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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큰 실수" 위협에 블링컨 "외교의 기회 잡아라" 응수

중앙일보 2021.05.04 13:30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향해 "외교적 관여 기회를 잡으라"로 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향해 "외교적 관여 기회를 잡으라"로 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3일(현지시간) 북한을 향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외교에 응할지를 결정하라고 촉구했다. 대북 정책 리뷰를 완성했다고 발표한 지 사흘 만에 협상에 나오라고 손 내밀면서 대화 재개의 공을 북한 쪽으로 넘겼다. 

런던 국제회의서 북한에 대화 복귀 촉구
"수일, 수개월간 北 말과 행동 지켜볼 것"
"외교에 초점을 맞춘 매우 분명한 정책"

 
북한이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큰 실수를 했다"고 비판하자 미국이 "기회를 잡으라"로 응수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회담에 복귀할 수 있도록 어떤 양보를 제공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북한이 순순히 대화 테이블로 나오길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영국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나는 북한이 외교적으로 관여할 기회를 잡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있는지 살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과 양자 회담 후 연 공동기자회견에서 '대북 정책 리뷰가 완성됐는데, 지금까지 북한이 보인 반응에도 북한과의 외교 재개에 대한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하면서다. 
 
블링컨 장관은 외교가 바이든 대북 정책의 중심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외교에 초점을 맞춘 매우 분명한 정책을 가지고 있고, 그 기준으로 관여를 원하는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것은 북한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교와 대화를 앞세워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복귀해야 한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블링컨 장관은 또 "우리는 앞으로 며칠 또는 몇 개월 동안 북한이 하는 말뿐만 아니라 실제로 하는 행동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도발을 억제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면밀하게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알린 것이다. 미 행정부 출범 초기마다 도발해 온 북한이 이번에도 도발할 가능성을 바이든 행정부가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30일 행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대북 정책 리뷰 결과가 "북한의 도발을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블링컨 장관이 '몇 개월'까지 언급한 것은 며칠, 몇주 간의 북한 움직임으로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블링컨은 대북 정책 리뷰를 "북한과의 외교를 탐색하고 모두에 열린, 잘 조정되고 실용적인 접근을 요구하는 정책"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동맹, 파병 미군의 안전을 증대시키는 실용적인 진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실용적'이란 표현을 연달아 쓰면서 유연한 대응을 시사했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달 28일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 연설에서 외교와 단호한 억지를 통해 북한의 핵 위협에 대처하겠다고 한 데 대해 지난 2일 "미국 집권자는 지금 시점에서 큰 실수를 했다"고 위협했다. 바이든 연설을 겨냥했지만, 대북 정책 리뷰가 나온 뒤여서 그에 대한 반응으로 받아들여졌다.
 
미국은 대북 정책 리뷰 완성 이후 북한과의 외교 재개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블링컨 장관이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 회의 참석차 방문한 런던에서 영국 외무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를 언급함으로써 이 문제에 대한 동맹과 국제사회의 협력을 촉구했다.
 
북한에 잇따른 대화 제스처를 보내기도 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일 ABC방송에 출연해 "우리 대북 정책은 적대를 목표로 한 것이 아니다. 해결을 목표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 최종 목표를 상대적으로 북한의 거부감이 덜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로 언급한 것도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장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3월 한·일 순방 때는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썼으나,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목표"라고 밝혔다. '북한 비핵화'는 핵무기 개발과 위협에 대한 책임이 북한에 있음을 명시하는 표현으로, 북한의 핵 폐기를 의미한다.
  
백악관은 지난달 30일 몇 달간 검토 끝에 대북 정책 리뷰를 마쳤다고 발표했다. 외교를 모색하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식의 일괄 타결은 추진하지 않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식의 전략적 인내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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