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어린이날? 어른이날! "날 위해 선물 샀다" 지갑 여는 어른들

중앙일보 2021.05.05 16:55
롯데마트에 마련된 키덜트존. 중앙포토

롯데마트에 마련된 키덜트존. 중앙포토

5월 5일 어린이날은 주인공인 어린이가 부모에게 선물을 받는 날이지만, 최근엔 자신을 위해 지갑을 여는 ‘어른이’가 늘고 있다. 다시 어린이가 되고 싶은 동심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위로받고 싶은’ 심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사는 최모(30)씨는 최근 아이폰과 애플워치, 에어팟을 한꺼번에 구매했다. SNS에 ‘셀프 어린이날 선물’이라고 사진을 올린 그는 “결혼을 했지만, 아직 아이가 없기도 해서, 어린이날을 핑계로 그동안 갖고 싶고 필요했던 전자제품을 샀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소기업에 입사한 유모(28)씨는 얼마 전 60만 원짜리 헤어 스타일링 기기를 주문했다. 유씨는 “5월에는 결혼식도 많고 어버이날도 있어서 돈 나갈 일이 많은데, 정작 나를 위한 소비는 없는 것 같아서 큰맘 먹고 질렀다”며 “주변에도 어린이날 소소하게라도 자신을 위한 소비를 하는 친구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했다.
 

“우리 모두 어린이였다” 마케팅도 활발

쇼핑 정보를 나누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어린이날을 맞아 셀프 선물을 했다’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50만원 내에서 ‘플렉스’ 하려고 하는데, 추천해 달라” “날 챙겨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셀프로 챙겼다”는 회원도 있었다.
 
어른이를 겨냥한 어린이날 마케팅도 활발하다. SNS에 ‘#어른이날’을 검색하면 어른들을 위한 이벤트를 홍보하는 상업용 계정이 많다. ‘누구나 가슴 속에 귀여운 어린아이가 살고 있잖아요’ ‘우리는 모두 어린이였던 어른입니다’ 문구를 내세워 할인이나 1+1행사를 진행하는 식이다.
SNS에 '어른이날'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어른이날 이벤트 광고들. 인스타그램 캡처

SNS에 '어른이날'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어른이날 이벤트 광고들. 인스타그램 캡처

 

“어린이처럼 위로받고 싶은 마음”

이런 흐름을 타고 이달 ‘키덜트(Kidult)’ 시장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키덜트족은 어린 시절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 만화 등을 찾는 성인 소비자를 뜻한다.
 
어린이날 서울 시내 한 레고 매장에는 부모를 대동한 어린아이 외에도 커플 등 성인들이 눈에 띄었다. 유명 수입차 레고 모델을 고른 김모(29)씨는 “저를 위한 어린이날 선물로 장난감치고는 고가인 제품을 한번 구매해봤다”며 “얼른 집에 가서 조립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매장 직원은 “오늘 매출 중에서 성인 손님들이 셀프 선물로 산 비중이 30%가량 되는 것 같다”며 “성인들은 주로 가격대고 높고 부피가 큰 모델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게임 업계도 코로나19로 집콕하며 게임 즐기는 성인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어린이날 맞이 ‘어른이’ 공략 이벤트를 따로 내놓기도 했다.
 
박은아 대구대 소비자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가 장기화하다 보니 다들 너무 지치기도 했고, 어른들도 어린이처럼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라며 “어린아이는 부모에게 어리광부려도 되지만, 어른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어린이날이라는 이벤트를 통해 스스로 선물하는 행위로 나타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