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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상장” 돈 끌어모은 뒤 잠적 ‘잡코인 사기’ 판친다

중앙일보 2021.05.06 00:02 종합 5면 지면보기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4일 서울 강남구 소재 A암호화폐 거래소를 압수수색했다. 이 거래소는 4만여 명의 회원으로부터 1조7000억원가량을 입금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뉴시스]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4일 서울 강남구 소재 A암호화폐 거래소를 압수수색했다. 이 거래소는 4만여 명의 회원으로부터 1조7000억원가량을 입금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뉴시스]

암호화폐 광풍이 불면서 특정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의 투자금을 끌어모은 뒤 잠적하는 등 사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암호화폐 개발업체를 사칭한 뒤 “거래소 상장 후 가격이 뛸 것”이라며 투자를 유도하는 수법이다. 통상 암호화폐 상장 심사가 비공개로 진행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SNS로 특정 코인 싼값 판매 홍보
개발업체 사칭한 뒤 투자자 모집
거래소 상장 과정 비공개 진행 악용
“주식처럼 소비자 보호정책 필요”

지난해 12월부터 4월까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측에 접수된 암호화폐 상장 관련 사기 제보는 총 61건에 달한다. 이 중 거짓 상장 제보로 투자를 유인한 뒤 연락 두절된 사례가 80%를 차지했다. 알트코인 투자 관련 사기는 주로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 메신저상에서 발생한다. 암호화폐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단체 채팅방에서 개발업체를 사칭한 뒤 투자자를 모집하는 사례가 많다. 이들은 특정 알트코인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면서 “대형 거래소에 상장할 예정”이라고 홍보한다. 이렇게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끌어모은 뒤 잠적하는 것이다. 통상 암호화폐가 거래소에 상장하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거래소마다 절차가 다르지만 ‘상장 신청→거래소 내부 심의위원회의 검증→최종 상장’의 순서를 밟는 게 일반적이다. 최종 상장까지는 짧게는 3주, 길게는 1년이 걸린다. 검증 단계가 많기 때문에 실제로 대형 거래소에 상장하는 알트코인의 개수는 신청 규모에 비해 많지 않다는 게 암호화폐 거래소 측의 설명이다. 빗썸 관계자는 “(암호화폐의) 상장 시의성, 시장성, 검증 소요시간, 자료 제출 여부 등 여러 사유로 인해 상장까지 걸리는 시간이 다르다”며 “기본적인 (상장) 요건에도 부합하지 못하는 신청 건도 많아 실질적으로 최종 상장 결정이 이뤄지는 프로젝트는 소수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대형 거래소에 상장하는 알트코인의 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4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에 신규 상장된 암호화폐는 2018년 116개에서 지난해 230개로 꾸준히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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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대부분의 거래소가 알트코인의 상장 신청 여부를 포함해 심사 진행 상황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장을 신청한 알트코인이 또 다른 거래소에 이미 상장돼 매매가 이뤄지고 있으면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통상 상장이 확정됐을 경우에만 홈페이지에 최종 공시한다.
 
업비트 관계자는 “(상장을 신청한) 업체 측에서 상장 신청만 한 뒤 상장이 확정되기 전에 이를 외부에 발설할 수 있지만, 업비트에 관련 공지사항이 없다면 상장이 확정된 것이 아니다”며 “오프라인이나 e메일, 오픈채팅방, SNS에서 상장 전 암호화폐 투자를 권유받았다면 사기일 가능성이 매우 큰 만큼 투자자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장 전 알트코인은 암호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핫한 종목으로 통한다. 상장 후 가격 급등을 노릴 수 있어서다. 지난달 20일 빗썸에 상장된 암호화폐 ‘아로와나토큰’은 30분 만에 가격이 50원에서 5만3800원으로 1075배 뛰었다. 암호화폐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두고 암호화폐 가격이 광선처럼 올라간다고 빗대 ‘상장 빔(beam·광선)’을 맞는다고 표현한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현재 증권거래소 등 기존 금융산업에 도입한 소비자 보호 정책 중 암호화폐 시장에도 도입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있다”며 “금융 당국이 암호화폐 관련 제도를 만들 수 있도록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암호화폐=컴퓨터 등에 정보 형태로 남아 사이버상으로만 거래되는 전자화폐의 일종으로 가상화폐로도 불린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이 대표적인 암호화폐다. 2009년 이후 지금까지 1000여 종이 개발됐다. 전 세계에서 거래되는 암호화폐의 시가총액은 올 4월 초 2조 달러(약 2252조원)를 돌파했다.
 
알트코인(altcoin)=비트코인을 제외한 모든 암호화폐를 일컫는 용어로 대안을 뜻하는 영어 단어 ‘alternative’와 코인(coin)의 합성어다. 이더리움·리플·라이트코인 등이 대표적인 알트코인으로 비트코인을 대체할 만한 투자수단으로 주목받았다. 주요 알트코인에 해당하지 않으면서 가격 변동성이 크고 검증이 안 된 암호화폐의 경우 시중에서 ‘잡코인’으로 부르기도 한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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