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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 170명 집합시킨 '배식 실패' SNS 폭로···"고기 더 주겠다"

중앙일보 2021.05.07 13:18
지난해 12월 국방부에서 열린 2020년 연말 전군주요지휘관 회의에 참석한 서욱 국방부 장관과 주요 지휘관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국방일보]

지난해 12월 국방부에서 열린 2020년 연말 전군주요지휘관 회의에 참석한 서욱 국방부 장관과 주요 지휘관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국방일보]

 
병사들이 쏜 SNS 폭탄에 170여명의 장군이 집합했다. 최근 병영 내 부실 급식과 생활여건에 대한 불만이 외부로 쏟아지면서다. 7일 오전 서욱 국방부 장관 주관으로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단체휴가’와 ‘구매대행’ 등 대책이 나왔다.

중대 단위 단체 휴가 도입해
고기 10% 더 많이 담아 준다
격리 장병 '구매대행' 서비스

 
군 당국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병영 확산을 막기 위해 강도 높은 방역 조치를 시행했다. 하지만 격리 장병에 대한 부실 배식 사례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육군훈련소에서는 훈련병이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화장실조차 마음대로 이용하지 못한다는 제보가 올라오면서 공분을 샀다.  
 
육군 훈련소 부실 급식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캡쳐]

육군 훈련소 부실 급식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캡쳐]

 
서 장관은 이날 화상으로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시작하며 “국방부 장관으로서 다시 한번 책임을 통감하고 전군의 지휘관들과 함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사과 발언을 꺼낸 지 열흘 만에 한 번 더 고개를 숙였다.
 
군 당국은 배식 문제를 개선하기로 했다. 부실 배식이 발생하지 않도록 간부가 직접 챙겨보겠다고 했다. 병사들이 선호하는 돼지ㆍ닭ㆍ오리고기 등 배식을 10% 정도 늘린다는 계획도 밝혔다. 앞으로 고기를 더 많이 주겠다는 얘기다.
 
지난달 28일 서욱 국방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서욱 국방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연합뉴스

 
배식 실패에 대한 대책도 마련했다. 배식량이 부족할 경우 참치캔ㆍ곰탕ㆍ짜장/카레 소스와 같은 ‘비상부식’과 컵라면으로 공백을 메우겠다고 했다. 신세대 장병 취향을 고려 브런치는 주 1회, 배달음식은 월 1회 제공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병영 내 구매대행 서비스도 새로 마련했다. 격리 장병이 휴대폰으로 필요한 물품을 신청하면 다른 장병이 대신 구매해 전달하는 “PX 이용 도우미 제도”를 시행한다.
 
조리병이 대형 솥에서 끓인 국을 보온 운반차에 옮겨 담고 있다. 중앙포토

조리병이 대형 솥에서 끓인 국을 보온 운반차에 옮겨 담고 있다. 중앙포토

 

중대 단위 단체 휴가 다녀온다

 
군 당국은 휴가제도 개선 방안도 내놨다. 앞으로 중대 단위 단체 휴가도 가능해진다. 부대 병력의 최대 35% 이내까지 휴가비율을 확대 적용한다. 단체로 휴가를 다녀오면 평소 머물던 생활관을 격리시설로 지정해 생활여건을 보장할 수 있다는 복안에서다.
 
당장 사흘 뒤 10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휴가를 다녀오면 14일 동안 격리하고 PCR 검사는 두 번 받게 된다.  
 
단체 휴가를 보내기 어려운 부대는 별도의 격리장소를 마련한다. 논란이 됐던 급수ㆍ난방ㆍ화장실 등 기본 편의 제공에 문제가 없도록 살피겠다고 했다. 세탁기ㆍ건조기ㆍ에어컨이 정상 작동하는지도 확인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부대 내 격리시설 확보가 어려운 경우 사ㆍ여단급 이상 부대, 대대급 이상 상급부대에 격리 시설을 통합 운용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서울역 임시선별진료소에서 휴가를 마치고 복귀를 앞둔 군 장병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서울역 임시선별진료소에서 휴가를 마치고 복귀를 앞둔 군 장병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훈련소 생활 여건도 개선한다. 시설이 부족한 경우 샤워 컨테이너ㆍ이동식 화장실ㆍ옥외 세면장을 마련한다.
 

격리 장병, 휴대폰 점호 가능

 
군 당국은 격리 장병의 휴대전화 사용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했다. 격리 장병은 휴대폰으로 점호를 받게 된다. 격리 장병의 코로나 블루 극복을 위한 전문상담관 심리상담도 강화한다.
 
병영 내 불만을 토로한 게시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병영 내 불만을 토로한 게시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신고자의 익명성이 보장되는 휴대전화 신고 앱을 마련해 병영 제도개선이나 공익제보를 받겠다고 했다. 앞서 지난 1월 해군은 스마트폰 고충신고ㆍ상담체계 운영을 시작했다. 육군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육군이 소통합니다’ 채널을 개설했다.
 
군 당국은 백신 접종이 결정적 해결책이라고 판단했다. 서 장관은 “군내 집단면역이 조기에 달성되면 일평균 2만 5000명 이상의 휴가 복귀 장병에 대한 예방적 격리 부담과 병영 내 집단감염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30세 미만 장병은 6월 중 1차 접종을 개시할 전망이다.
 
서 장관은 이날 참석한 지휘관들에게 “부대원들을 아들과 딸, 동생처럼 생각하고 골육지정의 부하 사랑을 실천해주길 강조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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