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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비켜간 듯…편안·평안·평화의 휴가를 꿈꾸다

중앙선데이 2021.05.01 00:20 734호 19면 지면보기
‘Silvestre’(2020), Oil on canvas, 106.7x86.4㎝. [사진 제이슨함 갤러리]

‘Silvestre’(2020), Oil on canvas, 106.7x86.4㎝. [사진 제이슨함 갤러리]

글로벌 팬데믹 현상으로 사람들이 집 안에 거주하는 시간이 크게 늘어나면서, 거실과 방을 아름답게 꾸미는 미술 작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은 전 세계적인 이슈다. 특히 MZ세대들이 예술의 투자 가치에 눈을 뜨게 되면서 최근 국내에서 열린 아트 페어들은 모두 대 성황을 이뤘다. 이와 관련, 얼핏 어렵고 복잡한 개념 미술이나 추상 회화를 넘어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구상 회화의 인기도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미국 작가 조나단 가드너(Jonathan Gardner·39)도 이 수혜를 누리고 있는 대표 작가 중 하나다.
 

조나단 가드너 아시아 첫 개인전
피카소·쇠라 등 미술 거장 스타일
자신의 그림 속에 절묘하게 녹여
젊은 취향 트렌디한 화면 인기
내달 15일까지 제이슨함 갤러리

1982년 미국 켄터키 출신으로 시카고 예술대학(SAIC)에서 그림을 공부한 그는 미술사에 큰 영향을 미친 거장들의 족적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녹여냈다. 앙리 마티스의 인테리어 스타일과 르네 마그리트의 초현실적 공간감, 파블로 피카소의 얼굴 구성법과 조르주 쇠라의 목욕하는 사람들의 안온함, 데이비드 호크니의 따뜻한 햇볕이 그의 그림에서 어렴풋이 느껴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2015년 미술 매체 아트시(Artsy)가 선정한 ‘올여름 떠오르는 작가 30’에도 이름을 올린 가드너가 국내 관람객과 만났다. 서울 성북동 제이슨함 갤러리에서 지난달 22일 시작된 ‘조나단 가드너: 수평선(Horizon)’(6월 15일까지)을 통해서다. 미국과 유럽에서 주로 활동해 온 가드너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모두 5점을 볼 수 있다. 제이슨함 갤러리의 함윤철 대표는 “일 년에 10점 정도만 그리는 작업 스타일에다 최근 높아진 인기 덕분에 그의 그림을 가져가려는 각국 화랑들의 경쟁이 치열하다”며 “갤러리를 오픈한 2018년 1월 이전부터 꾸준히 접촉했는데, 마침 아시아 및 한국에 대한 작가의 관심이 커지면서 전시가 성사될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전시 제목이 ‘수평선’인 이유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설명한다. “실내에 바닥과 벽을 나누는 선이 존재하듯, 풍경화에는 바다와 하늘을 가르는 수평선이 존재한다. 그 선은 나의 실내 작품들과 풍경화를 잇는 연결 고리다. 이러한 선은 작품 속 인물들이 마치 무대에서 연극을 펼치고 있는 듯한 공간감을 연출한다.”
 
‘Sunbathers’(2019), Oil on linen, 223.5x162.6㎝. [사진 제이슨함 갤러리]

‘Sunbathers’(2019), Oil on linen, 223.5x162.6㎝. [사진 제이슨함 갤러리]

전시장에 들어가면 우선 식물들의 당당한 생명력을 그린 ‘야생적인(Silvestre)’(2020)이 눈에 띈다. 앙리 루소의 숲에서 막 가져온 듯한 화초들의 기운생동이 느껴진다. 그 옆으로 비치 타월을 허리에 두른 채 누드로 해변을 여유롭게 걷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보인다. ‘모래 언덕(The Dunes)’(2020)이다. 세상을 강타한 역병은 아랑곳하지 않고 편안하고 평안하게 휴가를 즐기는 여인의 모습이 평화롭다.
 
해변에서 선탠을 즐기고 있는 여인들의 작품은 세 점 더 있는데, 멕시코의 한 해변에서 즐거운 경험을 토대로 그렸다고 한다. 티치아노의 비너스, 호크니의 수영장, 피카소의 해수욕객을 떠올렸다는 작가는 “삶의 복잡함에서 벗어난 듯 여유롭고 즐거운 장면을 유희적으로 접근해 재치를 곁들여 그려냈다”며 “나의 작업에 녹아있는 정교함과 시각적 즐거움 사이에는 균형과 쾌락의 아름다움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전체적으로 물감에 화이트를 가미해 채색한 덕분에 작품의 전체적인 느낌이 몽환적이고 부드럽다. 나이프를 적절히 활용한 것도 플랫한 느낌을 주는 데 한몫했다. 테레핀유를 조절하는 등의 방법으로 유광과 무광을 구분한 점도 눈에 띈다.
 
LA와 서울을 오가며 아트 컨설팅을 하고 있는 크리스티나 강은 “매우 트렌디한 작가로 친숙함과 낯섦을 오가는 덕분에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정형모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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