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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개헌 찬성하는 국민 늘었다...스가 "자위대 헌법에 명기"

중앙일보 2021.05.03 13:46
일본에서 '헌법 개정'에 찬성하는 국민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중국의 대두 등으로 불안감이 높아진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일본 언론들은 분석했다.
 

'헌법의 날' 조사서 개헌 찬성이 반대 앞서
9조 개정 여부에 대해서도 찬성 느는 추세
코로나19, 중국 위협 속 불안감 반영된 듯
스가, "헌법 개정 하겠다" 보수층 결집 나서

지난해 12월 2일 일본 육상자위대가 해외에서 위험에 처한 일본인을 구출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일 일본 육상자위대가 해외에서 위험에 처한 일본인을 구출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일본 언론들이 3일 '헌법의 날'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언론사를 가리지 않고 개헌을 지지하는 국민이 반대하는 국민보다 많다는 결과가 나왔다. 일본 최대 일간지인 요미우리 신문 조사에서는 헌법 개정에 찬성하는 사람이 56%, 반대는 40%였다. 지난해 조사서 찬성이 49%, 반대가 48%로 거의 비슷했던 것과 비교하면 '찬성파'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아사히 신문 조사에서도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45%로 지난해 43%보다 2%포인트 늘어났다. 필요 없다는 응답은 44%로 지난해 46%에서 2%포인트 줄었다. 마이니치 신문 조사에선 개헌 찬성이 48%, 반대가 31%로 찬성이 우세했으며, 공영방송 NHK 조사에서도 개헌이 필요하단 의견이 33%로 지난해보다 1%포인트 늘었고, 필요 없다는 의견은 20%로 4%포인트 감소했다. 
 

'9조에 자위대 명기'에도 찬성 늘어 

일본에서 '헌법 개정'에 대한 찬반은 정치적 성향이 보수인가 진보인가를 가르는 핵심 의제다. 태평양전쟁에서 패전한 일본이 연합군최고사령부(GHQ)가 제시한 초안을 토대로 만든 현행 일본 헌법은 9조에 국제분쟁 해결 수단으로 전쟁과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하며, 육해공군 등의 전력을 갖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수파의 거두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사실상의 군대 역할을 하는 자위대가 현행 헌법에 배치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며, 9조 조항을 유지한 채 자위대를 새롭게 명기하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지난 3월 27일 자민당 니가타(新潟)현 연합회(지구당) 주최 행사의 강연에서 자위대를 명기하는 헌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지난 3월 27일 자민당 니가타(新潟)현 연합회(지구당) 주최 행사의 강연에서 자위대를 명기하는 헌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이번 조사에서 헌법 9조 개정에도 찬성하는 사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니치 조사에서는 '헌법 9조를 개정해 자위대를 명기하는 방안'에 찬성이 51%, 반대가 30%였다. 반면 진보 성향인 아사히 신문 조사에선 헌법 9조를 '바꾸지 않는 것이 좋다'고 답한 응답자가 61%로, '바꾸는 것이 좋다'고 답한 사람(30%)을 크게 앞섰다. 하지만 지난해 결과와 비교하면 헌법 9조를 바꾸지 않는 게 좋다는 응답은 4%포인트 줄었고, 바꾸는 게 좋다는 3% 늘어났다. 
 
NHK 조사서도 헌법 9조 개정이 필요하다는 답이 28%, 필요 없다가 32%로 개정 반대가 높았지만, 반대 의견은 지난해보다 5%포인트 줄었다. 전체적으로 9조를 포함해 헌법 개정에 대한 찬성이 늘고 있다는 의미로 '국민 정서의 보수화'로도 해석될 수 있다. 
 

"코로나 위기 상황 속 국가 역할 기대"

이같은 결과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코로나19 위기 상황과 중국의 대두 등으로 국민들이 현재의 일본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해석했다. 현재 일본에서는 재난이나 감염병 상황에서 선언되는 '긴급사태' 관련 조항을 헌법에 명기하는 내용이 논의 중이다. 위기 상황에서 국가가 확실한 역할을 하길 기대하는 심리가 '개헌 찬성'으로 드러났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세번째 긴급사태가 선언된 일본 도쿄에서 지난달 29일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시부야역 앞을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으로 세번째 긴급사태가 선언된 일본 도쿄에서 지난달 29일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시부야역 앞을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헌법 전문가인 이노우에 다케시(井上武史) 간사이학원대학 교수도 NHK에 "코로나19로 이동 및 영업의 자유가 제한되는 상황을 경험하면서, 동시에 중국의 군사적 위협 또한 커진 상황에서 국민들이 '현재의 헌법으로 이런 문제들에 대응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론은 헌법 개정 쪽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실제 개헌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일본에서 개헌안을 발의하려면 중의원과 참의원 각각 전체 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이후 국민투표에서 과반이 찬성해야 개헌이 승인된다.
 
자민당 내에서는 헌법 개정을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아베 총리가 물러나면서 동력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입헌민주당, 공산당 등 야당은 헌법 개정에 유보하거나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자위대를 헌법에 반드시 명시하겠다"고 밝혀 보수층 결집에 나섰다. 스가 총리는 헌법의 날을 기념해 산케이 신문과 가진 이번 인터뷰에서 올 가을로 예정된 중의원 선거에서도 헌법 개정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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