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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재로 마주앉았지만…한·일 이견만 확인한 20분

중앙일보 2021.05.06 00:02 종합 3면 지면보기
정의용 외교부 장관(왼쪽)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한 호텔에서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한 뒤 기념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외교부]

정의용 외교부 장관(왼쪽)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한 호텔에서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한 뒤 기념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외교부]

미국의 중재로 한·일 외교장관이 만났지만 이번에도 각자의 입장을 반복한 채 평행선을 그었다. 한·일이 모두 갈등 해결에 의욕을 보이기보단 바이든 행정부를 의식한 만남이었다는 점에서 역시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의용, 취임 후 모테기 첫 대면
오염수·위안부 문제 놓고 평행선
“바이든 의식한 만남 한계” 분석
한·미·일 회담선 북핵 공조 확인

정의용 외교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은 5일(현지시간) 런던 시내 한 호텔에서 마주 앉았다. 만남은 한·미·일 3국 외교장관회담 직후 호텔 내 별도 장소에서 20분 동안 이뤄졌다.
 
지난 2월 취임한 정 장관은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어떤 형태로든 모테기 외무상을 만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그동안 전화 통화조차 이뤄지지 않다가 취임 후 처음으로 만난 것이다.
 
정 장관은 회담 후 “좋은 대화를 했다”며 “어젯밤에도 모테기 외무상과 오래 얘기했다”고 소개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좋은 분위기에서 대화가 진행됐다”며 “정 장관은 앞으로 다양한 현안에 관해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말했고, 모테기 외무상도 완전히 공감하면서 의사소통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본 외무성도 보도자료에서 “앞으로 일·한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당국자 간 의사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을 의식한 듯 양국은 ‘의사소통 강화’라는 모범답안을 내놓았지만 정작 회담 내용을 들여다보면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정 장관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해양 방류키로 한 일본의 결정에 대해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블링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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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장관은 “오염수 방류는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 해양 환경에 잠재적인 위협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일본은 앞으로 오염수 관련 정보를 계속 제공하겠다는 뜻을 전하면서도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등 한국 정부의 비판적 대응에 우려했다고 교도통신은 보도했다.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모테기 외무상은 일본이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한국이 조기에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그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일본 자산 현금화는 절대 피해야 한다”는 의견을 또다시 전달했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일본 측의 올바른 역사 인식 없이는 과거사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회담 결과를 놓고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양국이 북핵 문제에 대해선 협력하겠지만 관계 개선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가 증폭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 소식통은 “일본은 북핵의 경우 직접적인 안보 위협 사안인 만큼 한·미·일 북핵 공조에 협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한국과의 관계 진전이나 갈등 해소 등 양자 현안에 대해선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2월 독일 뮌헨 안보회의 이후 1년3개월 만에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서 한·일은 미국의 새 대북정책을 환영하고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적극 공조하기로 했다.
 
향후 관건은 새 대북정책에 반발하고 있는 북한의 도발을 막고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것인데 3국은 이를 위해서도 긴밀히 소통하기로 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다. 다자회의 기간에 열린 50분짜리 회담이다 보니 시간이 촉박한 탓도 있지만 중국 등 다른 이슈는 거론되지 않았다고 한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서울=정진우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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