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텐트 질식사 일산화탄소…車매연에도 많다, 한국 사망률 증가

중앙일보 2021.05.06 06:00
무색무취의 기체인 일산화탄소는 체내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과 결합해 산소 공급을 차단, 중독을 일으키고 목숨까지 앗아간다. [연합뉴스]

무색무취의 기체인 일산화탄소는 체내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과 결합해 산소 공급을 차단, 중독을 일으키고 목숨까지 앗아간다. [연합뉴스]

지난 2일 강원도 횡성군의 한 캠핑장에서 야영하던 부부와 네 살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밀폐 공간 불완전연소 때 중독 사망
굴뚝에서 배출돼 도시공기 오염시켜
기준치 아래에서도 건강 피해 발생
1㎎/㎥ 상승에 사망률 0.91% 증가

경찰은 이들이 머물던 텐트 안에서 숯불을 피운 흔적이 발견됐고, 이들의 혈중 일산화탄소(CO) 농도가 75%를 넘었다는 점을 들어 일산화탄소 중독이 사인인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최근 5년(2016∼2020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 중독사고는 39건으로 26명이 숨지고 59명이 다쳤다.
무색무취의 기체인 일산화탄소는 1600 ppm의 농도에서 2시간, 3200 ppm에서는 30분이 지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국립공원공단 월출산국립공원사무소가 천황자동차야영장 이용객을 대상으로 '일산화탄소 경보기 무료 대여 서비스'를 운영한다고 4일 밝혔다. 사진은 경보기 무료 대여 서비스. 월출산국립공원사무소 제공. 연합뉴스

국립공원공단 월출산국립공원사무소가 천황자동차야영장 이용객을 대상으로 '일산화탄소 경보기 무료 대여 서비스'를 운영한다고 4일 밝혔다. 사진은 경보기 무료 대여 서비스. 월출산국립공원사무소 제공. 연합뉴스

일산화탄소는 텐트처럼 밀폐된 공간에서, 고농도에 노출됐을 때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예일대 공중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하니 첸 박사가 주도하고 한국 등 18개국 연구팀이 참여한 국제연구팀은 지난달 22일 '랜싯 플라네터리 헬스(Lancet Planetary Health)'에 게재한 논문에서 "대기 중의 낮은 일산화탄소 농도에서도, 특히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정한 기준치 아래에서도 건강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337개 도시 대상 일산화탄소 영향 분석 

차량 매연 단속 현장. 도시에서는 자동차 배기가스와 공장 굴뚝 등을 통해 일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중앙포토

차량 매연 단속 현장. 도시에서는 자동차 배기가스와 공장 굴뚝 등을 통해 일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중앙포토

연구팀은 세계 18개국 337개 도시에서 길게는 1979년부터 시작해 일부는 2016년까지 일산화탄소 등 대기 오염물질을 측정한 자료와 사망률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337개 도시 전체로 일산화탄소 농도가 1㎥당 1㎎ (0.873 ppm) 상승하면 일일 총 사망률이 0.91%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일산화탄소 농도와 사망률 곡선을 고려할 때, 일산화탄소가 일일 사망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임계치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전체적으로 대기 중 일산화탄소 농도가 기준치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여전히 공중보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일산화탄소 환경기준은 8시간 평균 농도를 9~10 ppm 이하로 유지하는 것인데, 일산화탄소 농도가 4㎎/㎥ (3.5 ppm) 아래 구간에서도 일산화탄소가 상승하면 건강에 더 해로운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논문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1999~2015년의 데이터를 사용했고, 일산화탄소 농도의 중간값은 0.61 ㎎/㎥(0.532 ppm)이었다.
 
미국은 1985~2006년에 측정한 일산화탄소 농도의 중간값이 0.87㎎/㎥이었고, 중국은 2013~2015년 중간값이 0.95㎎/㎥, 일본은 1979~2009년 중간값이 0.68㎎/㎥로 한국보다 높았다.
 
스웨덴(1990~2010년)도 중간값이 0.92㎎/㎥로 한국보다 높았으나, 독일(1993~2015년)은 0.4㎎/㎥, 스위스(1995~2013년) 0.5㎎/㎥ 등으로 한국보다 낮았다.
 
일산화탄소 농도가 1㎎/㎥ 상승한 하루 뒤의 사망률 변화를 조사했을 때, 한국에서는 사망률이 3.09% 증가해 18개국 중 가장 높았다.
미국은 0.92%, 중국 0.32%, 일본 0.63%, 스웨덴 0.02%, 독일 0.75% 등이었다.
 
연구에 참여한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호 교수는 "일산화탄소 증가에 따른 사망률이 나라마다 차이가 나는 것은 대기오염 수준뿐만 아니라 오염물질에 대한 감수성, 건강 상태, 의료시스템 상황 등이 다양한 요소가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일산화탄소의 경우 낮은 농도에서도 피해가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오염도를 낮추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시에서 일산화탄소는 주로 자동차 배기가스가 원인이다. 차량 연료의 불완전 연소 탓이다.
일산화탄소에 단기간 노출되면 혈압이 상승하고, 천식 아동의 폐 기능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대형 산불 때 농도 급상승

국제우주정거장에서 2018년 8월 촬영한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 현장. 유럽 우주국(European Space Agency) 제공. AFP=연합뉴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2018년 8월 촬영한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 현장. 유럽 우주국(European Space Agency) 제공. AFP=연합뉴스

대규모 산불이 발생하면 대기 중 일산화탄소 농도가 평소보다 크게 상승, 건강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3월 '대기 화학·물리학(Atmospheric Chemistry and Physics)' 국제 저널에 게재한 논문에서 독일 브레멘 대학 연구팀은 "인공위성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8년 11월 산불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나 새크라멘토 등지에서는 대기 중의 일산화탄소 농도가 평소보다 2.5㎎/㎥ 정도 상승했다"고 밝혔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