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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오수 검찰총장, 정권 말 방탄 총장 아닌가

중앙일보 2021.05.04 00:12 종합 30면 지면보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후임 검찰총장으로 지명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일각에선 친정권 인사라는 평가가 있다’는 질문에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가 남아 있어 많은 말을 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언급했다.   [뉴스1]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후임 검찰총장으로 지명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일각에선 친정권 인사라는 평가가 있다’는 질문에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가 남아 있어 많은 말을 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언급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새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했다. 청와대는 “국민 인권 보호와 검찰개혁에 앞장서 왔다”는 점을 발탁 이유로 내세웠지만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그보다는 임기 말 권력의 누수를 막아 정권을 보호하기 위한 전형적인 ‘방탄 총장’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그간 권력기관장 인사에서 일관되게 보여 온 인사 기조와 스타일을 다시 한번 답습한 것이기 때문이다. 리더십이나 업무 능력, 전문성보다는 믿는 사람 먼저, 충성도 우선이 인사 기준으로 자리 잡은 것 같아 아쉽다.
 

신망보다 정권 충성도 우선해 낙점
수사의 독립성·중립성 지킬지 의문

당초 청와대가 염두에 뒀던 1순위 후보자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는 단서는 차고도 넘친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황제 조사 소동’ ‘수사심의위 개최 논란’에 휩싸여 있는 피의자가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 후보에서 처음부터 배제되지 않을 수 있는가. 결국 추천위가 1차로 선정한 후보 4명에서 이 지검장이 탈락한 이후부터 김 전 차관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차선으로 옮겨간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인사는 순리를 거스른 무리수가 적지 않았다. 일단 ‘조직 내 신망’에 높은 기준을 둔 총장 추천위에서 김 전 차관의 득표수가 가장 적었다고 한다. 4명 중 4등이 1~3등을 제치고 낙점됐다. 외관상으로도 공정해 보이지 않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앞서 “차기 검찰총장 인선은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상관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검찰의 중립성·독립성보다 충성도를 최우선으로 보겠다는 뜻이 아니고 뭐겠나.
 
더욱이 이 지검장은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에 외압을 넣은 혐의로 기소될 위기에 처해 있고, 김 후보자는 불법 출금 과정의 보고 라인으로 공익신고서에 적시돼 있다. 피의자라도 내 편이면 괜찮다는 그릇된 인식이 아니고는 임명을 강행하기 어려운 구조다. 김 후보자가 검찰총장이 되면 셀프수사 지휘를 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을 맞게 된다.
 
김 후보자는 2년 전 검찰총장 물망에 올랐고 이후 국민권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공정거래위원장, 감사원 감사위원 후보군에까지 올랐다. 한때 조국 일가 사건 수사와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휘라인에서 빠지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청와대와 여권의 신뢰를 받고 있는 친정권 인사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이제부터라도 김 후보자가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준비 없는 검찰개혁으로 검찰은 만신창이다.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수사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켜 줄 버팀목 역할이 필요하다. 김 후보자는 소통과 통합을 중시하는 합리적 리더십보다는 추진력이 강한 돌쇠형 리더십의 소유자다. 이제라도 정권에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게 아니라 국민만 바라보고 가는 돌쇠상을 정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검찰총장이 권력에 휘둘리면 국가와 국민에게 불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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