드러냈다.
 
MMCA에 기증된 ‘이건희컬렉션’은 한국 근현대 작가의 경우 238명의 작품 1369점에 이른다. 작가별 작품 수는 유영국 화백이 187점으로 가장 많고, 이중섭(104), 유강열(68), 장욱진(60), 이응노(56), 박수근(33), 변관식(25), 권진규(24) 순이었다. 외국의 경우 클로드 모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살바도르 달리, 파블로 피카소 등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근대작가 8명의 작품 119점이다. 윤범모 MMCA 관장은 “1000점이 넘는 대량 기증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금까지의 소장품 8782점에 더해 소장품 1만점 시대가 열렸다”며 “무엇보다 MMCA의 근대미술 컬렉션이 질적·양적으로 크게 도약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건희컬렉션’이라는 공식 명칭을 사용해 평생 수집한 미술품을 국민의 품으로 보내준 고인과 유족의 정신을 기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MMCA는 오는 8월 서울관에서 ‘이건희컬렉션 1부: 근대명품’을 시작으로 ‘2부: 해외거장’(12월), ‘3부: 이중섭 특별전’(2022년 3월)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
 
정형모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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