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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안으론 구별 못한다…'10분의1값' 베트남 새우젓 사기극

중앙일보 2021.05.06 10:45
베트남산 새우젓을 국내산 새우젓으로 바꾸는 장면. [사진 부산시]

베트남산 새우젓을 국내산 새우젓으로 바꾸는 장면. [사진 부산시]

베트남산→국내산, 원산지 표시위반 3곳 적발 

국내산의 10분의 1 정도인 값싼 베트남산 새우젓이 국내산으로 대거 둔갑·판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자 분석검사 없이는 국내산과 베트남·중국산 새우젓을 구분할 수 없는 점을 악용한 상술이다.
 

부산시 특사경, 지난 2년 간 업체 86곳 수사

부산시 특별사법경찰과(특사경)는 “2019년부터 전국의 새우젓 제조·판매업소 86곳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인 결과 값싼 베트남산 새우젓을 국내산으로 속여 판 3곳 등 5곳을 농수산물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6일 밝혔다.
 
특사경은 값싼 베트남산 새우젓이 국내산으로 둔갑해 판매되고 있다는 제보에 따라 수사를 해왔다. 유전자 분석검사 없이는 소비자가 국내산과 베트남·중국산 새우젓을 구분할 수 없는 데다 베트남산 새우젓과 국내산 새우젓의 가격 차이가 약 10배 정도 되는 점을 악용한 상술에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천일염 추가·숙성 뒤 용기 담아 판매

마트에서 국내산으로 둔갑돼 판매 중인 베트남산 새우젓. [사진 부산시]

마트에서 국내산으로 둔갑돼 판매 중인 베트남산 새우젓. [사진 부산시]

 
수사결과 경남의 A 업체는 2018년부터 2020년 10월까지 부산·경남·경북의 마트 등 78곳에 베트남 새우젓 약 43t을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유통·판매했다. 이 업체는 정상적으로 베트남에서 수입한 새우젓에 천일염을 추가하고 냉장고에서 숙성시킨 뒤 250g이나 5㎏ 용기 등에 담아 유통하는 수법을 썼다. 
 
이렇게 할 경우 2만~3만원 정도인 베트남산 새우젓 20㎏을 18만~20만원 하는 국내산으로 유통할 수 있었다는 게 특사경의 설명이다. 업주는 원료보관 창고에 국내산 새우젓 드럼통과 원산지증명서 등 관련 서류를 갖춰 놓는 등 단속에 대비하기도 했다고 특사경은 밝혔다.
 
특사경은 국립수산물품질원과의 공조수사를 통해 22개 제품이 베트남산 새우젓으로 밝혀지자 지난해 10월 압수수색에 나섰다. 업주는 압수수색 당일에도 베트남산 새우젓을 국내산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조사 결과 이 업주는 원산지 둔갑 행위로 지금까지 2억9000만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새우젓 비위생적 보관 업체도 적발 

국내산으로 둔갑한 베트남산 새우젓(압류 19t). [사진 부산시]

국내산으로 둔갑한 베트남산 새우젓(압류 19t). [사진 부산시]

특사경은 또 운송차량 안에서 2t가량의 베트남산 새우젓을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유통업체에 판매한 부산의 B 업체도 적발했다. 인천에 있는 C 업체는 베트남산 새우젓을 국내산 새우젓으로 둔갑시켜 부산의 새우젓 유통업체에 대량으로 공급한 혐의로 적발됐다.
 
부산의 D 업체는 새우젓 8t 가량을 식품제조가공시설에 보관하지 않고 임야에 파이프로 설치된 비닐하우스에 비위생적으로 보관, 쥐·고양이 등 동물이 비닐을 찢어 원료를 파헤치도록 하는 등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적발됐다.
 
비위생적으로 보관 중인 새우젓.[사진 부산시]

비위생적으로 보관 중인 새우젓.[사진 부산시]

부산 동구 E 업체는 허가관청에 식품소분업 영업허가를 받지 않고, 타 제조업체의 표시사항을 스티커로 제작해 부착·판매한 혐의로 적발됐다.
 
김경덕 부산시 시민안전실장은 “코로나 사태로 어수선한 사회·경제적 분위기에 편승해 원산지를 바꾸는 불법행위가 많다”며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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