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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신 특허 면제" 꺼냈지만, 범위·기한 등 실현까지 난관

중앙일보 2021.05.06 16:54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지식재산권 일시 면제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면서 전 세계 백신 공동생산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특허 면제 절차가 까다롭고 합의도 쉽지 않아 특허 면제가 실제론 “말로만 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허 면제” 꺼낸 美…실현엔 첩첩산중 

5일(현지시간)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 대표(USTR)는 성명을 내고 “팬데믹 종식을 위해 코로나19 백신 지식재산권(IP) 보호 면제를 지지한다”라고 밝혔다.
정부가 도입 결정한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AFP]

정부가 도입 결정한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AFP]

백신 특허 면제는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지난해 10월 세계무역기구(WTO) 지식재산권협정(TRIPS) 이사회에서 “코로나19 관련 의약품 특허를 전부를 면제하자”고 제안하면서 시작했다. 다만 실제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이번에 미국이 발언이 나오면서 논의가 다소 진전된 것이다.
 
백신 종주국인 미국의 긍정적 반응에도 특허 면제까진 난관이 많이 남았다. 우선 면제 범위와 기한을 합의하기가 쉽지 않다.
 
인도와 남아공 등 백신이 급한 신흥국은 코로나19 의약품과 관련한 특허를 “전부 풀자”는 입장이다. 제조 기술 관련 지식재산권은 물론 디자인 및 상표권 같은 부가적인 것까지 포함한다. 특허 면제 조건이 까다로우면 효과가 없으니 일단 모두 풀고 보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선진국들은 이런 신흥국 주장에 난색이다. 과거 특허 면제 사례를 보면, 핵심 지식재산권은 최대한 보호하면서 면제 범위는 최소화하는 ‘비례성 원칙’을 따랐다. 그렇지 않는다면 천문학적인 돈이 드는 백신 개발을 제약사에서 나설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백신 특허 면제 기한과 사후 보상 방안도 쟁점이다. 코로나19가 앞으로도 지속한다고 보면, 제약사 입장에서는 무작정 특허 면제를 허용할 순 없다.
 
특허 면제가 오히려 백신 공급을 오히려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백신 업계 관계자는 “너도나도 백신 만든다고 나서면 가뜩이나 부족한 원료 공급이 더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면서 “검증되지 않은 백신 생산을 장려하기보다 위탁생산과 공급을 늘리는 게 더 현실적 대안”이라고 했다.
 

특허 면제 해 넘길 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6일 대전의 한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어르신들에게 화이자 백신을 신중히 접종하고 있다. 중앙포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6일 대전의 한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어르신들에게 화이자 백신을 신중히 접종하고 있다. 중앙포토

특허 면제 위해서는 우선 부문별 소회의격인 WTO ‘TRIPS 이사회’에서 안건 합의를 해야 한다. 그런 다음 WTO 일반 이사회에서 ‘컨센서스’라고 불리는 합의 과정을 거치거나 회원국 4분의 3 이상 지지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특허 면제 제안이 6개월 전에 나왔음에도 TRIPS 이사회에서 안건 합의도 되지 않았다. 다음번 이사회 소집만 해도 최소 2~3개월이 걸리는데 실제 일반 이사회까지 거치려면 해를 넘길 수 있다. 그 사이 미국과 유럽 등 일부 백신 생산국 접종이 완료하면, 백신 공급에 숨통이 트일 수 있기 때문에 특허 면제가 단순 논의에만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송기호 통상전문변호사는 “미국이 특허 면제를 꺼냈지만 자국 접종상황 고려해 공급주도권 놓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특허 면제 실현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진단키트도 면제?…난감한 정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 진단키트'.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 진단키트'. 연합뉴스

정부도 난감하다. 백신 생산 기술이 있는 한국에게 특허 면제가 나쁠 것은 없다. 하지만 백신 허브국을 노리는 정부 입장에서 특허 면제 주장에 동참하면 백신 제약사들의 위탁 생산을 받지 못할 수도 있어 고민이다. 
 
특허 면제가 백신뿐 아니라 진단키트까지 포함할 수 있는 부분도 문제다. 인도와 남아공이 주장하는 특허 면제 대상은 백신뿐 아니라 코로나19와 관련한 의약품 전체다. 백신 다음으로 포함할 수 있는 것이 진단키트다.
 
진단키트는 백신과 달리 기술격차가 크지 않아 우리 기업에 직접적 피해가 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관계자는 "진단키트 기술이란 게 상대적으로 기술장벽이 낮다"며 "너도나도 만들면 당연히 우리 입장에서 좋을 게 없다"고 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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