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북전단 살포' 박상학 사무실 등 압수수색…금지법 시행 후 첫 사례

중앙일보 2021.05.06 17:10
탈북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달 25~29일 사이 두 차례에 걸쳐 경기·강원도 일대에서 대북전단 50만 장을 북한으로 살포했다고 최근 밝혔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대북 유인물을 들고 있다. 사진 자유북한운동연합

탈북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달 25~29일 사이 두 차례에 걸쳐 경기·강원도 일대에서 대북전단 50만 장을 북한으로 살포했다고 최근 밝혔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대북 유인물을 들고 있다. 사진 자유북한운동연합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달 25∼29일 비무장지대(DMZ)와 인접한 경기~강원 일대에서 띄어올린 대형 기구에는 대북 전단 50만 장 외에도 미화 1달러 지폐 5000장이 들어 있었다. 소책자 500권 등도 포함돼 있다. 현행 대북전단금지법이 살포를 금지하는 물건들이다. 법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정부의 승인 없이 북한을 향해 확성기 방송을 하거나 현수막 게시, 전단·USB·현금 등을 살포할 경우 최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두 차례에 걸쳐 대형 기구 10개에 대북 전단 등을 날려 보낸 행위는 지난 3월 개정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대북전단금지법)이 시행된 후 처음 벌어졌다. 전단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다는 게 단체 측 설명이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당시 ‘굶주린 인민의 피땀으로 핵 로케트 도발에 미쳐버린 김정은을 인류가 규탄한다’고 적힌 대북 유인물 사진을 언론에 배포하기도 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뉴시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뉴시스

경찰은 6일 대북전단금지법 위반 혐의로 박씨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 관계자는 이날 “박씨 측 변호인 입회하에 관련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며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박씨 측 변호인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이 시행되기 전인 지난해 12월 관련 법안에 대해 박씨가 헌법소원을 냈는데 조속하게 결론 내리지 않고 지연한 상태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대북전단금지법은 기본권을 침해하고 국제 규범에도 위반된다는 게 저희 주장”이라고 말했다. 
 
문재인(오른쪽) 대통령과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연합뉴스

문재인(오른쪽) 대통령과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연합뉴스

박씨의 전단 살포에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지난 2일 비난 담화를 내놨다. 김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에 “남조선에서 탈북자 쓰레기들이 또다시 반공화국 삐라를 살포하는 용납 못할 도발행위를 감행하였다”고 했다. 같은 날 김창룡 경찰청장은 대북전단 살포에 경찰이 미온적인 초동 조치를 했다고 질책하며 신속한 수사를 주문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엔 대북 전단을 날리는 행위 자체가 남북교류협력법에 저촉되는 건지 논란이 됐지만, 이젠 대북전단금지법이라는 명확한 근거 규정이 생겼다”며 “위법행위가 확인되면 법대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대북전단을 금지하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대북전단을 금지하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법안은 만들어질 때부터 졸속 논란이 있었다. 김여정 부부장이 대북 전단을 비난한 시기와 미묘하게 맞물리면서 논란이 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6월 김 부부장의 성명 하루 뒤에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해 12월 야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강제 종료시키고 재적 의원 180명 전원 찬성으로 강행 처리했다.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이 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북한 주민들의 외부 정보 접근을 막는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법안 통과 직후 서방 주요 국가들은 “인권과 표현의 자유를 무시한 처사”라며 법 개정 재고를 촉구했다.
 
법 조항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제24조의 경우, 대북 확성기 방송과 시각매개물 게시에 대해선 ‘군사분계선 일대’라고 명시했지만, 전단 살포 등은 제한구역을 특정하지 않았다. 이에 일각에선 중국 등 제3국이 북한으로 전단·물품을 전달하는 것까지 규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정부는 법안 시행 전 ‘제3국에서 전단 등을 살포하는 행위는 이 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는 지침을 내렸다.
 
탈북민 박씨가 이끄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은 통일부가 최초로 집계한 2010년 이후 지난해까지 60여차례 대북 전단을 날려왔다. 정부는 이를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보고 제지해왔다. 경찰은 지난해 박씨 등 탈북민단체들을 수사해 전단 살포 관련자들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