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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는 재미 못볼 구조"···문턱 낮췄지만 불만 커지는 공매도

중앙일보 2021.05.04 17:31
1년 2개월 만에 부활한 주식 공매도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공매도로 주가가 곤두박질쳐 손실을 본 데다, 여전히 외국인·기관 투자가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이유에서다. 개미들의 공매도 문턱이 낮아졌지만, '재미'를 보기도 어려운 구조라는 평가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사들여 갚아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연합회가 운행하는 '공매도 반대 버스'가 지난 2월 서울 세종대로에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연합회가 운행하는 '공매도 반대 버스'가 지난 2월 서울 세종대로에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개미가 많이 산 두산퓨얼셀 13%, 씨젠 11% 급락

4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0.17포인트(0.64%) 오른 3147.37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지수도 0.56% 상승한 967.2를 기록했다. 지수만 보면 전날 재개된 공매도의 충격과 우려가 진정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공매도 취약종목으로 거론된 종목들은 약세를 이어갔다. 두산퓨얼셀은 전날 10.98% 급락한 데 이어 이날 2.24% 내렸다. 이틀간 13% 하락한 것이다. HMM과 보령제약, 씨젠도 이틀간 각각 9.1%, 19.1%, 10.9% 폭락했다. 
 
문제는 이들 종목이 개인들이 쓸어담은 주식이란 점이다. 특히 두산퓨얼셀은 개미들이 지난달 이후 1959억원어치 순매수했고, 씨젠(954억원)은 같은 기간 코스닥 순매수 1위 종목이다. 인터넷 주식 커뮤니티에는 "공매도가 사람 죽인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이어 주식시장까지 박살 낸다"는 글이 넘쳐난다.  
투자 주체별 공매도 거래대금 규모.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투자 주체별 공매도 거래대금 규모.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개미, 공매도 거래대금의 1.8% 그쳐

우여곡절 끝에 공매도의 빗장이 풀렸지만, 개인 투자자의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금융당국은 개인에게 공매도용 주식을 빌려주는 증권사를 6곳에서 17곳으로 늘리고, 주식 대여 물량도 2조4000억원으로 늘렸다. 
 
공매도를 준비 중인 투자자도 적지 않다. 개인이 공매도하려면 금융투자협회에서 사전교육을 30분간 받고, 한국거래소의 모의 투자도 1시간 거쳐야 한다. 4일 기준 사전교육 이수자는 1만7000명, 모의 투자를 한 참가자는 8300명이 넘었다. 
 
그런데도 실제 개인의 공매도 비중은 미미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4일 전체 공매도 거래대금 1조9706억원 중 개인 투자자의 비중은 1.8%(348억원)에 불과했다. 외국인은 86.6%, 기관은 11.7%로 압도적이었다. 
 
직장인 김모(40)씨는 "공매도 모의 투자를 해 보니 일반 투자기법과 반대로 주가 하락에 베팅해야 하고, 업틱룰(현재가 이하로 공매도 금지) 규정도 불편했다"며 "공매도 타이밍을 잡기도 어려워 (공매도를) 결국 포기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개인들은 공매도 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에 자금력이나 정보력 측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공매도 종합상황실.

한국거래소 공매도 종합상황실.

"개인, 공매도 안 하는 게 낫다"

공매도는 특성상 주가가 오를 경우 원금을 까먹는 건 물론 손실이 무한정 커질 수 있다. 개인이 주식을 빌리는 기간이 60일로 제한된 만큼 수익 구간까지 '버티기 전략'을 펴기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개미들은 반발하고 있다. 지난 3일 "기관에도 공매도 상환 기간을 설정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틀 만에 3만명 가까이 동의했다. 
 
개인 투자자들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기관과 외국인의 공매도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무기한으로 연장 가능해서 하락할 때까지 기다리면 결코 손실을 보지 않는다"며 "공매도 의무 기간을 개인과 동일하게 60일로 통일하라"고 밝혔다. 
 
또 기관·외국인의 공매도 대주 담보비율(105%)을 개인과 마찬가지로 140%로 맞추라고 주장했다. 담보비율은 주식을 빌린 사람이 잔고로 유지해야 하는 비율로, 개인의 경우 공매도를 한 종목 주가의 140% 이상 돈을 맡겨야 한다. 만약 공매도 투자자가 맡겨둔 담보가 부족해지면 강제 상환 당할 수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가 하락 폭의 2배 수익을 내는 '곱버스' 상품과 비슷한데, 공매도는 장기간 들고 갈 수 없다"며 "전문투자자가 아니면 개인들은 투자하지 않는 게 낫다"고 말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도 "공매도는 전문투자자 영역이라 개인들이 돈 벌기 쉽지 않다"고 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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