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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났는데 웃는 꼬마' 사진, 6억에 팔렸다…NFT가 뭐길래

중앙일보 2021.05.01 06:01
'재앙의 소녀'(Disaster girl)라는 이름이 붙은 조이의 4살 때 사진은 미국 인터넷 문화에서 각종 사고 현장에 합성되는 밈으로 자리잡았다. [구글 'Disaster girl' 검색 결과 캡처]

'재앙의 소녀'(Disaster girl)라는 이름이 붙은 조이의 4살 때 사진은 미국 인터넷 문화에서 각종 사고 현장에 합성되는 밈으로 자리잡았다. [구글 'Disaster girl' 검색 결과 캡처]

2005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州) 미베인(市)의 어느 토요일 아침. 4살이었던 조이 로스는 가족과 함께 집 밖으로 나왔다. 이웃집에서 큰 불이 났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사진작가였던 조이의 아버지는 불이 난 이웃집을 배경으로 조이를 사진에 담았다. 이렇게 찍힌 사진은 '재앙의 소녀'(Disaster girl)라는 이름까지 붙으며 훗날 6억원에 이르는 가치를 갖게 됐다.
 

재앙의 '밈'이 된 소녀

 
뉴욕타임즈(NYT)는 29일(현지시간) 16년 전 찍힌 이 사진의 원본 사진이 온라인 경매에서 180이더(암호화폐 이더리움의 단위)에 낙찰됐다고 보도했다. 1이더는 이날 한국 암호화폐 거래 사이트 코인원 시세 기준 약 325만원이다. 180이더는 약 5억8000만원이다. NYT에 따르면 이 사진을 판매한 이는 사진 속 꼬마 주인공인 21살의 조이로, 사진을 팔아 얻은 암호화폐는 아직 현금으로 바꾸지 않았다고 한다.
 
화재 현장에서 미소를 짓는 조이의 어릴 적 사진은 미국에서 인터넷 '밈'(Meme)으로 자리 잡았다. 밈은 인터넷 놀이문화 중 하나다. 다양한 상황에 맞게 합성되고 변형되는 사진이나 그림, 음악, 문구 등을 의미한다. 한국의 '짤'(짤방) 문화와 비슷한 맥락이다.
 
조이의 사진은 재앙의 소녀라는 제목처럼 각종 사고 현장이나 유머 소재로 쓰였다. 이 사진에 "시끄러운 음악을 듣던 이웃.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됐다"는 문구를 넣어 마치 이웃집에 불을 지른 것처럼 표현하거나, 조이의 얼굴에는 '신'(God)을, 불이 난 집에는 '2020년'이라는 문구를 합성해 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을 없애버린 것처럼 표현하는 식이다.
 
조이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내 사진을 얼마나 창의적으로 이용하는지 보는 게 즐거웠다"며 "매번 새로운 끔찍한 사건들이 터질 때마다 내 사진이 합성되는 것을 보면서 나도 몇 번 웃었다"고 했다.
'재앙의 소녀'(Disaster girl)라는 이름이 붙은 조이의 4살 때 사진은 미국 인터넷 문화에서 각종 사고 현장에 합성되는 밈으로 자리잡았다. [구글 'Disaster girl' 검색 결과 캡처]

'재앙의 소녀'(Disaster girl)라는 이름이 붙은 조이의 4살 때 사진은 미국 인터넷 문화에서 각종 사고 현장에 합성되는 밈으로 자리잡았다. [구글 'Disaster girl' 검색 결과 캡처]

 

원본사진의 가치, NFT가 증명

 
조이의 재앙의 소녀 사진은 이미 수년 동안 미국 네티즌들에 의해 놀잇감으로 사용됐다. 누구나 인터넷에서 손쉽게 다운받아 합성할 수 있는 사진이었다는 의미다. 이번에 경매에서 팔린 사진은 조이가 갖고 있던 원본이다. 인터넷 밈 문화로 떠돌던 사진의 원본이 6억원가량의 가치를 인정받은 셈인데, 그 배경에는 블록체인과 여기서 파생된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 토큰) 기술이 있다.
 
NFT는 그림이나 영상 따위에 붙이는 일종의 꼬리표다. 기존의 디지털 복제 방지 기술과 달리 블록체인 기술로 이뤄져 복제나 변형이 불가능한 고유성을 갖게 된다. 사진이나 그림 등 디지털 요소에 희소성이 부여되는 것은 NFT 덕분인 셈이다. 특히, NFT 꼬리표가 붙은 디지털 요소는 소유자와 거래 이력까지 기록돼 최근 새로운 블록체인 기술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이도 NFT의 대체 불가능성에 주목했다. 본인이 등장하는 16년 전의 원본 사진을 경매에 올린 이유에 대해 조이는 "한번 사진이 온라인에 퍼지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NFT를 통해 원본사진을 증명하는 일이 밈으로 자리 잡은 자신의 과거 사진을 통제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NFT가 붙은 디지털 요소가 고가에 팔린 것은 조이의 사진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엔 소셜미디어 트위터의 최고경영자(CEO) 잭 도시가 날린 최초의 트윗이 290만 달러(약 32억7000만원)에 판매되며 주목을 받았다.
 
조이는 원본 사진을 경매해 얻은 수익을 대학 등록금과 자선 단체 기부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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