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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남혐 경계론, 5년 전 방송까지 소환해 재검증

중앙일보 2021.05.06 00:03 종합 20면 지면보기
GS25 경품 이벤트 포스터. 논란이 되자 결국 삭제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GS25 경품 이벤트 포스터. 논란이 되자 결국 삭제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제 ‘남혐(남성 혐오)’ 경계의 시대가 온 것일까.
 

박나래 유튜브 성희롱 파문 이어
2016년 테니스 라켓 액션 논란
“MZ세대 성장과 백래시 현상
혐오·갈등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때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사회 각 분야에서 ‘여혐’ 논란의 불똥이 튈까 조심했다면 최근 들어서는 그 양상이 180도 바뀌고 있다.
 
발화점이 된 것은 개그우먼 박나래의 유튜브 성희롱 논란이다. 박나래는 3월 유튜브 방송에서 ‘암스트롱’이라는 남성 인형의 옷을 갈아입히며 인형의 손으로 신체 주요부위를 가리거나 사타구니 쪽으로 팔을 밀어 넣는 등의 행동을 했다가 성희롱 논란이 일어 해당 코너도 사라지고, 경찰 조사까지 이어진 상황이다.
 
1일에는 편의점 GS25가 공식 SNS 계정에 ‘캠핑가자 Emotional Camping Must-have Item’ 이벤트 포스터를 게시했다가 ‘남혐’이라는 반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 포스터에서 손가락 끝에 김이 피어오르는 소시지가 그려진 일러스트가 한국 남성의 특정 부위를 조롱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GS25 측은 처음엔 ‘남혐을 의도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김이 피어오를 정도로 뜨거운 소시지를 손가락으로 집는다는 것은 무리한 설정이라는 반발에 부딪혔다. 일각에선 영문구의 마지막 자음을 이으면 ‘megal’이 되는데 이것은 공격적 페미니즘을 표방했던 ‘메갈(리아)’ 측을 의미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파장이 커지자 결국 GS25 측은 해당 포스터를 수정하고 공식으로 사과했지만 분위기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외에도 유사한 손 모양의 각종 제품 광고에 대해서도 ‘남혐’ 논란이 불거지는 중이다.
 
이와 관련해 주로 남성 유저가 많은 온라인 공간에서는 ‘세 결집’과 ‘위력 과시’ 등의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자동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등에서는 GS25에 대한 불매 운동 진행과 함께 군부대에서도 퇴출을 촉구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다수다.
 
KBS2 예능프로그램 ‘1박2일’의 한 장면. [사진 KBS]

KBS2 예능프로그램 ‘1박2일’의 한 장면. [사진 KBS]

이미 지나간 콘텐트에 대해서도 ‘재검증’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7월 방영된 KBS2 간판 예능 ‘1박2일’은 경북 울릉도 편에서 식사 중 ‘허버허버’라는 자막이 쓰인 것이 뒤늦게 지적되고 있다. ‘허버허버’는 남성들이 급하게 식사하는 것을 비하해 묘사한 속칭 ‘페미 용어’(페미니스트들이 사용하는 단어)라는 주장이다. 박나래에 대해서도 2016년 3월 tvN ‘코미디빅리그’에서 테니스 라켓을 몸에 끼우고 손잡이 부분으로 개그맨 유상무의 사타구니 부위를 수차례 터치하는 장면을 추가로 문제 삼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나래가 출연 중인 MBC ‘나 혼자 산다’ ‘구해줘! 홈즈’ tvN ‘놀라운 토요일’ ‘신박한 정리’ KBS Joy ‘썰바이벌’ 등의 예능프로그램 게시판은 일제히 비공개로 전환했다. 네이버 TV에서 서비스되던 해당 프로그램의 게시판도 마찬가지다. 네이버TV 측은 “출연자분들을 욕설, 비방, 악성 댓글에서 보호하고자 방송국과 협의 하에 비공개로 전환했다”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남성들이 이처럼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세 과시에 나서는 것을 MZ 세대의 성장과 ‘백래시(backlash)’ 현상으로 분석한다. 백래시 현상은 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해 나타나는 반발 심리나 행동을 가리키는데, 주로 기존의 기득권이 약화할 때 일어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현재 타오르고 있는 ‘남혐’ 논란은 ‘반페미’ 정서를 기반으로 한 ‘백래시’ 현상”이라면서 “다만 박나래 사건의 경우엔 분명 잘못된 행동이다. 이 사건은 ‘반페미’ 정서라고 설명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또 남성들이 불매운동 등 조직적 연대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선 “최근 ‘조선구마사’ 사태가 보여주듯이 불편한 상황이 벌어지면 소비력을 이용해 치명적인 타격을 주려는 경향이 있다. 자칫 혐오정서에 연결되면 매우 부정적일 수 있기 때문에 염려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MZ 세대의 정서적 박탈감에 주목했다. 곽 교수는 “‘미투’ 운동으로 여성의 목소리와 권익이 확대되는 것에 대한 반작용”이라며 “MZ 세대의 남성들은 군 가산점은 사라지는데, 각종 분야에서 여성 쿼터나 여성 가점이 만들어지는 것을 ‘불공정’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주최하는 2021 한국영화 시나리오 공모전 본선 심사에 성평등 지수 가산점을 넣은 것이 알려지면서 ‘역차별’이 아니냐는 주장이 일었다. 이 공모전은 주인공이 여성이거나 여성작가가 썼을 경우 100점 만점에 5점이 가산점으로 주어지는데 지난해에는 성평등 지수 가산점이 없었다. 곽 교수는 “20~30 남성들은 자신들도 세 과시를 통해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도 “20~30세대가 주축인 MZ세대 남성은 젠더에 따른 특권을 누린 기억이 없기 때문에 여성들에게 상대적으로 관대하게 적용되는 이중 잣대를 납득하지 못한다”며 “이제는 사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보다 진지하고 치밀하게 접근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과열 양상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특히 정치권까지 나서 ‘이대남’ 등의 논쟁으로 번지는 것과 관련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결국 정치권에서도 자기들의 표를 위해 활용하는 것일 뿐”이라며 “갈등을 수습해야 할 정치권이 표심을 얻겠다고 자극적 발언으로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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