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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잡으라" 블링컨에 軍공연 간 김정은…타이밍이 심상찮다

중앙일보 2021.05.06 11:16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일 인민군 군인가족예술소조 공연을 관람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일 부인 이설주여사와 함께 평양 만수대예술극장에서 열린 군인가족예술소조 공연을 관람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6일 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일 부인 이설주여사와 함께 평양 만수대예술극장에서 열린 군인가족예술소조 공연을 관람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6일 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5일 부인 이설주와 평양서 軍예술소조공연 관람
무더기 미사일 쏜 2014년, 2016년, 2019년 이후 네번째
"美 '외교' 제안 이틀뒤 군 찾은 건 불만 표출 가능성"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6일 “평양 만수대예술극장에서 부인 이설주 여사와 대연합부대들에서 (평양에)올라온 군인가족들의 예술소조 공연을 관람했다”며 “무대에는 시낭송과 어은금대병창, 독창과 중창, 노래연곡들(메들리), 대중창이야기, 대화극, 북합주와 노래, 설화와 이야기, 극이야기, 시극, 실화극, 기악병창, 합창 등의 다채로운 종목들이 올랐다”고 보도했다. 군인가족예술소조는 북한의 군인가족들로 구성된 동아리 성격의 예술공연 단체다.  
 
김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군인가족예술소조 공연을 관람한 건 집권 이후 이번이 네 번째로, 2019년 6월 2일 이후 703일 만이다.  
 
주목되는 점은 김 위원장의 공연관람 시점이다. 전직 정부 고위 당국자는 “김 위원장은 수시로 예술공연을 관람하곤 하는데, 군인가족예술소조공연 관람은 북한이 미사일을 무더기로 발사하던 2014년과 2016년, 2019년이었다”며 “이번에는 미국이 북한에 외교적 협상을 강조한 직후여서 배경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대북정책을 새로 만들고, 북한에 외교를 강조하는 시점에 김 위원장이 부부동반으로 군관련 행사에 나선 게 미사일 발사 등 직접적인 군사적 행동을 대신한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3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만나 미국의 새 대북정책을 설명하면서 “북한이 외교적으로 관여할 기회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향해 전진할 방법이 있는지 살펴볼 기회를 잡기 바란다”고 밝혔다. 미국은 새로운 대북정책이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나 트럼프 행정부의 정상간 직거래를 통한 빅딜이 아닌 외교를 통한 협상과 제재로 대표되는 압박을 구사하되 외교에 방점을 뒀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런 소식이 전해진 지 이틀 만에 김 위원장이 군 관련 행사에 나선 건 일종의 불만 표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는 “김 위원장의 대내활동은 수없이 이뤄지는데 북한은 선전과 전략적 메시지 전달 차원에서 공개여부를 결정한다”며 “제재 해제가 선행되지 않은 블링컨 장관의 외교적 협상 제안에 군관련 활동을 통해 불만을 드러낸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조시 로긴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는 5일(현지시간) 기고문에서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 2명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전하기 위해 북한에 2번째 접촉을 시도했지만 응답이 없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이날 조용원ㆍ정상학ㆍ이일환 당비서 뿐만 아니라 군 고위인사들을 대거 동행토록 한 점이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북한 매체는 이병철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오일정 당 군정지도부장, 박정천 군 총참모장, 권영진 군 총정치국장, 김정관 국방상 등이 공연을 봤다고 보도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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