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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 캠핑장의 비극···무색무취 살인자가 '캠린이' 노린다

중앙일보 2021.05.04 05:00
캠핑족들 사이에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종종 발생해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연관 없음. 사진 pixabay

캠핑족들 사이에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종종 발생해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연관 없음. 사진 pixabay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국내 여행 수요가 늘면서 캠핑족이 증가한 가운데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2일 오후 강원 횡성군의 한 캠핑장에서 일가족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텐트를 철수해야 할 시간이 지났음에도 인기척이 없어 캠핑장 업주가 확인차 이들을 찾았다가 사망 현장을 목격했다. 경찰은 텐트 안에서 화로와 숯이 발견된 것으로 미루어 일산화탄소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충남 당진 해수욕장에서는 캠핑하던 부부와 반려견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 역시 텐트 안에서 부탄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난방기구가 발견돼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사망 사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캠핑족은 느는데…상식은 부족

2015~2019년 캠핑장 안전사고 현황. 자료 한국소비자원

2015~2019년 캠핑장 안전사고 현황. 자료 한국소비자원

코로나19로 인해 밀폐된 실내 공간을 피해 야외에서 캠핑을 즐기는 이용객이 증가했지만, 화재 안전 의식 수준은 여전히 낮은 상태다. 캠핑장 화기 취급에 따른 안전사고 수칙을 잘 숙지하지 못한 채 캠핑을 시작하는 ‘캠린이’들이 많아서다.
 
올해 초부터 캠핑에 입문했다는 이모(34)씨는 “캠핑이 유행이다 보니 장비만 구매해 덜컥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며 “주변에 캠핑을 오랫동안 해 온 지인이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지 않는 이상 저 같은 초보자는 기본적인 안전 수칙도 모른 채 캠핑을 다닌다”고 말했다.  
 
캠핑 관련 안전사고 대부분은 난방기구를 잘못 사용했을 때 일어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5~2019년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캠핑장 관련 안전사고 총 195건 가운데 ▶열에 의한 화상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어지러움 ▶산소결핍 등 난방기기와 취사기구를 쓰다가 발생한 사고가 30.8%(60건)로 가장 많았다.
 
회원 수 80만명에 달하는 캠핑 전문 온라인 카페를 운영 중인 A씨는 매년 캠핑 안전사고 관련 경고 글을 공지로 지정하고 있다. 그는 최근 공지에서 “캠핑에 입문하시는 분들이 많아 서둘러 공지를 하게 됐다. 혹 주변 분들이 잘 모르시면 주의하라고 꼭 알려주시기 바란다”며 난로ㆍ숯 사용 시 주의할 점을 상세하게 적고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5년 차 캠핑족 전모(36)씨는 “캠핑 사망 소식을 접하면 안타깝다. 난로를 사용할 때는 텐트 내 환기구를 확보해 놓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상식”이라며 “TV에 나오는 캠핑 장면을 보고 캠핑을 시작하는 사람도 많은데, 캠핑에 관심이 있다면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먼저 정보를 찾아보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4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21 캠핑&피크닉 페어'에서 관람객들이 캠핑 관련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캠핑 장비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4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21 캠핑&피크닉 페어'에서 관람객들이 캠핑 관련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캠핑 장비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연합뉴스

안전지도사ㆍ안전교육 우선돼야

한국캠핑협회 측은 캠핑장 내 안전지도사 의무 고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차병희(59) 한국캠핑협회 회장은 “100평짜리 수영장에도 안전요원이 있는데, 최소 2000평인 캠핑장은 안전요원 없이 운영되는 현실”이라며 “외형적인 캠핑장 설립 기준도 중요하지만, 캠핑장 관계자들이 안전 교육을 받고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강제성이 없다 보니 비용을 들여가며 안전 교육을 받을 이유가 없는 것”이라며 “10년 전부터 이 사안을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 건의해왔지만 서로 미루기만 할 뿐 제도 보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일산화탄소는 냄새도, 색깔도 없어 사람이 인지 못 한다”면서 “예를 들어 공간을 100으로 볼 때, 일산화탄소가 0.4%만 누출돼도 사람이 한 시간 내에 사망하고, 1%의 경우 2~3분 내 실신한다”고 말했다.
 
공 교수는 이어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설치하더라도 작동이 안 할 위험이 있고, 경보기는 애초에 바깥에서 들어온 일산화탄소를 감지하기 위함이지 텐트 내부에서 불을 피우기 위해 설치하는 장치가 아니다”라며 “캠핑족이 계속 늘어날 것을 고려해 국가 차원에서 국민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홍보 수단을 통해 캠핑 관련 안전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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