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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사망 5년 160명인데···경찰 잘못 인정 ‘정인이’외 1건

중앙일보 2021.05.01 06:00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부적절한 조치 등 사유로 인한 내부 징계처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올해 2월까지 징계 건수는 단 2건이었다. 사진은 정인이 수목장. 중앙포토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부적절한 조치 등 사유로 인한 내부 징계처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올해 2월까지 징계 건수는 단 2건이었다. 사진은 정인이 수목장. 중앙포토

지난해 천안 가방 학대 사건, 정인이 사건에 이어 올해 2월엔 물 고문을 연상케 하는 학대 행위로 10살 조카를 숨지게 한 이모 부부가 재판을 받는 등 아동 학대 사망 사건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최근 5년간 아동 학대 사건 관련 경찰의 초동 대응 미흡이 인정된 사례는 단 2건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부적절한 조치 등 사유로 인한 내부 징계처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올해 2월까지 아동학대 대응 잘못으로 인한 경찰 내부 징계 사례는 단 2건이었다. 이 가운데 1건은 정인이 사건을 처리한 양천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과 소속 경찰관으로 아동학대 신고 업무처리 관련 직무 태만을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양은 지난해 초 입양 후 지난해 5월 25일과 6월 29일, 9월 23일 등 총 3차례 걸쳐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경찰과 아동보호 기관은 양부모에게 다시 보냈고 결국 정인양은 지난해 10월 13일 양천구 목동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 사건' 관련 경찰의 대처에 대한 비판이 이어진 서울 양천경찰서 모습. 서울지방병찰청은 당시 담당 직원에게 징계를 내렸으나 이들은 처분에 불복해 소청심사를 제기한 상태다. 뉴시스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 사건' 관련 경찰의 대처에 대한 비판이 이어진 서울 양천경찰서 모습. 서울지방병찰청은 당시 담당 직원에게 징계를 내렸으나 이들은 처분에 불복해 소청심사를 제기한 상태다. 뉴시스

당시 언론 등에서 이 사실이 알려지자 경찰의 초동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서울경찰청은 지난 2월 8일 3차 신고 대응 경찰관 5명의 징계위원회를 열어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 같은 달 10일 당시 경찰서 관리자급 경찰관 4명 징계도 열려 양천서 경찰서장은 견책 처분, 과장 2명과 계장은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징계를 받은 양천서 소속 경찰관 9명은 처분에 불복해 지난 2월 20일부터3월 15일 사이 인사혁신처에 소청심사를 제기한 상태로 관련 소청심사는 오는 5월 이후 심사할 예정이다. 
 
정인이 사건을 제외하면 지난 2017년 아동학대전담경찰관과 여성·청소년 수사팀 수사관이 아동학대 신고 처리 관련 업무를 소홀했다가 감봉과 정직 처분을 받은 1건이 전부다.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5~2019년 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160명이다. 2015년 16명→2016년 36명→2017년 38명→2018년 28명→2019년 42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5~2019년 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160명이다. 년도 별로 살펴보면 2015년 16명→2016년 36명→2017년 38명→2018년 28명→2019년 42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제공 pixabay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5~2019년 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160명이다. 년도 별로 살펴보면 2015년 16명→2016년 36명→2017년 38명→2018년 28명→2019년 42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제공 pixabay

김미애 의원은 “그간 경찰의 아동학대 사건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은 언론과 일선 현장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런데도 실제 징계로 이어진 건 정인이 사건을 제외하면 5년간 단 1건인데 과연 맞는 수치인지 의문스럽다”며 “경찰은 ‘제 식구 감싸기’를 멈추고 제대로 아동학대 현장에서 대응할 수 있도록 제대로된 매뉴얼을 만들고 아동학대전담공무원과 정보공유가 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동학대 전문가는 아동학대 발생 시 대응 절차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홍창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사무국장은 “경찰과 아동보호기관, 보건복지부 전담공무원 등의 업무가 너무 과중하다. 그러다보니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빈틈이 생긴다. 기존 관리하던 사례를 서로 인수·인계하는 과정에서 업무 간 연계가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인력과 예산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10년 넘게 아동보호 활동을 한 전문가는 “강력 사건을 봐온 경찰이 보기에 아동학대 사건이 미미하게 보일 수도 있다. 전문적인 교육을 통해 민감성을 높여야 한다”면서도 “다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결국 고질적인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 문제를 외면한 채 경찰 대처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해결책은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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