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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레터 #97

3년 전 코인 열풍은 비교가 안 된다. 비트코인은 3월 사상 최고가(8073만원)를 찍었고, 시총 2위 이더리움도 4일 최고가(450만원)를 경신했다. 지난달 전 세계 가상화폐 거래액은 1862조원으로 역대 최고치. 코스피 200 전체 시가총액(1889조)과 비슷한 규모다. 코인 열풍이 한창이던 2017년 12월(388조원)과 비교해도 5배 높은 거래량. 국내 가상화폐 4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의 하루 거래액(4일 15시 기준)은 25조원으로, 같은 날 코스피 거래대금 15조원을 가뿐히 넘어섰다. 
 

팩플레터 97호의 요약본

전세계 일간 코인거래량 변화. 더 블록.

전세계 일간 코인거래량 변화. 더 블록.

#1 코인거래소의 재평가

재기에 성공한 가상화폐 덕에 ‘코인 거래소’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현시점 블록체인 생태계 먹이사슬의 최정점 ‘포식자’라는 평가. 지난달 미국 최대 코인거래소 코인베이스의 나스닥 상장 성공(4일 기준 시총 66조원) 효과도 있다. 은행 연동 입출금 계좌를 갖춘 4대 거래소엔 인수합병·투자 제안이 쏟아진다. 최근엔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실 검사가 코인 거래소로 이직하려다 무산되기도. 
 
· 역대급 실적=업비트는 4대 거래소 중 가장 막내(2017년 10월 개소)지만 거래 규모는 가장 크다. 운영사 두나무 지분의 21%를 카카오 계열사가 보유해 '카카오 거래소'란 후광효과를 누리는 중. 지난달엔 하루 거래액 20조원을 오가며 코인베이스를 따라잡을 기세다. 미국 직상장 시 20조원 이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단 전망. 1분기 매출만 5900억원을 기록했다.
· 몸값 상승=500만명 가입자를 보유한 빗썸은 지지부진하던 인수합병(M&A)전 흥행몰이에 성공하는 중. 투자은행(IB) 업계에선 넥슨 지주사 NXC, 게임사 위메이드, 네이버 등을 후보로 본다. 장외주식(약 45만원) 기준 시총은 2조 원대. 코인원도 지난달 18일 중견 게임사 게임빌에서 312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코인베이스와 업비트의 월간거래액 비교. 더블록

코인베이스와 업비트의 월간거래액 비교. 더블록

#2 거래소를 보는 두 시선

긍정론은
· 개인 투자 기회 : 한 국내 거래소 대표는 “개인은 코인 거래소를 통하지 않고는 (블록체인) 시장에 참여할 수 없기에, 거래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
· 블록체인 자금 조달 : 기업이 증권거래소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듯, 코인거래소가 블록체인 생태계의 자금조달 시장이 될 것이란 전망. 블록체인 전문투자사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는 "제도권 내에서 법정화폐와 가상화폐가 교환되는 시장"이라고 거래소를 정의했다.
· 시장의 '물 관리' : 거래소는 블록체인 프로젝트 검증, 자금세탁 방지, 과세자료 확보, 투자자 보호를 위한 '게이트키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회의론은

· 오갈 데 없는 돈, 코인에 잠시 : 코인 거래소의 활황은 글로벌 저금리·유동성 확대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평가도 있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인 거래소도 수수료 장사라, 수수료 인하 경쟁이 시작되고 가상화폐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 Wag the dog : 김기흥 경기대 명예교수(블록체인포럼 대표)는 “가상화폐는 블록체인에서 파생된 부수물인데도 꼬리가 전체처럼 인식되고 있다”며 “거래소에 투기성 자금이 몰리며 부정적 인식이 쌓여 오히려 블록체인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  
 
4대 거래소 가입자, 상장 코인, 수수료율, 일간 거래액 규모. 각사 취합

4대 거래소 가입자, 상장 코인, 수수료율, 일간 거래액 규모. 각사 취합

 

#3 그래서, 얼마나 버나

중개 수수료가 거래소의 핵심 매출. 4대 거래소의 최근 4년간 매출(총합)은 6300억(2017)→1조 289억(2018)→2996억(2019)→4312억원(2020)으로 변했다. 반등은 지난해 하반기부터(2018년엔 코인원 2017년 6월~2018년 12월 실적이 포함).
 
· 올해 거래량이 늘며 매출도 급상승했다. 4대 거래소 전체 거래 규모는 1분기 1486조 2770억원, 매출 합계는 최소 7430억원으로 추정.
· 일간 20조~30조원 규모의 거래 추세가 이어지면 4대 거래소 매출은 올해 3조 4000억~4조 7000억원을 기록할 전망. 네이버(5조원)·카카오(4조원) 연 매출에 육박한다. 최근 4년 4대 거래소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58%.
최근 4년간 4대 거래소의 매출 규모 비교. 금융감독원

최근 4년간 4대 거래소의 매출 규모 비교. 금융감독원

 

#4 리스크는 없나

· 태생적 모순= 국내 코인거래소는 중앙집중형으로 중개, 예탁, 결제·청산을 모두 책임진다. 특정 증권사가 한국거래소·예탁결제원 역할까지 하는 셈. 모든 정보가 집중되는데 감독기관이 없어 감시가 제대로 안 된다. 영업비밀에 부치는 거래소의 코인 상장 기준도 문제.  
· 후천적 방치= 9월 시행되는 특정 금융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은 자금세탁방지가 초점. 해킹, 도난, 개인정보 유출, 거래소 파산 같은 소비자 피해 발생 시 적용할 법이 없다. 자본시장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 시세조정 및 부정거래에 대한 처벌도 어렵다. 하지만 과세는 시작된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1월부터 연간 250만원 이상 가상자산소득에 20%의 소득세를 매긴다.
 

#5 ‘동상이몽’ 정부 vs 거래소, 앞으로는

· 정부는=가상화폐는 가치 없는 투기 수단이라는 입장. 지난달 9일 문승욱 국무조정실 2차장은 “가상자산은 법정화폐·금융투자상품이 아니고, 누구도 가치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했다.  
· 코인 거래소=규제라도 좋으니 '제도화'로 거래소를 규정해 줬으면 한다. 4대 거래소 관계자는 “업에 대한 정의가 없다 보니 어떤 일을 해도 판단의 근거가 모호하다”며 “거래소 자율로 공시제도나 소비자 보호제도를 운영하지만, 기준이 없다”고 했다.
 

정원엽·박민제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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