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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전세난민' 송영길…봉하행 대신 부동산 정책부터 시동

중앙일보 2021.05.03 17:09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5.3 오종택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5.3 오종택 기자

 
“대표의 이야기대로 부동산·백신 문제 해결이 최우선 과제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11시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와의 전화통화에서 건넨 말이다. 문 대통령은 “당·청간 호흡을 잘 맞춰서 해결해달라”며 “조만간 다시 만나서 더 많은 대화를 나누길 바란다”고도 당부했다. 대통령이 신임 여당 대표와의 첫 통화에서 특정 정책를 언급한 건 이례적이라는 게 여권 안팎의 평가다. 그만큼 부동산 정책은 19년째 무주택자인 송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강조했던 핵심 과제였다. 
 
송 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부동산 문제는 일단 내게 맡겨달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송 대표는 “고민을 많이 했고 나름의 복안도 마련했다”며 “다만 우리가 여당이니만큼 정부 얘기를 듣는 것도 중요하고, 입장도 신중하게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4일 송 대표는 당 부동산 특위의 활동 보고를 받는다. 봉하마을(경남 김해)과 국립 5·18 민주묘지(광주) 방문 일정을 이틀 뒤로 연기하면서까지 이 일정을 잡았다. 단순히 보고만 받는 건 아니다. 국회 정무위·기획재정위·국토교통위·행정안전위 등 4개 상임위 위원장·간사 등 의원 15명으로 구성된 특위를 확대 개편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의 한 핵심 의원은 “송 대표가 직접 위원장을 맡거나, 부동산 전문가를 특위에 배치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해결해야 정권 재창출”

당 대표로서 대선전을 이끌어야 하는 송 대표의 고민은 '부동산 해법 없이는 정권 재창출이 어렵다'는 위기감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송 대표는 3일 기자간담회에서 “제대로 된 부동산 문제 해결방안을 통해 국민 마음을 얻고 청년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면 민심 역시 회복될 수 있다”며 “코로나 백신과 부동산이 해결되고 공정한 대선 경선 관리까지 된다면 국민들이 다시 정권을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왼쪽)가 3일 국회 대표실에서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송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부동산과 백신 문제해결이 최우선 과제다. 당·청간 호흡을 잘 맞춰서 해결해달라"고 요청했다. 오종택 기자

송영길 민주당 대표(왼쪽)가 3일 국회 대표실에서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송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부동산과 백신 문제해결이 최우선 과제다. 당·청간 호흡을 잘 맞춰서 해결해달라"고 요청했다. 오종택 기자

전당대회 기간에도 송 대표는 후보들 중 가장 전향적인 부동산 대책을 꺼냈다. 신혼부부·청년이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할 때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종전 40%(투기과열지구 기준)에서 90%까지 올려주자고 주장했다. 노령층·장기보유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공제 한도도 늘리고, 공시지가 상승률에 대한 속도조절론도 꺼냈다. 종부세 부과기준 완화(9억→12억원) 주장엔 거리를 뒀다. 1가구 1주택자의 세제·대출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구상이다. 
 
이와 관련 송 대표와 아까운 민주당 인사는 “현재 집값은 중산층조차 수도권에 아파트 한 채를 사기 부담스러운데, 이 구조를 바꿔 실수요자가 ‘내 집 한 채’는 가질 수 있게 보호해야 한다는 게 송 대표의 철학”이라고 말했다. 다만 송 대표의 구상이 정부 정책으로 관철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국회 국토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세제는 기재부가, 공급은 국토부가 짜놓은 상황인데 대표 의지만으론 바꾸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집다운 집에”

송 대표의 부동산 정책 구상은 인천시장 재직(2010~2014년) 시절 본인이 직접 설계하고 진행한 ‘누구나 집’ 프로젝트의 경험에서 출발한다. 이 프로젝트는 입주민이 분양가의 10%를 보증금으로 납부하고 90%는 저리 대출로 갚아나가는 구조로 설계됐다. 거주 8년 후엔 최초 분양가에 집을 살 수도 있었다. 송 대표는 2015년 저서 『누구나 집 프로젝트』에서 “누구라도 일할 의지만 있다면 ‘집다운 집’에서 살면서 일자리를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영길 대표는 2019년 3월 전세집을 이사하며 ″정든 집에서의 마지막 밤이라고 생각하니 내내 뒤척이다 이른 새벽에 깼다″고 적었다. 페이스북 캡처

송영길 대표는 2019년 3월 전세집을 이사하며 ″정든 집에서의 마지막 밤이라고 생각하니 내내 뒤척이다 이른 새벽에 깼다″고 적었다. 페이스북 캡처

송 대표 본인이 집 한 채 갖지 못한 ‘전세 난민’이어서 서민 중심 ‘1가구 1주택’ 정책에 집중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송 대표는 최근 3년간 두 차례 전셋집을 옮겼다. 2019년 인천 계양구 병방동 아파트(전세금 2억1000만원)에서 계산동 아파트(전세금 1억8000만원)로 이사했다가, 지난해 동양동 아파트를 전세금 2억3000만원에 계약해 살고 있다.
 
송 대표는 2019년 3월 당시 이사를 앞두고 페이스북에 “정든 집에서의 마지막 밤이라고 생각하니 내내 뒤척이다 이른 새벽에 깼다. 서민들이 집 걱정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저도 세입자 입장에서 여러 가지 창조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적었다. 송 대표는 2000년 아파트 한 채를 매입했다가 2년 뒤 매각한 후론 19년째 무주택자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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