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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의 코멘터리]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대만?

중앙일보 2021.05.06 21:38
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 (TSMC) 로고. 연합뉴스

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 (TSMC) 로고. 연합뉴스

 
 

미중 갈등 사이에 낀 대만..국제정치 비정함 보여주는 사례
대만정부, 생존차원에서 세계최고 반도체업체TSMC 키워

 
 
1.요즘 중요한 국제뉴스는 대부분 대만 얘기입니다. 최근 가장 인상적이었던 뉴스는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가 1일자 톱기사로 쓴 ‘대만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이었습니다. 고조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 한가운데 끼어있기 때문입니다. 대만 동쪽엔 미국함정이, 서쪽엔 중국함정이 배치된 레이더사진이 인상적입니다.
 
2.이코노미스트가 분석한 구체적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경제적으로 세계최고 반도체 생산업체인 대만기업 TSMC가 미국과 중국 누구도 놓칠수 없는 보물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외교안보측면에서 대만이 원치않는 중국 품으로 넘어가는 것을 미국이 방관할 경우..미국은 세계적 패권 리더십에 타격을 받게되기 때문입니다. 바이든 정부에서 동맹을 끌어들이는 패권전략을 추구하고 있는데, 결정적인 순간 동맹이 보호받지 못한다는 인식을 하게 된다는 겁니다.
이코노미스트 5월1일자 표지

이코노미스트 5월1일자 표지

 
3.현대사에서 대만은 국제정치의 비정함을 상징하는 나라입니다. 대만의 운명은 자신들의 의지와 무관하게..1971년 미국 키신저(당시 국가안보보좌관)가 중국 주은라이(주은래)총리와 미중 관계개선을 위해 처음 만난 날 결정됐습니다. 키신저의 최근 회고록(중국론)에 따르면 주은라이가 가장 먼저 얘기한 것이‘대만은 양도불가능한 중국땅’이었습니다. ‘하나의 중국은 베이징.타이페이가 아니다’는 원칙입니다.  
 
4.키신저는 당연히 인정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합법유일정부로 중국을 인정하고 대만은 내쫓는 겁니다. 그리고 대만에 있는 미군 관련 인력과 장비를 모두 철수하고 상호방위조약도 폐기합니다. 한순간에 중국이 UN안보리회원국이 되는 등 국제무대의 단독자로 등극하고, 대만은 국제무대에서 사라집니다.  
 
5.대신 키신저가 한가지 단서를 달았습니다. ‘대만 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한다.’중국도 동의했습니다. 당시 중국은 이와 관련된 구체적 시한이나 방식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중국은 대내적으로 문화대혁명이란 대혼란을 수습하느라 바빴고, 대외적으론 소련과의 국경분쟁으로 미국이란 우군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6.덕분에 미국은 대만에서 군사적인 철수와 단절은 하면서도 ‘방어용 무기’를 판매하고 경제적 후원을 계속합니다. 대만은 이런 미국의 모호한 전략을 적극 활용합니다. 그 대표적인 성과물이 바로 TSMC라는 세계최대 반도체 생산업체입니다. 참단기술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은 1980년대 후반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산업을 지원했습니다. 대만 정부는 1987년 미국 반도체업계에서 잘 나가던 모리스 창을 불러들여 TSMC를 설립했습니다.  
 
7.대만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TSMC는 세계 고성능반도체 80%이상을 생산합니다. 지난해 매출 52조5천억원, 순이익 20조3천억원. 올해 설비투자에 33조5천억원을 쏟겠다고 발표했습니다. TSMC의 반도체 생산력이 대만의 목숨줄이 되었습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반도체업체를 집합시켜‘미국내 투자’를 요청하자..TSMC는 4일 미국 애리조나 1공장에 추가로 5개의 공장을 더 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같은 자리에 초대받은 삼성은 아직 침묵중입니다만..
 
8.이런 상황에서 6일 G7(주요7개국)이 공동성명을 내놓았습니다. 대만의 WHO 등 국제기구가입을 ‘지지한다’고 합니다. 키신저가 약속했던 ‘하나의 중국’ 약속과 맞지 않습니다.  
중국이 발칵했습니다. 외교부가 ‘난폭한 내정간섭’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환구시보는 ‘러시아와 군사동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위협했습니다. 소련이 무서워 미국과 손잡았던 중국이 40년만에 러시아와 군사동맹을 하겠다니..참 세상은 돌고돕니다.
〈칼럼니스트〉
2021.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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