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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살해한뒤 누나인척 "신고 웬말"…경찰 속인 살인자 카톡

중앙일보 2021.05.03 18:32
 30대 누나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동생 윤모(27)씨가 2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윤씨는 지난해 12월 인천 한 아파트에서 누나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뒤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석모도 한 농수로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30대 누나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동생 윤모(27)씨가 2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윤씨는 지난해 12월 인천 한 아파트에서 누나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뒤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석모도 한 농수로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누나를 살해한 뒤 인천 강화 농수로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윤모(27)씨가 지난 2월 누나의 가출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을 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윤씨의 어머니는 지난 2월 14일 인천남동경찰서 한 지구대에 딸에 대한 가출신고를 했다. 경북 안동에 사는 부모는 딸과 연락이 되지 않는 상태였다. 앞서 윤씨는 부모에게 “누나가 2월 8일에 집을 나간 뒤 안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윤씨 말에 따라 경찰은 남매가 사는 아파트 출입구 폐쇄회로(CC)TV를 조사했다.
 
그러나 2월 8일 오전 6시부터 다음날까지 CCTV 영상에 윤씨 누나는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이 윤씨에게 누나가 집을 나간 날을 재차 묻자 그는 “사실 누나는 그 전에 집에 나갔다. 누나가 외박한 사실을 알고 어머니가 걱정할까 봐 잠깐 들어왔다고 한 것”이라고 말을 번복했다. 당시 자정이 넘은 터라 경찰은 철수했다.
 
윤씨는 다음날 경찰 수사관에게 누나와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를 캡처해 보냈다. 해당 대화 기록엔 윤씨 누나가 ‘너 많이 혼났겠구나. 실종 신고가 웬 말이니. 한두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라고 보낸 내용이 있었다. 윤씨는 며칠 뒤 경찰에 누나와 주고받은 다른 대화 기록을 보냈다. 이 기록엔 윤씨가 ‘부모님에게 남자친구를 소개하고 떳떳하게 만나라’고 하자 누나가 ‘잔소리 그만하라’고 답장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후 경찰이 연락할 때마다 누나의 휴대전화는 꺼져있거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누나가 동생이 아닌 다른 사람하고는 연락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판단하고 의심의 눈초리를 거뒀다고 한다. 윤씨 부모도 아들의 말을 믿고 지난달 초 가출 신고를 취소했다.
지난달 27일 30대 여성이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된 강화군 농수로의 모습.뉴스1

지난달 27일 30대 여성이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된 강화군 농수로의 모습.뉴스1

그러나 윤씨가 보여준 메신저 대화 기록은 그가 조작한 것이었다. 누나의 휴대전화 유심(가입자 식별 모듈·USIM)을 다른 기기에 끼운 뒤 두 사람이 대화를 주고받은 것처럼 꾸민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윤씨가 누나와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 기록을 캡처해 수사관에게 보내줬다”며 “동생이랑은 연락을 주고받는다고 생각해 더는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씨는 지난해 12월 중순 인천 남동구 자택에서 누나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뒤 강화군 석모도 농수로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누나를 살해한 뒤 아파트 옥상에 10일간 시신을 방치했다가 여행용 가방에 담아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석모도에 있는 한 농수로에 유기했다. 누나의 시신은 농수로에 버려진 지 4개월 만인 지난달 21일 발견됐다.
 
수사전담반을 꾸린 경찰은 누나의 주변인과 통신·금융 내역, 대화 기록 등을 조사한 뒤 윤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지난달 29일 오후 4시 39분쯤 경북 안동에 있는 그의 부모 집에서 체포했다. 윤씨는 경찰에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조사한 결과, 현재까지 윤씨에게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성향은 나타나지 않았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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