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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나보타 수입금지 철회…메톡 vs 대웅 ‘아전인수 해석’

중앙일보 2021.05.05 17:47
대웅제약의 보톨리눔 톡신 제품 나보타. 미국에서는 주보라는 이름으로 판매된다. [사진 대웅제약]

대웅제약의 보톨리눔 톡신 제품 나보타. 미국에서는 주보라는 이름으로 판매된다. [사진 대웅제약]

전 세계 최대 보톡스 시장인 미국에서 대웅제약이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를 다시 판매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등 소송 당사자들의 앙금은 여전히 남아 있다.
 
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3일(현지시간) 나보타의 수입금지 명령 철회를 승인했다. 메디톡스·엘러간·에볼루스 등 3사가 합의안을 도출한 데 따른 것이다. 이로써 에볼루스는 미국 시장에서 계속 판매가 가능해졌다. 2019년 기준 나보타 순매출은 3420만 달러(약 380억원)였다. 엘러간은 메디톡스의 미국 파트너, 에볼루스는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다.
 

메톡·엘러간·에볼루스, ITC 명령 철회 신청

대웅제약이 에볼루스를 통해 판매하는 나보타가 계속 미국에서 팔릴 수 있게 됐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메디톡스 빌딩(왼쪽)과 대웅제약 본사(오른쪽). [연합뉴스]

대웅제약이 에볼루스를 통해 판매하는 나보타가 계속 미국에서 팔릴 수 있게 됐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메디톡스 빌딩(왼쪽)과 대웅제약 본사(오른쪽). [연합뉴스]

지난해 말 ITC는 약 2년간 조사를 거쳐 ‘나보타가 관세법 337조를 위반했다’며 21개월간 미국 수입금지 명령을 내렸다. 최종 결정문에서 ITC는 ‘유전적 증거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로부터 균주를 가져왔음을 입증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메디톡스 균주가 영업비밀의 자격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적시했다. 
 
이후 메디톡스·엘러간은 에볼루스와 3자 합의 계약을 체결했다. 에볼루스가 미국에서 나보타를 판매하는 대신, 메디톡스·엘러간에 합의금과 로열티를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3자 합의안에 대해 대웅제약은 “에볼루스의 독단적 행동(합의)에 사전 동의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메디톡스, 엘러간과 함께 3자 합의안을 발표한 에볼루스. 에볼루스는 대웅제약의 보톡스 제품 '나보타'의 미국 판매권을 가진 기업이다. [사진 에볼루스]

메디톡스, 엘러간과 함께 3자 합의안을 발표한 에볼루스. 에볼루스는 대웅제약의 보톡스 제품 '나보타'의 미국 판매권을 가진 기업이다. [사진 에볼루스]

ITC는 대웅제약에 의견서 제출을 요구했다. 그동안 3차례 제출 기한을 연기하던 대웅제약은 지난달 명령 철회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와 함께 ITC의 최종결정을 원천 무효로 해달라고 신청했으나 기각당했다. 
 

“ITC 효력 유지” vs “다른 재판 사용 불가”

나보타 미국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나보타의 수입금지 명령 철회를 승인했다. 사진은 7일 서울 강남구 메디톡스 사옥. [뉴스1]

나보타 미국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나보타의 수입금지 명령 철회를 승인했다. 사진은 7일 서울 강남구 메디톡스 사옥. [뉴스1]

두 회사는 ITC의 결정을 다르게 해석한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ITC의 명령 철회에 동의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나보타 판매·수입금지 명령 철회 신청에 동의했다는 것은 대웅제약의 균주 도용 혐의를 명시한 ITC의 결정을 인정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웅제약은 ITC가 판매·수입금지 명령을 철회한 이상 최종결정이 무효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대웅제약은 “ITC의 최종결정은 오류와 오판으로 얼룩져 있다”며 “향후 미국 연방순회법원에서 항소를 기각한다면 ITC의 최종결정은 무효화한다”고 반박했다.
 
ITC의 최종결정문 내용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판단이 다르다. 메디톡스는 미국에서 나보타가 다시 팔릴 수 있게 됐지만, 메디톡스의 보톡스 균주가 법적인 효력을 갖게 됐다고 해석한다. 메디톡스는 “ITC 결정문은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톡스 제조공정·균주를 도용했다는 사실관계가 담겼다”며 “방대한 증거와 자료는 미국에서 법적 효력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웅제약 의견은 반대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는 ITC의 결정이 기속력(羈束力·확정 판결에 부여하는 구속력)을 가진다고 주장했지만, 오히려 ITC는 이를 거절했다”며 “ITC의 최종결정을 법적으로 메디톡스가 다른 재판에 이용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나보타의 수입금지 명령 철회를 승인하면서 미국에서 진행한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소송전이 일단락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웅제약 사옥. [뉴스1]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나보타의 수입금지 명령 철회를 승인하면서 미국에서 진행한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소송전이 일단락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웅제약 사옥. [뉴스1]

두 회사의 법률 대리인도 첨예하게 대립했다. 대웅제약 측 톰 골드스타인 법무법인의 골드스타인 앤 러셀 변호사는 “(ITC 명령 철회 승인을 계기로) 대웅제약에 대한 모든 처분은 삭제됐고, 대웅제약에 불리한 ITC의 기존 결정은 무효화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메디톡스 측 노웰 뱀버거 법무법인 클리어리 가틀립 스틴 앤 해밀턴 변호사는 “대웅제약은 매번 패소했다”며 “3자 간 합의 당사자도 아닌 대웅제약이 3자 합의를 근거로 ITC 최종결정의 무효화를 신청할 근거는 없다”고 반박했다.
 

국내 민사소송 이어갈 예정 

국내에서는 보톡스 소송전을 이어갈 예정이다. 메디톡스는 “ITC가 결정하는 과정에서 활용했던 각종 자료가 지난해 6월 국내 법원에도 제출됐기 때문에 민사소송에도 중요한 증거로 활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대웅제약은 “ITC의 최종결정이 무효가 된다면 법적으로 ITC의 결정문을 다른 재판에 이용할 수 없게 된다”며 “국내 소송에서도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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