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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인 서너 대 동시 원격제어, 컨테이너 4단까지 척척

중앙일보 2021.05.03 00:04 경제 5면 지면보기
지난달 29일 오전 부산 남구에 있는 부산항 신감만부두의 동원부산 컨테이너터미널. 길이 약 30m의 크레인이 대형 컨테이너를 옮기고 있었다. 크레인에서 내려온 집게가 컨테이너 오른쪽과 왼쪽에서 잡아드는 지점을 인식했다. 이어 옆에 있는 야드크레인으로 옮겼다. 3분 남짓한 시간이 걸렸다.
 

5G 적용 부산항 신감만부두 르포
LG유플, 현장영상 실시간 전송
관제실서 작업, 크레인 병목 해결
“생산성 40% 올라…디지털화 확대”

25m 높이에 매달린 조종석 자리는 비어 있었다. 모든 작업을 현장 기사 없이 진행했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크레인 기사가 아니라 관제실에서 원격으로 조종한다”며 “기존에는 네 명이 번갈아가며 하던 작업”이라고 소개했다.
 
부산항 신감만부두의 컨테이너터미널에서 5G 기술을 활용해 크레인을 원격제어하는 방식으로 컨테이너를 옮기고 있다. [사진 LG유플러스]

부산항 신감만부두의 컨테이너터미널에서 5G 기술을 활용해 크레인을 원격제어하는 방식으로 컨테이너를 옮기고 있다. [사진 LG유플러스]

LG유플러스는 스마트 항만 구축을 위해 5세대 이동통신(5G) 네트워크를 도입했다. 우선 크레인 두 대에 시범적으로 적용했다. 컨테이너를 옮기는 모든 과정을 관제실로 가져왔다. 크레인에 매단 여덟 대의 카메라에선 관제실로 실시간 영상을 보낸다. 관제실은 영상을 확인한 뒤 원격으로 컨테이너를 옮긴다.
 
일반적으로 컨테이너를 쌓아두는 야적장은 항만 터미널에서 병목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곳이다. 병목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하루 24시간 가동하는 터미널 운영시스템(TOS)을 도입했다. 하지만 컨테이너를 옮기는 크레인은 수동이어서 작업 효율이 크게 좋아지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5G 크레인 원격제어 시스템을 도입하자 얘기가 달라졌다. 크레인 한 대당 생산성은 이전보다 40% 이상 좋아졌다. 기존에는 3단까지만 가능했던 컨테이너를 4단까지 쌓을 수 있어서다. 작업자 한 명이 서너 대의 크레인을 동시에 제어할 수도 있다.
 
크레인 기사들은 25m 높이에서 허리를 숙여 아래를 바라보며 작업하지 않아도 된다. 크레인 기사들의 안전사고 위험이나 각종 질환 발생 가능성이 줄어들 것으로 부산항만공사는 기대한다.
 
싱가포르나 네덜란드 로테르담 등 해외 컨테이너 터미널에선 자동화 시스템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 칭다오는 2017년 5G와 ‘모바일 에지 컴퓨팅’(MEC)을 기반으로 크레인 원격제어 시스템을 구축했다. 시장조사업체인 마켓앤마켓은 세계 스마트 항만 시장이 2024년 52억72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연평균 25%가량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에선 정부가 2030년까지 항만을 자동화·디지털화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하지만 물류 자동화 분야에선 사업 추진 속도가 더디다. 사업의 핵심은 5G를 이용한 ‘초저지연’ 기술이다. 현장 영상을 전송할 때 지연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관제실에서 실시간으로 컨테이너를 옮기려면 영상에 최대한 끊김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LTE 등 4세대 이동통신(4G)으로는 구현할 수 없었다. LG유플러스은 ‘저지연 영상전송 솔루션’을 내놨다. 벤처기업(쿠오핀)에 지분을 투자한 뒤 확보한 기술이다. 초고용량 영상을 최대로 압축한 뒤 전송한다. 영상 전송 속도는 LTE를 이용할 때보다 84%가량 좋아졌다(약 10Mbps→90Mbps).
 
LG유플러스는 최근 2년여간 신감만부두에 40억원을 투입했다. 조만간 부산항 신선대 터미널, 전남 광양항 등에도 원격제어 크레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서재용 LG유플러스 스마트인프라사업담당은 “자율주행 야드 트랙터, 인공지능(AI) 영상 분석, 사물인터넷(IoT) 센서, 드론 등을 활용해 스마트 항만 기반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부산=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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