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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 있다”는 바이든 역설…‘노잼’ 못참아, 지지율 기대이하

중앙일보 2021.05.01 05:00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조지아주에 도착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조지아주에 도착했다. [AP=연합뉴스]

 
"일단 품위 있잖아요. 정직하고 주위 사람을 배려하고…. 대통령 하면 떠오르는 모습이라고 할까요.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편안해요."

바이든 취임 100일 국정 지지율 52%
트럼프보다 높지만 역대 평균 66% 밑돌아
"정치 양극화…예수님이 와도 낮을 것"
첫 의회 연설 시청자 수 집계 후 최저
"내년 중간선거 승리? 올해 승부 봐야"

 
29일(현지시각)로 취임 100일을 맞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자 미시간주에 사는 킴벌리 데이비스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취재차 미시간에 갔을 때 만난 그는 평생 공화당원이지만 2020년 대선에서는 민주당 대선 후보 바이든을 찍겠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보수와 진보가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하게 갈라진 미국에서 바이든 정부 출범 100일에 대한 평가를 그보다 더 객관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아 연락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사람 같아 일단은 만족스럽다"면서도 "나는 공화당원으로서 큰 정부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바이든이 들고나온 재정 투자안은 너무 비대하다는 것이다.  
 
임기 시작 100일께인 지금 바이든 대통령 성적표는 수치상으로만 보면 '평균 이하'다.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 공동 조사에서 바이든은 52% 지지를 얻었다. 역대 최저였던 트럼프(42%)보다는 높지만, 역대 대통령 전체를 놓고 보면 다소 낮은 편에 속한다. 해리 트루먼부터 바이든까지 14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 지지율 평균은 66%였다. 
 
조너선 와일러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본지 인터뷰에서 "가장 선한 사람, 예컨대 예수님이 민주당으로 나와도 높은 지지율을 얻기 어렵다"면서 "공화당 지지자와 민주당 지지자로 두 동강 난 민심 때문에 앞으로는 누가 대통령이 돼도 이 정도 수준일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1944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는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 [AP=연합뉴스]

1944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는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 [AP=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임기 첫 100일을 평가하는 전통은 프랭클린 D 루스벨트(FDR) 이후 이어져 왔다. FDR은 취임 연설에서 미국 재건을 천명한 뒤 100일간 뉴딜 계획 등 정책의 바탕을 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경기 침체라는 두 위기가 동시에 닥친 가운데 정권을 잡은 바이든은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을 모토로 삼았다. 초대형 인프라 투자와 무급 병가 등 인적 투자를 통해 FDR 같은 민주당 진보 지도자 계보를 잇겠다는 취지다.
 
FDR이 그랬듯 바이든은 지난 100일을 100m 달리기하듯 전력 질주했다. 취임 두 달 만인 지난 3월 1조9000억 달러(약 2104조원) 규모의 '미국 구제 계획' 법안에 서명한 것은 이례적인 속도다. 
 
그 뒤로 2조2500억 달러 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인 '미국 일자리 계획', 1조800억 달러 규모의 사회보장 강화 법안 '미국 가족 계획'을 제안했다. 
 
팬데믹과 경기 침체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해법으로 '큰 정부'를 들고나온 것이다. 예산안은 모두 더하면 6조 달러(약 6681조 원) 규모에 이른다. 다만, 나머지 2개 법안(4조 달러 규모)이 의회를 통과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28일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한 세대에 나올까 말까 한 규모의 법안"이라고 추켜세웠다. 
 
코로나19 백신 2억2000만 회분 접종도 기록적인 성과다. 백신 배포 속도를 끌어올리고 접종소를 확대하는 등 총공세 결과 미국 성인의 절반 이상(54.9%)이 백신을 1회 이상 접종했다. 내년 중간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올해 안에 승부를 봐야 한다고 보고 속도전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 
 
미 공영라디오 NPR은 "바이든 대통령이 내년에 얻고 싶은 것을 위해서는 올해 모든 걸 끝내야 한다"면서 "모든 정책의 초점은 중간 선거 승리에 맞춰져 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 조지아주에서 취임 100일 기념 행사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 조지아주에서 취임 100일 기념 행사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남긴 '유산' 덕을 보는 행운도 얻었다. 미국에서 사용 중인 화이자, 모더나, 얀센(존슨앤드존슨) 세 종류 코로나19 백신은 트럼프가 임기 중에 개발했다. 
 
'초고속작전' 계획을 통해 6개 제약회사에 조건 없는 투자를 한 결과 일부가 먼저 결실을 본 것이다. 그 덕분에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후 곧바로 백신을 미국인들 팔에 놓을 수 있었다. 
 
대중국 강경책과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완전 철수도 트럼프 정책을 그대로 계승했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부과한 고율 관세를 철회하지 않았다. 대중국 협상 레버리지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아프간에서 미군 철군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가 내렸지만, 바이든은 오는 9월 11일 이전에 철군 완료라고 날짜를 못 박았다.
 
하지만 전임자와 비교한 바이든 백악관의 가장 큰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정상으로의 복귀(Back to normalcy)"다. 트럼프의 즉흥적이고 좌충우돌하는 트윗이 멈추면서 워싱턴에도 일단 '평화'가 찾아온 듯하다. 중요 각료를 경질하거나 정책을 제안하는 트럼프 발 '트윗 발표'도 사라졌다. 대신 백악관과 국무부·국방부 등은 주5일 내내 정례 브리핑을 한다.
 
2019년 10월 노스캐롤라이나 유세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났다. 정치 입문 48년째인 바이든은 질문엔 답하지 않고 사진을 찍자고 했다.

2019년 10월 노스캐롤라이나 유세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났다. 정치 입문 48년째인 바이든은 질문엔 답하지 않고 사진을 찍자고 했다.

 
하지만 리얼리티쇼를 방불케 했던 흥미진진함도 사라졌다. 인공조미료(MSG) 팍팍 들어간 음식 먹다가 간 안 한 환자식 먹는 것 같은 차이가 느껴진다는 이들이 많다. 그야말로 '노잼(재미없는)' 대통령이다.

 
29일 바이든의 취임 후 첫 상하원 합동연설은 미국내에서 약 2690만명이 시청했다. 1993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적은 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17년 첫 의회 연설은 4770만명이 TV로 지켜봤다.  
 
취임 이후 예상치 못한 난관에도 부딪히고 있다. 트럼프 때의 이민 규제가 완화될 것이란 기대에 멕시코 국경을 넘는 불법 이민행렬이 폭증한 게 대표적이다. 그치지 않는 총기 난사와 아시아계 혐오 범죄, 경찰의 유색인종 과잉 진압 등도 바이든 행정부에 부담을 안겼다.  
 
78세 최고령 대통령 바이든은 나이를 의식한 듯 자신이 남길 '유산(legacy)'에 벌써 관심을 갖는다고 한다. 3월 말 바이든 대통령이 대통령 역사학자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대통령 권한의 한계와 전임자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 등을 논의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1978년 조 바이든 상원의원(오른쪽)과 지미 카터 대통령이 델라웨어주에서 열린 자금 모금 행사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978년 조 바이든 상원의원(오른쪽)과 지미 카터 대통령이 델라웨어주에서 열린 자금 모금 행사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의 성공 여부는 내년 중간선거를 기점으로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첫 100일간 성적이 괜찮았더라도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임기 초반 큰 기대를 받지 못했지만 현대사에 가장 성공한 대통령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지미 카터는 100일께 지지율이 높았지만 재선에 실패하고 단임 대통령으로 남았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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