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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 중앙일보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빠앙" 열차 출발할 때 울리는 까닭…기적 소리에 담긴 뜻

중앙일보 2021.05.07 06:00
동력차 지붕에 설치돼있는 기적. [사진 현대로템]

동력차 지붕에 설치돼있는 기적. [사진 현대로템]

 "빠앙."

 
 역에서 승객을 모두 태웠거나 화물을 다 싣고 출발하려는 열차는 2초가량 이런 기적소리를 한차례 냅니다. 준비가 다 돼서 이제 떠난다는 걸 기차역 관계자들과 승객에게 알리는 건데요.    
 
 이 같은 기적소리는 기관사가 임의로 내는 게 아니라 열차 운영사에서 마련한 '운전취급규정'에 따른 겁니다. 운전취급규정은 상위 규정인 국토교통부의 '철도차량운전규칙'에 근거해서 열차 운영사별로 만든다고 하는데요. 
 
 철도차량운전규칙에는 열차가 기적소리를 내는 때를 ▶위험을 경고하는 경우 ▶비상사태가 발생한 경우로 정해놓았습니다. 그런데 실제 열차를 운행하는 과정에서 적용하기에는 다소 모호해 보이는데요. 
 

 짧게, 보통, 길게...3가지 기적 길이  

 그래서 열차 운영사별로 기적소리를 사용하는 때를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해 놓고 있습니다. 코레일의 운전취급규정을 보면 상황별로 10여 가지 기적소리 패턴이 정리돼있는데요. 기적 소리는 짧게(0.5초), 보통(2초). 길게(5초) 등 3가지 길이로 구성됩니다.  
열차는 역 진입 전에 5초간 기적소리를 낸다. [연합뉴스]

열차는 역 진입 전에 5초간 기적소리를 낸다. [연합뉴스]

 
 이 중 몇 가지만 알고 있어도 지금 열차가 어떤 상황인지, 어디쯤인지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우선 열차가 역에 진입하기 전에는 "빠아앙"하며 5초간 길게 기적소리를 한차례 내는데요. 열차가 조금 있으면 도착할 거란 의미인 셈입니다. 
 
 철도 건널목에 진입하기 전에도 5초가량 기적소리를 한번 울리는데요. 열차가 곧 지나갈 예정이니 건널목 주변의 행인과 차량은 각별히 주의하라는 요청을 하는 겁니다. 
 

 건널목 진입하기 전 5초간 길게  

 간혹 열차가 "빵 빵 빵 빵"하며 짧게 여러 번 기적소리를 크게 낼 때가 있습니다. 이는 열차가 운행 중인 철로 위에 사람이나 동물, 차량이 있는 걸 발견하고는 빨리 철로에서 벗어나라는 경고를 보내는 겁니다. 
서울 중구의 서소문 건널목. [사진 서대문구 블로그]

서울 중구의 서소문 건널목. [사진 서대문구 블로그]

 
 또 터널, 교량, 곡선 등으로 앞쪽 선로의 확인이 어려운 지점 중에서 기적을 울릴 필요가 있는 곳에 기적표지가 설치된 경우 기관사는 이를 확인하면 역시 기적을 울려야 합니다. 뒤쪽에 열차가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겁니다.  
   
 일부 철도 관련 홈페이지에서는 ▶열차가 멈추기 직전-짧게 한번 ▶플랫폼 진입할 때-길게 한번 ▶열차가 달리기 전-길게 두 번▶철도 건널목 진입 20초 전- 짧게 4번 기적소리를 낸다고 소개하기도 하는데요. 
  

 고음혼과 저음혼 2개가 한 세트

 이는 영미권 국가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적 패턴으로 국내에서 적용하는 규정과는 다르다는 게 코레일 설명입니다.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 철도가 도입됐기 때문에 일본 영향이 크다고 하네요. 
 
 열차에는 2개의 기적이 함께 설치됩니다. 큰 소리를 내는 고음혼과 작지만 멀리 퍼지는 음을 내는 저음혼이 그것인데요. 이 중 저음혼은 응급상황이 아닌 관제 용도로 신호를 보낼 때 흔히 사용하기 때문에 '관제기적'이라고도 부릅니다. 
KTX 기적 종류와 설치 위치.[자료 코레일]

KTX 기적 종류와 설치 위치.[자료 코레일]

 
 열차에 설치하는 기적도 까다로운 성능 기준이 있는데요. KTX 등 고속열차에 다는 기적은 작동 때 최대값이 철도 차량의 전방 30m에서 100dB(데시벨) 이상의 음향을 갖춰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100dB은 지하철이 운행하는 소리나 콘크리트 벽에 망치질하는 소리 수준입니다. 
 

 30m 전방에서 100dB 이상 음향  

 올해 초 중앙선에서 첫선을 보인 KTX-이음은 성능 기준이 조금 다른데요. 5m 전방에서 120dB 이상의 음향을 갖춰야 합니다. 120dB은 귀에서 통증을 느낄 정도의 소음이라고 하네요. 
 
 KTX 등 고속열차의 기적은 동력차 앞에 설치되는데 내부에 있기 때문에 밖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반면 디젤기관차의 경우 기관실 지붕 위에 달기 때문에 육안으로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디젤 기관차의 기적은 지붕 위에 설치된다. [사진 코레일]

디젤 기관차의 기적은 지붕 위에 설치된다. [사진 코레일]

 
 코레일의 경우 열차 기적은 위급상황을 알리고 위험을 경고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기 때문에 고장이 나서 기적을 사용할 수 없을 때는 동력차를 교체토록 하고 있습니다. 또 동력차를 바꾸기 위해 가장 가까운 기차역까지 이동할 때는 속도를 크게 줄여 시속 30㎞로 달려야만 합니다. 
 

 주택가 주변에선 기적 사용 자제  

 그런데 이렇게 소리가 큰 열차 기적을 인구 밀집 지역에서 자주 울린다면 아무래도 주민 생활에 지장을 줄 수밖에 없을 텐데요. 그래서 수도권 등 주택밀집 지역에서는 가급적 고음혼 사용을 자제한다고 합니다. 
 
 코레일의 우태욱 열차기획처 차장은 "주택가 인근 등에서는 가능하면 기적 대신 무전 등으로 대체하고, 꼭 기적을 사용해야 할 때는 상대적으로 소리가 작은 관제기적을 사용한다"며 "하지만 위급상황에서는 고음혼을 울린다"고 설명합니다. 
주변에 주택이 많은 역에 진입할 때는 기적 대신 무전을 쓰는 경우도 많다. [사진 코레일]

주변에 주택이 많은 역에 진입할 때는 기적 대신 무전을 쓰는 경우도 많다. [사진 코레일]

 
 무심코 듣고 지나치던 열차 기적 소리에도 다양한 의미와 배려가 담겨 있다는 사실이 새삼 흥미롭습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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