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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은 웃음거리"…사재 털어 도서관 만든 원자력 대부

중앙일보 2021.05.05 13:00
원자력계 대부로 꼽히는 80대 학자가 어린이날을 맞아 도서관을 열었다. 개인 돈 5000만원을 털어 책을 사고 도서관 시설도 꾸몄다. 장인순(81) 전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이 주인공이다.

‘원자력계 대부’ 장인순 전 한국원자력연구원장

 
장인순 전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이 5일 세종시 전의면 시골마을에 도서관을 열었다. 5000만원을 털어 책을 구입하고 시설을 꾸몄다. 김방현 기자

장인순 전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이 5일 세종시 전의면 시골마을에 도서관을 열었다. 5000만원을 털어 책을 구입하고 시설을 꾸몄다. 김방현 기자

5일 세종시 전의면에 마을도서관 개관 

장 전 원장은 5일 세종시 전의면 유천리에 ‘전의 마을 도서관’을 개관했다. 세종시와 천안시가 맞닿은 곳에 들어선 도서관은 전통 검을 주로 만드는 고려전통기술㈜& 고려도검 공장 건물 2층이다. 공장측 배려로 문을 연 도서관은 약 150㎡ 공간에 초·중·고교생용 서적 3000권을 포함해 총 9000권의 책이 비치됐다. 
 
어린이용 위인전, 소설, 수필, 과학 도서, 인문학 서적, 참고서, 만화책 등 다양하다. 도서관 한쪽에는 장 전 원장이 집에 보관하고 있던 그림 30여점도 전시했다. 도서관 출입구에는 ‘2021 왜?’, ‘2121 WHY?’라고 새긴 철판 현판이 있다. 그는 “교육은 백년(2021~2121)대계며 문명사는 ‘왜?’라는 물음에서 시작됐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서관에는 장 전 원장이 지난해 12월 출간한 『여든의 서재』를 팔아 번 돈 5000만원을 모두 털어 넣었다. 장 전 원장은 “1년 전부터 이 회사에 나와 기술 등을 자문하고, 공장 한쪽에서 글을 써 왔다”며 “출·퇴근길에 만나는 아이들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한 끝에 도서관을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로 1시간 거리인 대전에서 도서관까지 날마다 직접 차를 몰고 온다.    
 

24시간 개방, 과학지식 전달 강연도

도서관은 연중 내내 24시간 개방한다. 20여명이 한꺼번에 앉을 수 있게 테이블과 의자를 갖췄다. 뒹굴면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소파도 마련했다. 정직과 신뢰는 서로 만들어가는 것이란 의미에서 책을 빌려 갈 때 대여 기록을 남기지 않도록 했다. 장 전 원장은 “아이들이 언제나 내 집처럼 드나들 수 있도록 항상 개방한다”고 말했다.  
 
장 전 원장은 “도서관 주요 고객은 인근 전의초등학교와 전의중학교 학생 270여명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장 전 원장은 도서관까지 버스가 닿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이 택시를 불러 타고 오면 요금을 대신 내주기로 했다.
 
장인순 전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이 자신이 만든 마을도서관을 소개하고 있다. 김방현 기자

장인순 전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이 자신이 만든 마을도서관을 소개하고 있다. 김방현 기자

장 전 원장은 앞으로 이 도서관에서 학생을 상대로 강연과 토론회 등도 열 계획이다. 장 전 원장은 “잘못 알려진 원자력 정보가 너무 많고, 이 때문에 정부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을 제대로 이해를 못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국민이 어릴 때부터 과학지식을 제대로 갖춰야 국가나 사회가 혼란에 빠질 위험이 적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연을 위해 자신이 초대 회장을 지낸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의 과학자 모임인 ‘따듯한과학마을벽돌한장’에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다. 장 전 원장도 직접 강의와 토론을 진행할 계획이다. 
 

"탈원전은 세계적 웃음거리"

장 전 원장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70년 동안 이룩한 세계 최고의 원자력 기술이 최근 4년 년 동안 무너질 위기에 몰렸다”며 “탈원전을 가장 반기는 사람은 북한의 김정은일 것”이라고 말했다. 장 전 원장은 “아랍에미리트 등 산유국도 원자력 발전소를 만드는데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이렇다 할 대책도 없이 탈원전을 하는 것은 세계적 웃음거리”라고도 했다.
 
장인순 전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이 만든 '전의 마을 도서관 내부. 김방현 기자

장인순 전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이 만든 '전의 마을 도서관 내부. 김방현 기자

1964년 고려대 화학과를 졸업한 장 전 원장은 1976년 캐나다 웨스턴 온타리오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아이오와대 연구원으로 일하다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해외 한국인 과학자 유치 프로젝트에 따라 미국에서 귀국했다. 대전 핵연료개발공단에서연구 활동을 시작해 2005년 원자력연구원장(당시 소장)으로 퇴임할 때까지 핵연료 국산화, 원자로 개발 등을 이끌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원자력에너지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세종=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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