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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수끝에 검찰총장 김오수…'정권말 방탄총장' 지켜봐야

중앙일보 2021.05.03 18:19
이변은 없었다. 3일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오수(58·사법연수원 20기) 전 법무부 차관은 윤석열(61·23기) 전 총장이 지난 3월 4일 전격 사퇴한 뒤부터 가장 유력한 총장 후보 중 한 명으로 빠짐없이 거론됐다. 이성윤(59·23기) 서울중앙지검장이 강력한 라이벌로 지목됐지만, 지난달 29일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위원장 박상기)가 추천한 최종 4인에서 탈락하며 일찌감치 김 후보자 내정설이 제기돼 왔다.
 
전남 영광 출신의 김 후보자는 광주 대동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그의 고교 2년 선배다. 연수원 동기로는 이종걸·이춘석·김회재 등 전·현직 민주당 의원들과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등이 있다. 인천지검 특수부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대검 과학수사부장, 서울북부지검장, 법무연수원장 등을 역임한 특수통 검사 출신이다. 박근혜 정부 때 검사장에 오른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좌천성 승진 코스인 법무연수원장이 되면서 내리막을 걷는가 싶더니 1년여 만에 법무부 차관에 발탁됐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나오며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그는 이날 오후 4시 15분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후보자 지명 소식을 브리핑한 직후 서울고검으로 출근했다. 연합뉴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나오며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그는 이날 오후 4시 15분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후보자 지명 소식을 브리핑한 직후 서울고검으로 출근했다. 연합뉴스

김 후보자는 2018년 6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박상기·조국·추미애 등 문재인 정부 1~3대 법무부 장관을 연달아 보좌하며 여권으로부터 ‘믿을 수 있는 사람’이란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그는 2019년 6월 윤 전 총장과 함께 검찰총장 후보 최종 4인에 포함된 뒤 금융감독원장·공정거래위원장·국민권익위원장·감사원 감사위원 등 현 정부 5개 요직 하마평에 오르내리며 ‘최다 노미네이트(nominate)’란 수식어를 얻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를 놓고 “다양한 분야에 역량이 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안에선 합리적이고 원만한 성품과 친화력이 강점이란 평가와 친(親)정부 성향이란 우려가 공존한다. 2019년 조국 전 장관이 사퇴한 뒤 약 3개월간 장관 권한대행을 맡으면서 ▶특수부 명칭 폐지 ▶형사사건 공개금지 및 인권보호수사규칙 제정 등 이른바 ‘조국판 검찰개혁’ 후속 조처를 무난히 이행하며 여권의 신임을 샀다. 같은 해 11월 8일엔 청와대에서 ‘검찰개혁 추진 경과 및 향후 계획’을 문 대통령에 직접 대면보고를 하기도 했다. 그를 단수 후보로 제청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차기 검찰총장 인선은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상관성이 크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1월 8일 오후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김오수 당시 법무부 차관, 이성윤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으로부터 '검찰개혁 추진 경과 및 향후 계획'을 보고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1월 8일 오후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김오수 당시 법무부 차관, 이성윤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으로부터 '검찰개혁 추진 경과 및 향후 계획'을 보고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그만큼 반작용도 컸다. 2018년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한 감사로 현 여권과 갈등을 빚어온 최재형 감사원장은 지난해 4월 공석이 된 감사원 감사위원 자리에 김 후보자를 제청하라는 청와대의 요구를 2차례나 거부했다. 최 원장과 청와대는 감사원이 김 후보자를 감사위원에 제청하지 않은 이유를 명확히 밝힌 적은 없지만,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최 원장이 김 후보자의 정치적 편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풀이가 많았다. 다만, 그를 잊지 않고 있던 문 대통령이 차기 검찰총장에 내정하면서 김 후보자 입장에선 결과적으로 전화위복이 됐다.
 
김 후보자는 2019년 9월 조국 전 장관 취임 직후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강남일 당시 대검 차장에게 “윤석열 총장을 배제한 특별수사팀을 꾸리자”는 취지로 제안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흔든다는 내부 반발을 샀다. 최근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출금) 사건에 연루돼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 이정섭)로부터 서면조사를 받기도 했다. 그는 2019년 3월 22일 밤 김 전 차관 출금 당시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아 불법 출금을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향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검찰총장에 오르면 자신을 향하는 검찰의 수사를 직접 지휘하는 ‘셀프 수사’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오수 법무부 차관(오른쪽)이 2019년 10월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성윤 당시 검찰국장으로부터 답변 자료를 받고 있다. 김 차관은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로 이날 국감에서 장관을 대신했다. 변선구 기자

김오수 법무부 차관(오른쪽)이 2019년 10월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성윤 당시 검찰국장으로부터 답변 자료를 받고 있다. 김 차관은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로 이날 국감에서 장관을 대신했다. 변선구 기자

김 후보자가 지명되기 전, 여권에선 김 후보자와 구본선(53·23기) 광주고검장 지명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각이 많았다. 구 고검장 역시 조직 안정성 면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지만, 여권 핵심에선 호남 출신 총장을 밀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선 “일찌감치 김 후보자로 낙점한 뒤 나흘 동안 고심하는 척만 한 것 아니냐”(현직 검사)는 뒷말이 나왔다. 일선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김 후보자가 여권의 ‘믿을맨’인 건 분명하지만, 정권 말기 전형적인 ‘방탄 총장’을 자처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임 총장 기수보다 세 기수나 역행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8기(문무일)에서 23기(윤석열)로 뛴 게 파격이었기 때문에 기수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지명 직후인 오후 4시 46분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로 출근해 “어렵고 힘든 시기에 검찰총장으로 지명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겸허한 마음으로 인사청문회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약 90분간 머문 김 후보자는 서울고검 청사를 나서며 ‘일각에선 친정권 인사라는 평가가 있다’는 질문에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가 남아 있어 많은 말을 하는 게 적절치 않다. 앞으로 차차 말하겠다”는 말만 반복한 뒤 기다리던 택시를 타고 떠났다. 대검은 이날 조종태 기획조정부장을 단장으로 한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을 꾸렸다.
 
하준호·강광우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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