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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야당에 안 주면 여당은 범법자”…또 다시 법사위원장 전운

중앙일보 2021.05.02 17:06
지난해 12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등의 통과를 위해 윤호중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자 주호영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법사위 국민의힘 간사인 김도읍 의원 등이 항의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지난해 12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등의 통과를 위해 윤호중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자 주호영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법사위 국민의힘 간사인 김도읍 의원 등이 항의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국회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여야에 또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신임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선출 뒤 첫 일성으로 “(법사위원장 등) 반환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여당이) 범법자 지위에 있겠다고 하는 것”이라며 “이런 폭거가 옳은 것인지 민주당 스스로 판단하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도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등 상임위를 독식한 지난 1년의 결과는 민생과 국정 파탄”이라며 “늪에 빠진 민주당이 ‘여기는 내 자리’라고 고집을 피우는 데 그럴수록 수렁만 깊어질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법사위원장직과 다른 상임위원장직 배분 간의 빅딜 가능성이 있느냔 질문에는 “법사위원장직은 거래 대상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도 “야당 법사위원장은 ‘비정상의 정상화’로 5월 임시국회 전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절차”라고 강조했다.
 
국회 법안 처리의 길목을 장악하고 있는 법사위원장은 야당에게 배분하는게 과거 국회 관례였다. 그러나 21대 국회에선 여당인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차지하고 나서자 야당이 격렬히 반발했다. 결국 야당이 나머지 상임위원장도 모두 거부하는 배수진을 치면서 여당이 전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윤호중 전 법사위원장이 여당 원내대표로 가면서 현재 3선의 박광온 민주당 의원이 후임 위원장에 내정된 상태다. 다만 박병석 국회의장이 야당 반발을 감안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에 법사위원장 선출안을 올리진 않았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등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지난 1년의 결과는 파탄"이었다며 법사위원장직 재배분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종택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등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지난 1년의 결과는 파탄"이었다며 법사위원장직 재배분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종택 기자

 
국민의힘이 새 원내지도부 체제를 꾸리자마자 ‘야당 법사위원장’을 공론화하는 걸 놓고 당 안팎에선 “대선을 앞두고 제1야당의 존재감을 부각하는 전략”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보궐선거 이전까지만 해도 야당은 상임위원장직 배분에 대해 “여당 마음대로 해보라”고 대응하면서 여당 독주를 부각하는 전략을 썼다. 하지만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제는 법사위원장직을 중심으로 여당을 견제하고 대안 정당의 모습을 보여줘야할 국면”이라고 말했다.
 
또 야당 중진 의원들 사이에선 “일부 상임위원장이라도 가져와야 국정감사 등에서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직을 강력하게 요구해 이를 지렛대로 다른 상임위원장 재배분 협상에서 우위를 가져가려는 전술이란 분석도 나온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야당의 법사위원장 등 상임위원장 재배분 요구에 대해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야당의 법사위원장 등 상임위원장 재배분 요구에 대해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반면 민주당은 상임위원장 재배분 불가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지난달 16일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정견발표 때 “법사위원장 자리는 여의도 의원들 사이의 자리일 뿐이다. 누가 법사위원장에 앉는지에 대해 국민 중 누가 관심을 갖냐”며 협상 불가를 선언했다. 상임위 재배분에 대해서도 “1기 원내지도부의 협상 내용을 존중하겠다”며 요지부동이다. 법사위는 국회 운영에서 핵심기능을 담당할 뿐 아니라, 정국 운영의 측면에서도 검찰·법원을 소관기관으로 두는 요처이기도 하다. 민주당 입장에선 법사위원장을 야당에 넘겨주면 검찰·법원에 대한 영향력 감소를 우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국회 법사위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 최재형 감사원장(오른쪽)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이 출석해 여론의 이목을 끈 무대이기도 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국회 법사위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 최재형 감사원장(오른쪽)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이 출석해 여론의 이목을 끈 무대이기도 했다. 연합뉴스

 
법사위원장 쟁탈전은 21대 국회 초반에 큰 후유증을 남겼다. 이번에 여야에서 새 원내지도부가 들어선 상황에서 법사위원장 쟁탈전 2라운드가 장기화되면 실질적인 여야 협치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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