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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무잡잡하다며 ‘똥남아인’ 깔봐” 일손 돕는 이주민 ‘내로남불’ 비하 심해

중앙선데이 2021.05.08 00:02 735호 6면 지면보기

[SPECIAL REPORT] 외국인 230만 시대

국내 노동력 부족 사태로 건설 현장, 공장, 농촌 지역 등에서 외국인 노동자 고용이 갈수록 늘고 있다. 경기도 한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중앙포토]

국내 노동력 부족 사태로 건설 현장, 공장, 농촌 지역 등에서 외국인 노동자 고용이 갈수록 늘고 있다. 경기도 한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중앙포토]

“이삿짐 센터에서 일한 적이 있어요. 나중에 주인집에서 센터로 연락이 왔는데 그릇이 몇 개 깨져 있었나 봐요. 변상하라는 것이죠. 집주인도 그렇고 센터 동료들도 다들 일이 서툰 제가 책임이 있는 것처럼 여기더라고요. 실수한 적이 없는데 한국 사람이 아니라서 내게 책임을 돌리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습니다.”
 

무시당하는 국내 거주 외국인
“하루 10시간 일했는데 임금 안 줘”
미나리 농장 등 곳곳 체불·부당대우

“언어적 비하 경험했다” 56% 달해
AFP “경제 강국 한국서 인종차별”
피해 민원 묵살하는 정부도 책임

지난해 11월 경기도 포천의 한 이사업체에서 일하던 캄보디아 청년 A(26)씨가 겪었던 불쾌한 경험을 털어놓았다. 한국에 온 지 만 3년이 됐다는 그는 이사업체에서 일한 지는 석 달 째라고 했다. 다행히도 주인집 초등학생 아이가 장난감을 뒤지다가 그릇을 깨뜨렸다고 털어놓아 오해가 풀렸지만 A씨는 마음이 많이 상했다고 했다. 그는 “이사업체에서 일한 경력이 짧다 보니 일이 숙달되지 않아 생긴 오해라고 여기기도 했어요. 하지만 내가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동남아시아인이라 그런 대우를 받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지요”라며 씁쓸해했다.
  
백인엔 호의적, 유색인종은 혐오
 
국내 노동력 부족 사태로 건설 현장, 공장, 농촌 지역 등에서 외국인 노동자 고용이 갈수록 늘고 있다. 부산의 미나리 농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중앙포토]

국내 노동력 부족 사태로 건설 현장, 공장, 농촌 지역 등에서 외국인 노동자 고용이 갈수록 늘고 있다. 부산의 미나리 농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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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한국에 온 첫해인 2018년에 자신보다 먼저 한국 땅을 밟은 고향 친구로부터 “일부 한국인들이 동남아시아인을 ‘똥남아인’이라고 한다”며 “기분 나쁘더라도 그냥 넘기라”는 팁(?)을 듣기도 했다. ‘똥남아인’은 더럽고 지저분하다는 의미다. A씨는 동남아시아인을 비하할 때 한국인들이 종종 사용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에는 이삿짐을 나르는 외국인 노동자 수가 적지 않다고 한다. 중국 동포부터 베트남, 캄보디아, 네팔, 필리핀, 방글라데시, 우즈베키스탄 등 다양한 국적의 아시아인이 일하고 있다. 일용직 잡부를 비롯해 많은 부분에서 노동력이 부족한 한국에선 이제 이삿짐 노동자도 외국인을 쓰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법무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대략 230만명(2020년 말 기준)이다. 2010년 93만여명이던 외국인 거주자는 10년 만에 1.5배로 늘었다. 한국은 이미 단일문화 사회가 아닌 글로벌 다문화 사회가 됐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 이들은 일상생활에서 차별과 혐오의 대상으로 자주 노출된다. 지난 3월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가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의무 검사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바이러스가 인종이나 국적을 가리지 않는대도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이 같은 조치는 인권침해, 차별, 부당대우라는 논란이 일었다. 주한 외국대사 등도 정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며 파문이 컸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다문화 외국인 등 이주민 관련 단어를 포함하는 트윗 1만개를 분석한 자료에도 차별 실태는 잘 드러난다. ‘외국인 노동자’ 연관 단어로 ‘동남아, 비하, 반대, 혐오, 추방’ 등이 추출됐고, ‘불법체류자’ 연관 단어로는 ‘저학력, 새끼, 혐오, 결사반대’ 등 단어들이 포함됐다. 또 인권위가 지난해 3월 발표한 ‘한국 사회 인종차별 실태와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법제화 연구’에 따르면 이주민 중 ‘언어적 비하’를 경험한 이는 56.1%, ‘기분 나쁜 시선’을 겪은 이는 43.1%로 조사됐다.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 특히 중국 동포와 동남아·중앙아시아, 아프리카계 출신들에 대한 차별과 무시가 얼마나 일상화돼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해외에서 우리 동포나 한국인 유학생, 스포츠·연예스타가 혐오 범죄의 대상이 되거나 현지인으로부터 비하 발언을 듣는 등 차별이나 혐오의 대상이 됐다는 뉴스가 전해질 때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공분을 쏟아낸 사례가 최근 적지 않다. 하지만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차별과 혐오 문제는 비단 해외 어느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한국에서도 미국이나 유럽계 백인보다 주로 유색 인종인 아시아계 외국인을 향한 차별과 부당대우가 적지 않다. 서울 이태원에서 만난 한 아프리카계 외국인은 “2년 전쯤 친구와 함께 외국인이 많이 간다는 서울의 한 클럽에서 피부색 때문에 입장을 거부당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백인에게는 호감을 표하거나 비교적 잘 대해주고, 흑인이나 유색인종은 무시하는 듯한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이런 ‘내로남불’ 상황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논란거리가 된 지 오래다.
 
