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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밤 8시 "다음 오를 코인은…" 이 유튜버 채널 돌연 삭제

중앙일보 2021.05.03 05:00
유튜브가 국내에서 암호 화폐 콘텐트를 제작하는 유명 유튜버 A씨의 채널(최대 구독자 7만 7000명)을 삭제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법으로 규제되지 않는 암호 화폐 관련 콘텐트 자율 규제에 플랫폼 기업이 본격적으로 나선 모양"이라고 분석한다.
출처: 업비트

출처: 업비트

 

매일 오후 8시 "다음에 오를 코인은…"

지난달 28일 삭제당한 A씨의 채널명은 '업비트OO'다. 국내 유명 암호 화폐 거래소의 이름을 땄고, 채널 소개 사진은 거래소의 로고를 변형해서 사용했다. 한 구독자에 따르면 A씨는 매일 오후 8시쯤 '다음에 오를 알트코인은' 등의 제목으로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암호 화폐를 소개하는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에는 자신이 보유한 암호 화폐와 수익률이 표시된 거래소 애플리케이션 화면을 띄웠다. 다만 영상마다 "투자를 권유하지 않으며 개인의 선택일 뿐"이라고 수차례 안내했다.
 
채널이 삭제된 다음 날, 자신을 A씨라고 밝힌 인물이 또 다른 계정을 통해 "업비트OO 채널을 삭제한 유튜브 측에 항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어제 갑자기 제 채널이 중단된 상태"라며 "저도 굉장히 당황해서 새벽 내내 유튜브 측에 1:1 상담을 요청하고 항소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저작권 등 문제가 전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이른 시일 내에 복귀하겠다"라고도 했다. 새롭게 만든 채널의 영상은 '성인인증'을 거쳐야 볼 수 있다.
지난달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A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방송을 했다. 사진 커뮤니티 캡처

지난달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A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방송을 했다. 사진 커뮤니티 캡처

 
구독자 대부분은 A씨를 응원한다. 이들은 "전에 꼭 사라고 한 코인으로 수익을 많이 냈다. 감사하다" "많이 배웠던 채널인데 복구되길 응원한다"고 적었다. 하지만 일부는 "(코인을) 다 팔고 도망간 줄 알았다" "12만원을 낸 유료 회원인데 환불은 어찌 되나"와 같은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유튜브, 2년 전부터 일부 암호 화폐 콘텐트 '삭제'

앞서 유튜브는 지난 2019년 12월 해외에서 암호 화폐 관련 콘텐트를 만드는 유명 유튜버들의 채널을 삭제했다. 구독자 20만 명을 보유했던 유튜버 크리스 던은 당시 트위터를 통해 "‘유해하거나 위험한 콘텐츠’ 또는 ‘규제 상품 판매’ 등을 이유로 암호 화폐 관련 콘텐츠 대부분을 삭제 조치했다"며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토로했다. 암호 화폐 교육 업계 인플루언서 오마르 밤은 "유튜브가 사전 동의 없이 콘텐트를 삭제했다"며 "암호 화폐 거래소 링크가 포함된 비디오 콘텐츠를 중심으로 삭제 조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암호화폐거래소 플랫폼 화면. 일부 암호화폐 관련 유튜버들은 시세창과 자신의 보유자산창을 띄워두고 방송을 한다. 유튜브 캡처

암호화폐거래소 플랫폼 화면. 일부 암호화폐 관련 유튜버들은 시세창과 자신의 보유자산창을 띄워두고 방송을 한다. 유튜브 캡처

 암호 화폐 거래소들도 시세에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 활동을 경계한다. 업비트는 지난달 27일부터 유튜브 방송이나 기타 미디어 등을 통한 선동과 선행매매 관련 신고 채널을 개설했다. 2일 업비트 관계자는 "지난 2월 방송을 통해 암호 화폐 시세에 실시간으로 영향을 미친 BJ 철구의 업비트 계정을 정지한 적이 있다"며 "미디어를 이용해 특정 자산 매수를 부추겨 부당한 이득을 취한다고 의심되면 신고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자본시장법 적용 예외" 전문가도 자율규제 지지 

전문가들은 "유튜브가 국내에서도 암호 화폐 관련 콘텐트 규제에 나선 것 같다"고 추정한다. 안진우 변호사(법무법인 다오)는 "암호 화폐 관련 콘텐트는 아직 자본시장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며 "플랫폼 차원의 자율 규제가 시작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초등학생이나 10대 시청자가 유튜브엔 많다"며 "자칫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 수 있는 암호 화폐 영역에 대해서는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걸러야 한다"고 말했다.
 
2일 유튜브 측은 "개별 유튜브 채널 정지 사유는 답하지 않는다"면서도 "유해한 콘텐트를 올리거나 저작권 침해 시 계정이 삭제될 수 있다"고 답했다. 유튜브의 커뮤니티 약관에 따르면 콘텐트에 스팸 및 사기행위, 폭력적이거나 위험한 부분, 규제 상품이 담겼을 때 계정에 경고, 정지 등 조치를 한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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