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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기력 회복, 심신 안정 돕는 침향 … 스트레스성 뇌 손상 예방 효과도

중앙일보 2021.05.03 00:05 건강한 당신 7면 지면보기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면 몸이 나른하고 특별한 이유 없이 피로감을 느끼기 쉽다. 이렇게 몸의 기력이 부칠 때 효과적으로 쓰인 약재가 있다. 바로 ‘침향’이다. 침향은 침향나무에 상처가 나거나 세균·곰팡이에 감염됐을 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분비하는 수지(樹脂·나뭇진)가 짧게는 10~20년, 길게는 수백 년 동안 굳어진 것을 말한다.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불상 앞에 피우는 향이 바로 침향이고, 염주가 침향나무로 만들어졌다. 성경과 삼국지연의를 통해서는 당시 침향이 항균·방충 효과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원산지인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건강 효과 때문에 만병통치약으로 불리지만 국내에서는 저평가된 약재다.
 

새 효능 밝혀지는 약재
한·중 옛 문헌에 침향 약효 명시
현대선 두 가지 핵심 성분 규명
뇌 활성산소 감소 메커니즘 확인

 침향의 진정한 가치는 역사적으로 검증된 효과·안전성 외에도 침향이 지닌 잠재성에 있다. 지금도 새로운 효능이 연구를 통해 발견되고 있다.
 
 

『동의보감』 『고려도경』 등에 기록

 
침향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두루 쓰였는지는 여러 문헌에 잘 기록돼 있다. 송나라 사신이 고려에 와서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한 『고려도경』에는 송나라의 신종이 1079년에 당시 중풍을 앓고 있던 문종(고려 11대 왕)의 질병 치료를 위한 약품 중 하나로 침향을 보낸 기록이 있다. 중국 송나라 의서 『본초연의』에는 “침향이 나쁜 기운을 제거하고 치료되지 않은 나머지를 고친다. 부드럽게 효능을 취해 이익은 있고 손해는 없다”고 기록돼 있다. 또 중국 명나라 본초학 연구서 『이시진』에서는 “상체에 열이 많고 하체는 차가운 상열하한(上熱下寒), 천식·변비, 소변이 약한 증상 등에 처방한다”고 침향의 쓰임새에 관해 설명한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침향의 성질에 대해 “뜨겁고 맛이 맵고 독이 없다. 찬 바람으로 마비된 증상이나 구토·설사로 팔다리에 쥐가 나는 것을 고쳐주며 정신을 평안하게 해준다”고 적혀 있다.
 
 심신 안정에도 효과적이다. 명나라 의서 『본초강목』에는 “정신을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켜 주며 위를 따뜻하게 하고 기를 잘 통하게 한다”고 설명돼 있다. 특히 “간 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으며 허리를 따뜻하게 하고 근육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기침을 가라앉히고 가래를 제거한다”고 기록돼 있다.
 
 이런 효과는 침향이 지닌 체내 기운을 다스리는 성질 때문이다. 무엇보다 올라오는 병의 기운을 내리는 성질이 있다. 구토·기침·천식·딸꾹질을 멈추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데 효과적인 것은 이 성질 때문이다. 침향은 잘 배출되지 못하는 것도 개선한다. 그래서 복부 팽만, 변비나 소변이 약한 증상에도 효과적이다. 한의학에서는 기를 내리고 속을 따뜻하게 하는 효능과 기운을 콩팥으로 모아 단단하게 하고 잘 배출시키는 효능이 침향에 있다고 본다. 침향은 천식, 변비, 소화 장애뿐 아니라 정력제로도 쓰였다.
 
 현대에 와서는 연구를 통해 침향의 핵심 성분이 밝혀지고 있다. 첫째 성분은 ‘베타셀리넨(β-Selinene)’이다. 베타셀리넨은 만성 신부전 환자의 증상을 호전시키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성분이다. 만성 신부전 환자가 침향을 섭취했을 때 식욕부진과 복통, 부종 등의 증상이 호전됐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침향에 있는 베타셀리넨이 신장에 기운을 불어넣고 기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둘째 핵심 성분은 ‘아가로스피롤(Agarospirol)’이다. 아가로스피롤은 신경을 이완하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천연 신경안정제’로 불린다. 『본초강목』에 “정신을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켜 준다”고 언급된 것이 바로 아가로스피롤의 효과다. 심리적 안정감을 회복시켜 주기 때문에 불면증 극복에도 도움을 준다는 보고가 있다.
 
 

안전성 검증된 침향 제품 섭취 바람직

 
최근 뇌 건강 증진에도 긍정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지난해 8월 국제분자과학회지 온라인판에는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동서생명과학연구원 이진석·손창규 교수팀의 연구결과가 실렸다. 연구팀은 수컷 쥐 50마리를 10마리씩 다섯 그룹으로 나눠 스트레스를 가하지 않은 한 그룹을 제외하고 네 그룹에 매일 6시간씩 11일 동안 반복적으로 스트레스를 가한 뒤 침향 추출물의 농도를 달리해 투여했다. 그리고 쥐의 뇌 조직과 혈청을 적출해 혈중 코르티코스테론(스트레스 호르몬) 및 뇌 해마의 손상도를 비교 분석했다. 코르티코스테론은 쥐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분석 결과, 일반 쥐의 코르티코스테론 농도는 스트레스를 받기 전보다 5.2배 증가했다. 그런데 침향 추출물을 높은 농도(80㎎/㎏)로 투여한 그룹은 뇌의 활성산소가 가장 현저하게 줄었다. 혈중 코르티코스테론 농도도 유의하게 감소해 실험 전 수준에 가깝게 회복됐다. 연구팀은 “스트레스는 뇌의 면역 세포인 ‘미세아교세포’를 과활성화해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하고 이로 인해 생성된 염증이 뇌의 산화적 손상을 일으키는데, 침향 추출물이 미세아교세포의 활성을 억제해 이러한 손상을 막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스트레스로 인한 뇌 손상을 침향이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 침향도 적정량을 섭취해야 한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안전성을 확인한 침향 배합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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