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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밀어붙이기식 장관 임명 더 이상 안 된다

중앙일보 2021.05.07 00:10 종합 30면 지면보기
노형욱 국토부, 박준영 해수부, 임혜숙 과기부 장관 후보자(왼쪽 사진부터)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노형욱 국토부, 박준영 해수부, 임혜숙 과기부 장관 후보자(왼쪽 사진부터)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껏 야당이 동의하지 않은 공직 후보자 29명을 임명했다. 지난해 총선 전엔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는데도 임명했고, 총선 압승 후엔 야당을 배제한 채 청문보고서를 채택하곤 임명했다. 둘 다 ‘야당 패싱’ ‘인사청문회 무력화’란 본질은 같았다.
 

정의당도 임혜숙·박준영 후보 철회 요구
일방 독주 질타한 선거 민심 잊지 말아야

문 대통령이 30번째 임명을 강행하느냐의 기로에 섰다. 지난 4일 열린 5개 부처 인사청문회에서 임혜숙(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준영(해양수산부)·노형욱(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문제가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임 후보자는 ‘논문 내조’(남편과 논문 공저로 실적 부풀리기) 의혹 말고도 가족 동반 외유성 출장,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 취임 전 민주당 당적 보유 사실 등이 드러났다. 임 후보자로부터 “송구하다”는 말을 듣긴 했는데, 여러 부끄러운 의혹에도 그에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맡겨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박 후보자는 배우자 도자기 밀수 및 불법 판매 의혹이 충격적이다. 특별공급받은 세종시 아파트를 실거주가 아닌 시세차익 목적으로 활용한 노 후보자가 국토부 장관에 적임인지도 의문이다.
 
국민의힘은 이들 세 명에 대해 부적격 판단을 했다. 정의당도 임·박 후보자에 대해선 임명 철회를, 노 후보자에 대해선 부적격 판단을 했다. 문승옥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와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야당도 적격하다는 판단을 한 걸 보면 야당이 막무가내인 것도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청문회 기간 내내 이들을 감싸는 데 급급했을 뿐만 아니라 청문회 후에도 “전례로 비춰봤을 때도 큰 문제가 아닌 걸로 판단된다”(한준호 원내대변인)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청와대가 몰랐던 의혹이 새로 나온 게 없다”고 했다. 줄곧 스스로 약속한 공직 인선 기준에 한참 미달하는 후보자들을 천거해 오곤 이제 와서 지금 후보자들이 과거 후보자들에 비춰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꼴이다. 염치없다.
 
여권은 마음만 먹으면 이번에도 완력으로 ‘후보자’란 꼬리표를 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4·7 재·보선 민심을 기억해야 한다. 일방 독주식 국정 운영에 대한 호된 경고였다. 그러기에 문 대통령이 “더 낮은 자세”,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내로남불 아닌 언행일치”를 약속한 것 아닌가. 이번에도 임명을 강행하면 민심을 거스르는 것이다.
 
어제부터 양일간 진행되는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이어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도 예정돼 있다. 총리 후보자의 경우 특히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에 대한 표결도 거쳐야 한다. 민주당이 독주하면 야당이 의사일정에 협조할지 미지수다. 세 명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 시한은 10일까지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현명한 결론에 이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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