국내에서 벌어지는 외국인 차별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노동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젊은 일손이 부족한 농어촌 지역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면서 차별과 부당대우 사례가 자주 발생한다. 특히 작물 중 겨울 일손이 많이 부족한 미나리 수확기에 일시적으로 고용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적지 않다.  
 
2년 전 전남의 한 미나리 농장에서 겨우내 일을 했다는 베트남인 D(32)씨는 “추운 겨울에 손이 퉁퉁 불어터지면서 하루 10시간 이상 일했지만 농장주가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아 생계에 큰 지장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그와 함께 일한 또 다른 베트남인 2명과 필리핀인 1명도 역시 임금 일부만 받고 계약된 돈을 다 받지 못했다고 했다. 임금 체불을 항의하면 돌아오는 답은 욕설과 협박이었다는 것이다. D씨는 “전국에 우리 같은 미나리 농장에서 차별받고 무시당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비슷한 사례는 과거에도 몇 차례 언론에 보도돼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다. 2015년 9월 부산의 한 미나리 농장에서 일했던 외국인 노동자 3명이 임금 7000만원을 받지 못하고 거리에 내몰렸다. 일하면서 머문 숙소도 계약서에 주택으로 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허름한 컨테이너였다고 한다.
  
첫 흑인 혼혈 모델 한현민도 봉변
 
이런 차별의 행태는 오프라인에서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종종 나타난다. 여행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C씨는 지난해 4월 올린 영상 때문에 인종차별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방글라데시를 방문했을 당시에 찍은 영상을 편집해 올렸다. 그런데 ‘177㎝의 평균 키 한남도 여기서는 연예인 됨’ 제목에서부터 문제가 됐다. 그는 이 영상에서  “방글라데시의 평균 키는 160㎝, 한국 평균 키(177㎝)의 한국인이 최빈국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한복판에 홀로 서봤다”며 “생각지도 못했던 시선들과 인기를 한몸에 받게 됐다”고 해당 영상을 소개했다. 작은 키를 가진 현지인보다 한국인이 더 우월하다는 듯한 표현이 인종차별이라는 논란이 벌어지고 비난 댓글이 쏟아지자 C씨는 “내로남불 지적 감사하다”며 급히 영상의 제목을 수정하기도 했다.
 
