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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여성 차별?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

중앙일보 2021.05.04 15:09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 [사진 봄아트프로젝트]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 [사진 봄아트프로젝트]

 
솔직하고 직설적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33)의 글은 그의 연주만큼이나 머뭇거리는 법이 없다. 예를 들면 이런 부분이다. “진주씨 잘 하는데 한국인이 좋아할 스타일이 아니예요”라는 말을 듣고 그는 이런 생각을 글로 옮겼다. “그저 노랗게 머리를 탈색하고, 버릇없는 말투로 옆자리 사장님의 성희롱을 가격하고, 가슴골이 노출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나의 주체적 표출 방식을 두려워 하는 것이다. 그렇다. 나는 그들이 두려워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조진주는 순종적인 아시아 여성상에 이의를 제기하고 서양에서 숱하게 겪었던 차별적 시선을 떠올리며 분노한다. “그의 무의식을 마음 깊이 혐오한다. 백 년이 지나도, 그는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직설적인 어법의 첫 에세이집 출간

 
조진주는 어려서부터 바이올린을 했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세계적 권위의 콩쿠르에서 우승한 연주자다. 2014년 최고 권위의 바이올린 대회 중 하나인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그보다 앞서 2006년엔 몬트리올 국제 콩쿠르에서 17세에 1위를 했다. 현재는 캐나다 몬트리올 맥길대학교의 부교수이고 세계 곳곳에서 연주하고 있다.  
 
이달 7일 나오는 조진주의 첫 책 『언젠가 반짝일 수 있을까』에서 클래식 음악가의 ‘고상한’ 글을 기대했다면 전혀 다른 문장을 만나게 된다. 2015년 클래식 음악잡지 ‘객석’에 연재를 했던 그는 4일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원래는 연재했던 글을 모아 책을 내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새로운 방향으로 가게 돼 완전히 다시 썼다”고 했다. 또 “나의 가장 어려운 부분까지 가감없이 쓰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썼다”고 덧붙였다.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 [사진 봄아트프로젝트]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 [사진 봄아트프로젝트]

 
과연 생각지 못했던 솔직함이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20대 시절 연주자의 길에 대해 확신을 가지기까지의 과정도 그렇다. 그는 “10대 시절엔 음악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어쩌다보니 음악을 하고 있었다”며 “20대는 선택을 위해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스스로 선택하기 위해 그는 경제적 독립을 하며 음악 공부를 했다. 대형 콩쿠르 1위 후에도 레스토랑에서 시급 30달러를 받고 바이올린을 연주했고, 제대로 된 침구가 없어 겨울 패딩을 입고 잤던 이야기도 모두 담았다.  
 
대학교 2학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던 일도 세세히 적었다. “또래 친구들보다는 나름 세상을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빠가 죽고 나서 보니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였다. 돈 냄새를 맡으면 인간들이 개떼처럼 몰려든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런 상실의 과정에서 도대체 음악을 한다는 일이 뭔지를 질문하는 과정도 책에 담겨있다.
 
기자간담회에서 조진주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데 아주 힘이 든다. 다만 재미가 힘듦을 이긴다”고 했다. 또 “일 벌이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좋아하는 성격이어서 책 발간도 가능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책의 제목은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아시아 여성 연주자로서 느꼈던 열등감을 다룬 글의 제목에서 따왔다. “유럽 위주의 고전 음악계에서 아시아 여성 연주자가 열등감을 안 느낄 수가 없다.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항상 있다.” 하지만 성별·인종에 대한 차별을 그냥 넘어가는 법은 없다.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헤집지 않으면 안된다. 어쩌겠나, 이렇게 생겨먹은 걸.”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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