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야, 앞에선 "함께 협력하자" 밖에선 "장물 돌려줘라"

중앙일보 2021.05.04 16:56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왼쪽)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를 예방해 인사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왼쪽)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를 예방해 인사하고 있다.

 
“마스크는 흑백으로 썼지만 흑백 논리를 펴는 건 아닙니다.”
 
4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처음 만났는데, 두 사람이 흰색(윤호중)과 검은색(김기현) 마스크를 쓴 것이 확인되면서 윤 원내대표가 한 얘기다. 윤 원내대표가 “흑백 논리를 하려는 건 아니다”며 농담을 건넸고, 김 원내대표가 “멀리서 봐도 미소가 아름다운 남자”라고 치켜세웠다.   
 
이날 회동 비공개 회의에서도 “법사위원장 논란 등 민감한 대화는 최소화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법사위원장 자리 논의는 지나가듯 가볍게만 했다”며 “윤 대표가 '구체적인 건 수석들이 모여서 논의하는 게 좋겠다'고 정리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공개 발언에서 “밤이 깊을수록 별이 빛난다는 ‘야심성유휘(夜深星逾輝)’란 말처럼 코로나19 위기가 엄중한 상황에서 야당이 함께 큰 일을 이뤄가자”고 말했다. 김 대표는 “여당과 야당이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전차의 양쪽 바퀴”라며 “여러 입장을 조율할 때 윤 대표가 보조를 맞춰줄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회동을 마친 뒤 신현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백신 수급이 가장 중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양당이 공동으로 노력을 하기로 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손실보상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손실보상법 제정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장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며 “공청회보다 더 많은 의견을 수렴하는 방법을 양당 수석부대표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개된 발언과 달리 5월 임시국회 일정은 합의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민주당은 6일에 5월 첫 본회의를 열고 싶어 하지만 야당은 법사위원장 자리 문제로 합의를 안 해주는 상황”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두 대표가 만나기 전까지 여야는 장외에서 거친 신경전을 벌였다. 김 대표는 3일 공석이 된 국회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여당이 장물을 계속 갖고 있는 것”이라며 “장물을 돌려주는 건 권리가 아닌 의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광온 민주당 의원을 새 법사위원장으로 내정한 민주당은 “1기 원구성 협상은 끝났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준호 원내대변인은 3일 “김기현 대표의 몽니에 국회가 다시 정쟁의 장이 되고 있다”며 “21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장 자리를 포기한 건 국민의힘이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21대 국회 전반기 원구성 실무를 맡았던 김영진 민주당 의원도 지원사격을 했다. 김 의원은 3일 페이스북에서 “11대7(상임위원장 수)의 합리적인 협상안을 걷어찬 것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독선적인 벼랑끝 정치전술 때문”이라며 “코로나 위기 극복보다는 정치적 유리함을 택한 노회한 노정객의 고루한 책략이었다”며 비판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