한국사회에서 벌어지는 이런 차별 실태와 관련해 외신도 따가운 지적을 한 바 있다. 지난 2017년 AFP통신은 한국 최초 흑인 혼혈 모델인 한현민씨의 사례를 소개한 바 있다. 당시 한씨는 “한 디자이너로부터 ‘흑인에게는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입힐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AFP 통신은 “한국은 세련되고 첨단기술이 발달한 나라지만 경제·문화 강국인 한국의 이면에는 인종 차별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쉼터인 ‘지구인의 정류장’ 김이찬 대표는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에는 정부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가령 고용노동부가 이주노동자에게 직장을 알선했는데 근로계약서와 다른 내용의 처우를 받았다면 이들의 불만이나 피해 민원을 공식 접수하고 일정 기한 내에 처리하는 책임을 보여야 하는데 사업장 변경 민원의 처리 기한이 없다”며 “이주노동자를 고객으로까지 생각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사람으로 대우해야 하지 않겠나”고 지적했다.
 
착한 한국 시어머니, 못된 외국 며느리…영화·TV 속 차별도 심각
영화 ‘청년경찰’

영화 ‘청년경찰’

“이 동네 조선족들만 사는데, 밤에 칼부림도 많이 나요. 여권 없는 범죄자들도 많아서 경찰도 잘 안 들어와요. 웬만해선 길거리 다니지 마세요.” 동시에 화면은 서울 대림역 12번 출구를 비춘다. 2017년 개봉한 영화 ‘청년경찰’에 나오는 장면이다. 중국 동포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대림 지역을 연상하게 만드는 장치다. 또 다른 장면에는 조선족 역의 배우가 가출 청소년을 납치해 잔혹 범죄를 저지르는 장면이 여과 없이 묘사된다.
 
당시 중국 동포 60여 명이 영화제작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중국 동포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가 퍼졌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원고 측 주장을 일부 인정해 제작사에 화해 권고 결정을 내렸다. 예술작품의 혐오 조장에 법률적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다. 이후 제작사가 중국 동포들에게 사과문을 전달하며 사건은 마무리됐다.  
 
박옥선 다문화이민자지원센터 대표는 “영화를 본 사람 중에는 조선족은 쓰레기라는 인식을 한 이가 적지 않았다”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한희정 국민대 교수도 “2000년대 초반 미디어에서 중국 동포는 순진한 이미지로 묘사됐지만 2010년 크게 흥행한 영화 ‘황해’, 이어 개봉한 ‘차이나블루’‘신세계’ 등 중국 동포가 범죄자로 등장한 영화들로 인해 이들이 혐오의 대상으로 굳어졌다”고 지적했다.
 
방송계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EBS ‘다문화 고부열전’과 KBS1 ‘이웃집 찰스’는 외국인과의 상생과 화합이 아닌 내·외국인 사이의 갈등과 차별을 지나치게 부각해 뭇매를 맞았다. ‘다문화 고부열전’은 한국인 시어머니를 피해자로, 외국인 며느리를 갈등 유발자로 묘사해 논란이 됐다.
 
불편함을 느끼는 건 시청자뿐만이 아니다. 필리핀 국적의 부인과 ‘다문화 고부열전’에 출연했던 김모씨는 자신의 SNS에 “부인과 결혼 전 협의한 내용을 마음대로 편집해 마녀사냥 당하게 했다”는 글을 남겼다.  
 
과거 ‘이웃집 찰스’에 출연했던 다문화가족 이모씨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촬영하는 동안 편견 없이 바라본 사람들의 인터뷰는 다 편집되고, 불쌍한 사람처럼 취급한 인터뷰만 방송됐다”며 “안타까움을 조성해서 차별을 없애자는 메시지를 전하려고 한 것 같으나 그 안타까움이 또 다른 차별을 담고 있다는 사실은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미디어 속 차별과 혐오는 은밀하게 현실에 투영된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다. 지난 2월 KBS 특집 다큐멘터리 ‘호모 미디어쿠스’ 포스터 논란이 대표적이다. 미디어 사용의 변화를 인류의 진화과정에 빗댄 일러스트에 인류가 마치 흑인종에서 황인종, 백인종으로 진화한 듯한 그림을 사용해 문제가 됐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인종차별이라는 걸 알아채지 못한 거냐”는 반응이 나오자 KBS는 포스터를 수정해 재배포했다.
 
김도연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다문화가정, 외국인을 타자화하는 방송은 외국인과 직접적으로 교류할 일이 없는 내국인들에게 은밀한 차별을 유도한다”며 “우리 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는 현실과는 달리 사회를 분열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고성표 기자, 윤혜인·원동욱 인턴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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