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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2차예선 북한 불참에 번지는 한숨

중앙일보 2021.05.05 00:03 종합 16면 지면보기
2019년 평양서 열린 축구대표팀 남북대결에서 돌파하는 손흥민(왼쪽). [사진 대한축구협회]

2019년 평양서 열린 축구대표팀 남북대결에서 돌파하는 손흥민(왼쪽). [사진 대한축구협회]

북한의 카타르월드컵 예선 불참 결정의 여파가 한국을 넘어 동북아시아 스포츠계 전반에 퍼지고 있다.
 

최고 흥행카드 ‘남북대결’ 무산
북한, AFC에 6월 경기 포기 통보
도쿄올림픽 불참 번복도 희박

북한은 6월 A매치 기간(5월31일~6월15일) 중 한국에서 열리는 2020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불참을 결정했다. 지난달 30일 아시아축구연맹(AFC)에 공문을 보내 이를 통보했다. 지난달 5일 도쿄올림픽 불참 선언에 이어 월드컵 예선까지 동아시아에서 열리는 두 가지 스포츠 빅 이벤트를 모두 외면한 셈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지만, 정치적인 고려가 더해진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축구협회는 아쉬운 기색이 역력하다.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의 흥행 카드로 점찍어 둔 북한전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3월 한일전 참패(0-3) 이후 급락한 A대표팀 기대감을 남북대결 승리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었지만, 물거품이 됐다. TV 중계권료와 광고 수입의 하락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북한을 어떻게든 올림픽 무대에 다시 끌어내기 위해 물밑 작업 중이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IOC는 그간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직접 북한올림픽위원회(NOC)에 연락을 취하며 ‘북한 달래기’에 공을 들여왔다. 올림픽 불참 도미노 현상을 우려하는 일본도 북한의 태도를 예의주시해왔다. 지난달 17일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북일 관계 정상화를 위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조건 없이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며 화해의 손을 내밀기도 했다. 북한이 월드컵마저 포기한 건, 올림픽 무대 복귀 가능성이 더욱 낮아졌다는 신호다.
 
북한과 2032년 올림픽 공동개최를 추진 중인 우리 정부의 부담도 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북한의 도쿄올림픽 불참 선언에 대해) 포기하긴 이르다. 막판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물 건너간 상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도쿄올림픽을 남북 대화의 장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인데, 북한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관련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다만, 파울루 벤투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에겐 북한의 불참 통보가 반가울 수 있다. 월드컵 2차예선 H조에서 만난 팀들 중 북한은 여러모로 불편하고 까다로운 상대다. 2019년 10월 평양에서 치른 원정 맞대결에서도 0-0으로 비겼다.
 
북한이 불참하면 규정상 기존 전적과 잔여 경기 결과가 모두 0-3 몰수패로 처리 된다. 그에 따라 투르크메니스탄(3승2패·9점)-한국(2승2무·8점)-레바논(2승2무1패·7점) 순이던 H조 상위권 구도가 달라진다. 앞서 북한과 원정 경기에 0-2로 진 레바논이 패배를 승리로 바꾸며 3승2무(11점)가 돼 선두로 올라선다. 한 경기를 덜 치른 벤투호가 3승1무로 2위, 투르크메니스탄은 3승2패 3위로 내려앉는다. 벤투호 잔여 일정은 6월3일 투르크메니스탄전, 11일 스리랑카전, 15일 레바논전이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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