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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안해도 묻지도 않고 주사 놔준다, 백신 넘치는 美 풍경

중앙일보 2021.05.04 15:09
3일(현지시간) 찾아간 미국 워싱턴 시내 BFC '워크업' 백신 접종소에선 사전 예약이나 신분증 확인 절차 없이 오는대로 모더나 혹은 존슨앤드존슨 코로나19 백신을 놔주고 있었다. [이광조 JTBC 영상기자]

3일(현지시간) 찾아간 미국 워싱턴 시내 BFC '워크업' 백신 접종소에선 사전 예약이나 신분증 확인 절차 없이 오는대로 모더나 혹은 존슨앤드존슨 코로나19 백신을 놔주고 있었다. [이광조 JTBC 영상기자]


사전예약·신분확인 없이 백신 접종
신분증 없던 기자도 "당장 접종 가능"
120회분 준비했는데도 39명 접종 그쳐
"남는 백신 버리지 않기 위해 고심 중"

“예약도 필요 없고, 증명도 필요 없습니다. 모더나 백신을 맞고 싶다면 그냥 오면 됩니다.”
미국 워싱턴 시내에 있는 구호단체 '도시에 빵을(Bread for the City, BFC)'의 켄드릭 토머스 홍보팀장은 3일(현지시간) 지난주부터 운영을 시작한 '워크업(Walk-up)' 백신 접종소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달 기저질환 등의 조건 없이 모든 성인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미국에선, 이제 사전 예약도 하지 않고 걸어들어와 그 자리에서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접종소까지 등장했다. 운전면허증 등 사진이 있는 신분증을 검사하던 절차도 생략했다.  
이날 찾아간 BFC 워크업 접종소에선 실제로 방문자들에게 백신을 맞으러 왔느냐고 물은 뒤 곧바로 접종 절차에 들어갔다. 손목으로 온도 측정을 하고 접수대에서 간단한 질문지를 작성하는 게 사전 절차의 전부였다.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시내 BFC '워크업' 접종소를 찾은 한 남성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해 접수를 하고 있다. [이광조 JTBC 영상기자]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시내 BFC '워크업' 접종소를 찾은 한 남성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해 접수를 하고 있다. [이광조 JTBC 영상기자]

미국 워싱턴 시내의 '워크업' 접종소에선 신분증 검사 없이 건강상태에 대한 간단한 질문지만 작성하면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수 있었다. [이광조 JTBC 영상기자]

미국 워싱턴 시내의 '워크업' 접종소에선 신분증 검사 없이 건강상태에 대한 간단한 질문지만 작성하면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수 있었다. [이광조 JTBC 영상기자]

개인 신상을 묻는 내용도 없었다. 오늘 혹시 몸이 안 좋은지, 백신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지, 최근 14일 안에 백신을 맞았는지 등 접종 안전과 관련한 내용 정도만 확인했다. 곧이어 주사를 맞고, 대기석에서 부작용 여부를 지켜본 시간까지 모두 합쳐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토머스 팀장은 ▶온라인으로 예약하기 힘든 노인 ▶거주지를 증명하기 힘든 노숙자 ▶개인 신분증을 제시하기 힘든 사람 등에게도 백신 접종을 장려하기 위해 이런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미국 시민이 아닌 기자 역시 신분증 없이도 오늘 당장 접종할 수 있겠냐고 묻자 "워싱턴에서 일하고 있으니 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BFC의 켄드릭 토머스 홍보팀장은 ″온라인으로 예약을 하기 힘든 노인이나 거주지를 증명하기 힘든 노숙자, 개인 신분증을 제시하기 힘든 사람 등에게도 백신 접종을 장려하기 위해 '워크업' 접종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광조 JTBC 영상기자]

BFC의 켄드릭 토머스 홍보팀장은 ″온라인으로 예약을 하기 힘든 노인이나 거주지를 증명하기 힘든 노숙자, 개인 신분증을 제시하기 힘든 사람 등에게도 백신 접종을 장려하기 위해 '워크업' 접종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광조 JTBC 영상기자]

이런 워크업 접종소는 지난 주말 동안 워싱턴 시내에만 12곳이 문을 열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주사를 놔주니 사람들이 붐빌 거라 예상했지만, 이날 BFC 접종소는 한산한 편이었다. 대기하는 줄도 없었다.  
이곳 접종소엔 지난 한 주 동안 120회분의 백신을 준비해 놨지만, 실제 접종자는 39명에 그쳤다고 했다.
아직 홍보가 덜 된 탓도 있지만, 백신을 불신하는 이들이 여전히 있어서다. 의료 업무를 책임지는 랜디 에이브럼슨 소장은 이런 저항감을 없애기 위해 지역에서 수십 년 동안 의료사업을 펼친 BFC 같은 기관이 워크업 접종소 활동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처음보다 방문객이 조금씩 늘고 있지만, 하루에 준비해 놓은 75~100회분의 백신을 모두 소진하기에는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  
에이브럼슨 소장은 "남는 백신을 버리지 않도록 지역 내 다른 환자에게 연락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 시내 BFC '워크업' 접종소의 의료 책임자인 랜디 에이브럼슨 소장은 ″하루 75~100회 분을 접종할 수 있지만 채우지 못하고 있다″며 ″수요가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광조 JTBC 영상기자]

미국 워싱턴 시내 BFC '워크업' 접종소의 의료 책임자인 랜디 에이브럼슨 소장은 ″하루 75~100회 분을 접종할 수 있지만 채우지 못하고 있다″며 ″수요가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광조 JTBC 영상기자]

한편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코로나19에 대한 집단면역을 달성할 가망이 없어 보인다는 전문가들 의견을 1면 기사를 통해 소개했다.  
일부 미국인들이 여전히 백신을 거부하고 있는 데다, 전염성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까지 등장했기 때문이다.  
당초 감염병 전문가들은 인구의 60~70%가 면역력을 갖추면 집단면역을 이룰 거라고 봤지만, 변이의 등장으로 최소 기준선은 80%로 상향 조정됐다. 반면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30% 정도가 여전히 백신 접종을 꺼리고 있다. 목표치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NYT는 전국적으로 평균 90% 이상이 백신을 맞아도 집단면역을 장담할 순 없다고 봤다. 접종률이 너무 낮은 일부 지역이 존재하는 한, 또 다른 나라에 여전히 확진자가 속출하는 한, 바이러스는 언제든 다시 미국에서 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루스톰 안티아 미 에모리대(진화생물학) 교수는 "이 바이러스가 없어질 것 같지 않다"면서 "이를 가벼운 감염병 정도로 억제하기 위해 모든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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