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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쓰는 게 제일 좋아” 빚 수렁에 빠진 中 Z세대

중앙일보 2021.05.07 17:53
“제 또래는 외모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요. 저와 제 팬들은 수입의 40% 이상을 화장품이나 옷을 사거나 미용 시술을 받는 데 쓰곤 해요. 때론 위스키나 보드카, 아트토이도 구입하고요.”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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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유명한 20대 왕훙(인플루언서)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SCMP는 그의 사례를 들며 “1995년에서 2010년 사이에 태어난 중국의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사치품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고 요즘 젊은층의 소비 패턴에 대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서 팔리는 명품ㆍ사치품의 15%는 Z세대가 사들이는 것이다. 전 세계 평균이 10 % 내외라는 것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이들의 소비를 주목해야 하는 건, 중국의 Z세대가 2억6000만 명(2020년 기준)에 달하기 때문이다. ‘궈차오’라 불리는 애국 소비에 열광하면서도 자신의 개성을 중요시하고 명품을 사들이는 데 망설이지 않는 이들은 2025년께 전체 인구의 약 30%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패션ㆍ뷰티ㆍ명품업계는 이들이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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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럭셔리한 생활 꿈꾸는 중국 Z세대 부채 문제 심각

문제는 이 세대에게, 이 같은 열망을 실현할 ‘돈’이 부족하단 사실이다.  
 
중국에서 베이징이나 상하이와 같은 주요 대도시에 거주하려면 주거 비용이 엄청나게 든다. 한 청년은 “만약 선전과 같은 도시에서 집을 산다면 평생 행복할 수 없을 것 같다”며 “대출을 갚고 필수적인 생활비를 쓰고 남는 돈은 얼마 되지 않아 여유를 즐길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SCMP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러다 보니 ‘빚의 수렁’에 빠지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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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민은행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에서 6개월 이상 연체된 신용카드 대출금은 약 854억 위안(약 14조 6000억 원)에 달한다. 10년 전에 비해 10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렇게 빚을 지고 있는 이들의 절반이 90년대생이다. 지난 1월 기준 중국의 단기 가계부채는 8조 8000억 위안(약 1508조 원)이 넘는다.  
 
또 다른 조사를 보자. HSBC의 발표에 따르면 1990년대생 중국 젊은이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지난 2019년 기준 1850%에 달했다. SCMP는 “여러 개의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많을뿐더러, 카드가 없더라도 온라인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어 대출이 일반적인 일이 됐다”고 짚었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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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 때문일까. 중국 정부가 ‘핀테크 규제’에 나선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젊은층의 부채를 우려하기 때문이란 보도들도 나온다.  
 
중국 Z세대가 열광하는 글로벌 명품업계에서도 이런 상황을 주의 깊게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징데일리는 “이들의 부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Z세대의 소비에 기대고 있는 여러 업체들이 눈여겨봐야 할 사실"이라며 "언제든 소비 패턴이 변할 수 있단 얘기”라고 짚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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