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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좋아할 스타일 아니라고요?”

중앙일보 2021.05.06 00:02 종합 16면 지면보기
음악 에세이 『언젠가 반짝일 수 있을까』를 출간한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 [뉴시스]

음악 에세이 『언젠가 반짝일 수 있을까』를 출간한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 [뉴시스]

솔직하고 직설적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33)의 글은 그의 연주만큼이나 머뭇거리는 법이 없다. 예를 들면 이런 부분이다. “진주씨 잘하는데 한국인이 좋아할 스타일이 아니에요”라는 말을 듣고 그는 이런 생각을 글로 옮겼다. “그저 노랗게 머리를 탈색하고, 버릇없는 말투로 옆자리 사장님의 성희롱을 가격하고, 가슴골이 노출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나의 주체적 표출 방식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렇다. 나는 그들이 두려워한다고 생각한다.”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의 첫 책
“성희롱, 아시안 차별 그냥 못 넘겨”
세계 무대 경험, 글로 직설적 표출

여기에서 조진주는 순종적인 아시아 여성상에 이의를 제기하고 서양에서 숱하게 겪었던 차별적 시선을 떠올리며 분노한다. “그의 무의식을 마음 깊이 혐오한다. 백 년이 지나도, 그는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조진주는 어려서부터 바이올린을 했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세계적 권위의 콩쿠르에서 우승한 연주자다. 2014년 최고 권위의 바이올린 대회 중 하나인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그보다 앞서 2006년엔 몬트리올 국제 콩쿠르에서 17세에 1위를 했다. 현재는 캐나다 몬트리올 맥길대학교의 부교수이고 세계 곳곳에서 연주하고 있다.
 
이달 7일 나오는 조진주의 첫 책 『언젠가 반짝일 수 있을까』에서 클래식 음악가의 ‘고상한’ 글을 기대했다면 전혀 다른 문장을 만나게 된다. 2015년 클래식 음악잡지 ‘객석’에 연재를 했던 그는 4일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원래는 연재했던 글을 모아 책을 내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새로운 방향으로 가게 돼 완전히 다시 썼다”고 했다.
 
그는 “10대 시절엔 음악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어쩌다 보니 음악을 하고 있었다”며 “20대는 선택을 위해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스스로 선택하기 위해 그는 경제적 독립을 하며 음악 공부를 했다. 대형 콩쿠르 1위 후에도 레스토랑에서 시급 30달러를 받고 바이올린을 연주했고, 제대로 된 침구가 없어 겨울 패딩을 입고 잤던 이야기도 모두 담았다.
 
기자간담회에서 조진주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데 아주 힘이 든다. 다만 재미가 힘듦을 이긴다”고 했다. 책의 제목은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아시아 여성 연주자로서 느꼈던 열등감을 다룬 글의 제목에서 따왔다.  
 
“유럽 위주의 고전 음악계에서 아시아 여성 연주자가 열등감을 안 느낄 수가 없다.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항상 있다.” 하지만 성별·인종에 대한 차별을 그냥 넘어가는 법은 없다.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헤집지 않으면 안 된다. 어쩌겠나, 이렇게 생겨먹은 걸.”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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